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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우리 둘째 비니 #1
게시물ID : animal_192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갱보
추천 : 7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2 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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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그날 아침

 

아침에 아내가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왔을 때 그 얘기를 꺼냈다.

“비니 보내주자......”

“...... 오늘?”

 아내는 의외로 담담하게 되물었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거실 한 켠에 누워있는 비니를 쳐다봤다. 밤새 여러 번 경련을 한 듯 축 쳐져있다. 그랬다 비니는 간밤에 여러 번 발작을 하였다. 어젯밤만이 아닌 지난 몇 달 동안 그렇게 지내왔다. 몸에 경직이 오고 경련이 와서 온몸을 거세게 떠는데다 똥오줌을 함께 싼다. 그 오물덩이 위에서 비니는 온몸으로 경련을 이어왔다.

 치울 수 있는 것은 치우고 닦을 수 있는 것은 닦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는 비니를 제대로 씻길 수는 없어서, 경련한 그대로 싸 저지른 그대로 눕혀 났다.

 비니는 16세 코카스패니얼이다. 서서히 늙고 병들어 갔지만 지난 2년간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증상이 심해져 왔다. 큰 발작이 하루에도 여러 번 찾아오고 치매 증세도 점점 심해졌다. 몇 달 전부터는 가족들도 못 알아보고 일어나기도 버거운지 누워서만 지낸다. 게다가 똥오줌도 못 가리고 거실에다 싸기 까지 한다. 병원에서도 나이와 건강 상태 때문에 적극적 치료보다는 영양에 신경을 쓰라는 조언뿐이었다.

 “아들과는 상의했어?”

 “새벽에 카톡으로 얘기했어. 우리 결정에 따르겠대......”

 “그랬구나...... 보내주자 이제......”

 병원에 갈 채비를 하고 비니를 들어 안았다. 몸이 축 늘어진다. 눈은 뜨고 있으나 맑은 정신은 아닌 듯하다. 예전보다 가벼워진 무게가 느껴진다.

 병원 문 여는 시각보다 일찍 도착하니 수의사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이다. 우리는 그냥 비니를 안고 있을 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비니가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더 이상은 서로에게 고통만 될 듯합니다.” 수의사가 상황을 이해했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네...... 부탁 드립니다.”

 “옆에 계실거죠?”

 “그래야죠......” 

 아내는 차마 보지 못하겠다고 아예 병원 밖으로 나갔다. 은빛 알루미늄 침상에 비니를 눕혔다. 눈은 뜨고 있지만 움직임이 약하다.

 “준비 되시면 말씀 하세요.” 

 마지막으로 비니 눈을 본다. 눈이 맑고 깊은 아이였다. 지금은 하얀 백태가 끼어 있지만 그 깊음이 느껴진다. 손으로 눈을 가려주고 누운 몸 위에 내 몸을 포개며 수의사를 보며 끄덕였다. 

 “먼저 안정제와 수면유도제로 편하게 재우겠습니다. 아무 통증을 모를 겁니다.” 

 혈관을 잡는데 계속 터진다. 아플 텐데 미동도 않는다. 

 “지금 편하게 잠든 상태입니다.”

비니의 심장이 뛰고 있다. 누운 몸을 안고 있는 내 몸이 그 박동을 느낀다.

“마지막 주사 놓을까요?”

 수의사와 눈이 마주쳤다. 약이 들어간다.

 비니의 심장이 빨라지는가 싶더니 느려진다.

 갑자기 멈춘다.

 청진기를 댄다. 

 “비니 사망 했습니다.”

  그렇게 갔다. 햇수로 16년을 함께한 비니.

 우리 가족들의 많은 추억을 담당했던 아이.

 우리 둘째 비니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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