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만 단 한 발짝만 물러나면 내가 보일텐데요 내 슬픔이 보일텐데요 내 분노의 정체도 보일텐데요 내가 내게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이리도 어려워요 돌아가는 세상이야기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이리도 어려워요 한때는 그리도 쉬워 보이던 것 내 웃음소리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밤낮 이글거리는 머릿속 한 발짝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저 헝클어져 치열한 파도의 소용돌이 잠잠해질 것 같은 데도요 빗줄기 속 불면의 밤들은 아랑곳없이 아스팔트는 뜨겁게 침묵하는데 주홍빛 능소화만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그래서 그런데 눈물만 나요 홍수희, 능소화 꽃잎에 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