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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교통사고, 엄마와 나 (번외편)
게시물ID : panic_978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게썅마이웨이
추천 : 19
조회수 : 20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24 10: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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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글쓰고갔던 29女입니다.

 

그냥 옛날생각나서 끄적거려본거였는데.. 추천도 있고 댓글도 있어서ㅋㅋㅋ

 

놀랍기도 하고ㅋㅋ 일단 악플이 없다는거에 감사ㅠㅠ

 

제가 쓴글을 다시한번 읽어내려가다보니, 우리집 기센여자들(?)에 대한 얘기들이 생각나서요 ^^;;

 

앞글에 썼듯이 울엄마는 6남매중 셋째딸 (아들 둘 딸 넷).

 

글에 외삼촌들이 거론되지 않는건.. 그분들은 그냥 지극히 평범한 기를 가지신분들이라..

 

울엄마를 포함한 네자매는.. 음.. 절대포스라는 말이 잘어울리는 여성들이에요.

 

당신의 딸들에게 무속인의 공줄을 물려주지않겠다! 라고 다짐하신 할머니의 정성덕에

 

네분다 무속인이 되는삶은 피해가셨지만, 그래도 핏줄이란건 참 무서운거드라구요.

 

외할머니의 생김새를 빼다박은 울엄마는 그중에서도 탑. 탑오브탑.

 

(외모와 기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와 이모들이 인정한 기센여성이심)

 

엄마랑 이모들이 겪었던 얘기는..

 

아직도 모였다하면 수다의 주제로, 술상의 안주로(?) 쓰여지고있어요ㅋ

 

저희 엄마는 경상도 출신이시거든요.

 

옛날 시골에 있는 학교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엄마가 다니던 학교도

 

걸어서 30분이상 떨어져있는 먼 거리에 있었대요.

 

엄마바로 위의 언니(둘째이모)와 같은 학교를 다녔던지라 등하교를 항상 같이 하셨다고하네요.

 

집에서 학교로 가는길에 작은저수지가 하나있었는데,

 

그주변엔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분위기가 항상 음침(!)했었대요.

 

동네에서 농업용으로 쓰이는 작은 저수지라 물이 막 깊진 않았고

 

저수지에서 흘러내려오는 물 밑으로는 작은 개울도 하나 있었대요.

 

자매둘이서 등하교를 같이하니, 여름에는 그 개울에 가서 발담그고 노는일도 가끔 있었구요.

 

여름방학이 얼마남지 않았던 더운날.

 

엄마와 이모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계셨대요.

 

이모 : '영아~(울엄마) 우리 개울에가서 발잠깐만 담그고 집에갈까?

 

엄마 : 그럴까나? ㅋㅋㅋ

 

하고 자매는 개울가로 걸어갔는데,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던 울엄마.

 

'언니야. 오늘은 개울에 가면 안되겠다. 집으로가자. 얼른.'

 

덥다고 잠깐만 놀다가자는 이모말을 무시하고 울엄마는 이모팔을 잡아끌고 집으로 향했대요.

 

(저희 외가는 집이 두채에요. 한집은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가까이에 있는 산밑에 있는 집은 신을 모시는집. 여기 얼씬거리면 할머니 호랭성깔ㅇㅇ)

 

이모가 왜그러냐면서 엄마한테 물어보니 엄마가 하시는 말씀은,

 

'계곡가에 피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미 흘렸던 피가 아니야. 피냄새가 신선해.'

 

신선하다;; 피냄새가;; 어떤기분일까;; 피냄새가 신선하게 느껴지는건;;;;;;;;;;;;;;;;

 

어쨌든 헛소리라곤 전혀 안하는 울엄마를 잘알고있었기에 이모도 입을 다물고 집으로 향했대요.

 

근데 집에 다다른 엄마는 거주하는 집이 아닌 신집으로 향하더래요.

 

'영아! 너 거기가면 엄마한테 혼나!!' 라고 이모가 뜯어말리려고 뒤에서 따라오는데,

 

신집대문이 활짝열리면서 나오는건 울할머니. (타이밍좋아)

 

평소같으면 신집주변에 얼씬거린다고 폭풍성질을 내시는분이지만

 

그날은 신집문앞에 서있는 엄마를 바라보시더니 '영아, 거가 어디냐? 뭘봤어? 느낀거야?' 라고

 

엄마를 잡아흔들어대며 물어보시더래요.

 

엄마는 아무말도 않고 개울가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할머니는 거주하는 집으로 뛰쳐들어가 할아버지랑 삼촌들을 데리고 개울가로 뛰어갔대요.

 

뛰어가면서도 '너희들은 집에 있어라! 한발짝도 움직이면 안돼!!' 라고 소리지르며 뛰셨다는;

 

한참뒤에 마당이 떠들썩해서 문을 열어보니 동네총각한명이 마당에 무릎을 꿇고있고

 

그옆에는 역시 동네처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더래요.

 

나중에 엄마가 들은바로는 동네처녀를 짝사랑하던 총각이

 

으슥한 곳으로 처녀를 데리고 들어가 하면안될짓(!)을 해버렸던거죠.

 

그때 할머니는 신집에서 기도를 하던 중이었고, 엄마는 하교하는 중.

 

모녀가 똑같은 것을 느낀건데 할머니는 '살려달라'는 소리로,

 

엄마는 그 '신선한 피냄새'로 각기 다른루트로 느낀거였어요.

 

엄마가 맡은 피냄새란.. 뭐 예상하시겠지만 처녀막이 터지면서 나오는 그피냄새;;

 

동네장정들이 몰려와서 그 총각을 두들겨패서 끌고나가고

 

정신을 잃은 처녀의 부모는 할머니집으로 달려와 오열하며 울었대요.

 

그처녀의 어머니는 울엄마의 옷을 붙들고늘어지며

 

'너.. 넌 무당딸이라 알고있었잖아!! 알고있었으면 미리 말좀해주지..'

 

하는 억지를 부리며 통곡을 했다고해요. (차마 할머니한테는 못하고 괜히 울엄마한테;)

 

엄마가 어쩔줄은 몰라하며 울지마시라고 옆에서 위로해드리는데

 

댓돌위에 서서 보고만 계시던 할머니가 한마디 날리시더래요.

 

'보고느끼는걸 전부다 까발리는게 무당인줄 알았나? 천기누설을 할때마다 나와 내딸은

 

 그만큼 업을 쌓는거야. 딸은 무탈할테니 내말을 믿고 집에데려가 몸보신이나 시키시게.'

 

그리고 그냥 방으로 쓩들어가버리셨다네요. (예나 지금이나 본인 할말만하신다는 ^^;;)

 

후에 총각을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고 처녀는 중학교만 마쳤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려

 

도시로 유학을 가는걸로 사건을 일단락 지어졌다고 하네요.

 

그후로 다큰딸을 가진 동네아줌마들은ㅋㅋㅋ 울엄마만 지나가면

 

'어디서 피냄새맡으면 제일먼저 말해줘야해!!' 라고

 

할머니몰래 신신당부를 하셨다는 웃지못할 후문도ㅋㅋ

 

당신의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까지도 살뜰하게 챙기시고 더없이 사랑해주시는 할머니시지만

 

일을보러(점보러!)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찬바람이 쌩쌩 불곤 했었거든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정치인이 쌀가마니와 비단을 들고 집에 찾아왔을땐

 

쿨하게 소금한바가지뿌리고 '니놈이 정치하면 난 이민갈란다!' 라고 하실정도로

 

기센여성의 최고봉이신 울 할머니ㅋㅋㅋ

 

그래서 저또한 기센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게되긴 했지만

 

(본인은 인정하지않음ㅋㅋ 난그냥 한마리 순한양이고싶음.

 

하지만 별명은 고양이, 마녀, 마님 등등ㅠㅠ 인정하지않겠어ㅠㅠ)

 

그래도 무탈하게 살도록 지켜봐주시는 할머니께 항상 감사를!

 

허.. 글쓸땐 몰랐는데 또 마무리가 어색하게됐군.

 

에라이.. 뿅!

출처 http://pann.nate.com/b31950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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