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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4)
게시물ID : panic_97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게썅마이웨이
추천 : 18
조회수 : 21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25 13: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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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댓글들 달아주신거보면서 혼자 껄껄대다 급! 글쓰게되었어요.ㅋㅋ

 

앞에서도 언급했듯. 주변사람들이 저를 부르는 별명 혹은 애칭은 정해져있어요.

 

고양이, 마님, 마녀. 대충 이정도 -_-

 

이중에서 '마님'으로 불리게된일이 갑자기 떠올라서 ^^;;

 

본인이 중학교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했을때.

 

중학교때 친했던 친구들과 무더기(!)로 같은 학교에 진학하게된 본인은 무척 신났더랍니다ㅋㅋ

 

입학식, 반배정 등이 끝나고 배정받은 교실에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며 앉아있었어요.

 

교실앞문을 열고 들어오신 젊은(!!) 남자선생님.

 

평범한듯 훈훈한(?) 선생님이셨어요.

 

훈훈.. 한듯 하지만 눈빛이 매섭더라구요.

 

(본인이 나이를 더먹고느끼게된건데, 어떤 촉을 가진사람끼리는 서로 알아본다는 사실.)

 

젊은남자담임선생님의 등장에ㅋㅋ 저를 비롯한 여성동무들은 꺄오꺄오 환호를ㅋㅋ

 

남성동무들은 교실바닥만 주시했던ㅋㅋ

 

간단히 자기소개를 끝내신 담임선생님의 과목은 국사.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복, 새로운 친구들(본인의 중학교동창들이 학급의 3분의1이였음ㅋㅋ).

 

이래저래 적응하며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봄소풍가는날.

 

장소는 경기도에 있는 수목원과 근처에 있는 절(사찰).

 

어린 동생들 육아에 지쳐있는 울엄마를 배려하여 소풍도시락은 쿨하게 패쓰ㅋ

 

전부 교복을 입고오라는 지시(!)가 있었기에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교복입고,

 

가방도 안메고 학교로 출발ㅋ 친절하게 본인의 도시락까지 챙겨준 친구의 팔짱을 꼭 낀채

 

학교에서 대절한 관광버스ㅋㅋ에 올라탔어요.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수목원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빨빨대며 싸돌아댕기는데, 반장이 뛰어와서 하는말이

 

'우리반 점심은 수목원말고 절에가서 먹는대~ 애들 이동할때 한꺼번에 같이가자~'

 

마침 배가고팠던지라 친구들과 무리속에 끼어 절로 이동.

 

조금 걸어가다보니 절이 보이더라구요.

 

국사담당이신 담임선생님께 절의 역사(?)를 대충 듣고나서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멀리서 뛰어오신 다른반 선생님의 만류.

 

'여학생들은 교복입었으니까, 절마당말고 그 바깥쪽에서 먹이는게 나을거같은데요'

 

그렇지그렇지.. 본인의 학교는 여학생에게 바지교복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전부다 치마교복만 입게했었거든요.

 

아무리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고해도, 젊은처자들이 치마를 입고 떼를 지어 절마당을 돌아다니면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방해가 될수도 있겠다는게 그 선생님의 생각이였어요.

 

뭐.. 틀린말도 아니고, 절마당바로 뒤쪽에는 여러명이 편하게 앉아서 쉴수있는 공간도 있었기에

 

저를 비롯한 여학생들은 절마당뒤쪽으로 도시락을 들고 이동했어요.

 

친구들과 도시락을 펴고 둘러앉으니, 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좋기도 했구요.

 

친구어머님의 음식솜씨에 감탄하며 이것저것 정신놓고 주워먹고 있을때쯤.

 

조용하던 사찰건물중 하나에서 웅성웅성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어요.

 

우리학교애들인가? 라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하려는데

 

기와집(?)같은곳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우르르 뛰어나오시더라구요.

 

(우리가 절에 갔던 시간은 스님들이 수행하며 명상하는 시간이라했음.

 

 그러므로 각별히 정숙해야한다는 선생님의 지시를 3421345960번쯤 들었던것같음;)

 

멀지않은곳에서 내려다보니 어떤스님한분을 다른여러스님들이 붙잡으려는듯 보였어요.

 

웅성웅성 스님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찰나,

 

팔다리를 붙잡혀있던 스님이 점심을 먹던 우리쪽으로 쏜살같이 뛰어오셨어요.

 

붙잡으려하던 다른 스님들도 일제히 따라오셨구요.

 

헐, 뭐야? 하면서 먹던 나무젓가락을 내려놓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스님을 멍하니 쳐다만봤어요.

 

저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달려오신 스님이 우리들앞에 서시며

 

'마님,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라며 깊게 고개를 숙이며 합장을 하시더라구요.

 

마님? 마님? 사극에 나오는 그 마님? 하며 멍때리고있는데

 

그스님이 앞으로 한발짝 서시며 제두손을 덥썩 잡더라구요;

 

헐..... 뒤따라온 스님들은 그저 고개만 흔드시며 중얼중얼 불경을 외고계셨어요.

 

마님.. 난아직결혼도안했는데.. 하며 친구들을 둘러보니 친구들역시 멘붕;

 

그때 어디선가 담임선생님이 벼락같이 나타나서는 그스님의 손을 낚아채셨어요.

 

'스님, 왜이러세요? 학생한테 이러시면 안돼요. 내려가서 저랑 얘기하세요.'

 

하며 스님을 끌고 절쪽으로 내려가려 하셨어요.

 

그때서야 다른스님들도 거들어 저를향해 인사하시던 스님을 밑으로 모시고내려가셨구요.

 

 '마님, 마님! 마님눈이 누구 눈인지 모르시겠어요?'

 

다른분들손에 이끌려 내려가시면서도 스님은 저를향해 저렇게 말씀하셨구요.

 

허... 이게뭔 자다봉창두드리는소리란말인가...

 

정신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친구들은 전부다 저를향해 시선집중.

 

'음.. 스님이 고기가 너무 드시고싶어서 망령이 나셨나부다..;' 라는 싸가지없는 말을 날리고

 

저는 베프팔짱을 끼고 밑으로 내려가버렸어요.

 

친구와 아무도없는곳에 쭈그리고앉아서 아무말없이 한숨만쉬고 있는데,

 

저희를 부르는 친구들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반친구들이 모여있는곳에 가니 담임선생님이 인솔하고 계셨고,

 

저를 뒤통수가 따갑다못해 뚫리는 기분을 느끼며 무리속에 섞여 관광버스에 올라탔어요.

 

저에게 아무말도 못거는 친구들을 무시한채 덜컹거리며 학교에 도착.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해산하려는데 담임선생님이 저희반 여학생들만 교실에 모이라고 하셨어요.

 

'씨X.. 그냥 빨리 집에가고싶은데;' 나오는 욕을 억지로누르고 교실로 들어갔어요.

 

한두명씩 터덜터덜 자리에 앉으니, 담임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니네, 오늘 절뒤편에서 스님이랑 희야(본인)랑 얘기한거. 소문내고다니지마라.

 

 선생으로써, 어른으로써 그리고 니들 보호자로써 얘기하는거니까 내말잘들어라.

 

 희야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지도마라.

 

 만약에 이일로 수근거리거나 하는 사람생기면 니들 전부 졸업할때까지

 

 죽지도 살지도 못할줄알어. 알겠어?'

 

헐. 담임선생님의 그런 단호한모습 처음이야 ;;

 

선생님의 기에 질린건지 친구들은 전부다 알겠다고 대답을 했고

 

저만 잠깐 남으라는 선생님의 말에 친구들은 전부 교실밖으로 나갔어요.

 

'희야, 너 아까 그스님 누군지 알아?'

 

'처음보는분인데요..'

 

선생님은 한숨을 쉬신후, 말씀을 꺼내셨어요.

 

선생님의 어머님이 현재 신을 받은 무속인이라는것. 선생님또한 어릴적부터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게 많았다는것. 반배정이 끝나고 처음 교실에 들어와서 본인의 눈을 보고

 

흠칫 놀랐었다는것. 등등..

 

속세에서 신을 받고 무속인의 길을 걷다가 신력이 약해지거나, 너무강한 신의 기에 눌려

 

몸이 상하거나 혹은 신의뜻을 어기려다 정신이 허물어진 사람들이 절로 찾아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것. 아까 그스님또한 분명 무속인이였을테고 뭔가를 확실히 봤을테지만 일부러

 

캐내어 물어보지않았다는것. (일부러 물어보지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감사..)

 

아주 빠르게 끝낸 선생님의 말씀에 전.. 그냥 할말이 없더라구요.

 

'희야, 니 눈. 누구눈닮은건지 물어봐도되나?' 멋쩍게 물어보시길래

 

'엄마눈닮았어요. 엄마는 외할머니랑 똑같으시구요.' 라고 말씀드리니

 

'그래. 알았다.' 라고 어깨를 두들리셨어요.

 

(나중에 울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직접 절에 찾아가셨음.

 

 그때 그스님은 묵언수행중이시라 말씀은 못나누셨다고.

 

 후에 그스님이 절에 들어가시기전 어느곳에서 신을 모셨다..라는 소식을 들으신 엄마는

 

 그냥 크게 고개만 끄덕이셨음.)

 

그제야 싱긋 웃으시더니 '우리반에 잡귀는 얼씬도못하겠다ㅋ'라고 소근거리시곤

 

이제 집에 가보라고 하셨구요.

 

인사를 하고 뒤돌아 교실문을 여는순간ㅋㅋㅋㅋㅋ

 

요망요망열매를 따먹은 우리반 여자사람친구들은ㅋㅋㅋ

 

복도쪽창문밑에 달라붙어 본인을 기다리고있었네요 ^^;;

 

웃는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다리가 풀릴듯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낄낄대며 손붙잡고 학교앞 분식집에 집합ㅋ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하사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곤, 친구들과 둘러앉았어요.

 

'니들 뭐 물어볼라고 기다린거아니지?' 라고 본인이 먼저 선수쳐버렸구요ㅋ

 

'물어보긴뭘물어봐~ 우리도 눈치가있는 여성들이셔~' 라고 고맙게 대답해준 친구들.

 

떢볶이도 마시고 밥도 볶아 흡입하고.. 그냥 아무일없는듯 조잘대며 떠들다가

 

문득 말없고 조용한 친구한명이 저에게 꺼낸말은 '저기.. 희야.. 마님~ ^^'

 

그렇게.. 전.. 마님이된거죠뭐 ^^;;

 

절배려해주셨던 선생님, 궁금해도 참아준 친구들이 갑자기 너무너무 보고싶네요. 헝..

 

오늘은 이만.

 

뿅.

출처 http://pann.nate.com/b31963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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