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력은 못 바꾼다.”
“한국 감독와 벨기에 감독이 함께 바라본 수능 전쟁”

EBS 다큐 시네마의 첫 번째 작품은 최우영 감독과 벨기에의 스티븐 두트 감독이 공동 연출한 <공부의 나라>(2016년)다. 이 작품은 유럽 다큐멘터리 개발 프로그램인 다큐멘터리 캠퍼스에서 8개월간 4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2015년에는 독일 방송사 ZDF/ARTE와 일본의 NHK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으며, 작품 완성 후 ZDF, NHK,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5개국에서 방송되었다.

<공부의 나라>는 한국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스카이(S.K.Y) 대학 입학을 목표로 치열하게 싸우는 전사들의 기록이다. 최감독과 스티븐 두트 감독은 5년간의 제작 기간을 통해 그 전투 일지를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냈다.

 
 수능 시험에 모든 인생을 걸었다고 믿는 고3 수험생, ‘죽어도 스카이 입학’을 외치며 한 번 더 수능에 도전하는 재수생, 자녀를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밤새워 입시 전형을 공부하는 엄마, 그리고 수능 시스템을 분석해 전략적인 학습법을 제안하는 일타 강사. 이들은 모두 수능이라는 전쟁터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과 전투 중이다.

 한국에서 교육은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교육당국은  매년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내놓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이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한다. 수능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시스템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전략을 짠다. 어떤 이들은 한국의 수능이 성적 지향적, 결과적 가치관을 생산한다고 비난하고, 다른 이들은 수능이 객관적이며 공정한 기회를 주는 유일한 방법이라 찬성한다. 과연 어떤 것이 최선의 길인가. 어떤 방식이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제도인가. 한국과 벨기에의 두 감독은 한국 교육의 정점인 수능의 준비과정을 일 년간 추적하며 수험생, 학부모, 학교, 학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교육을 통해 한국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수험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장이 필수인 한국인. 대학 입학은 수 많은 선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벨기에인. 두 감독의 질문으로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공동연출을 맡은 벨기에 감독 스티븐은 한국의 프로게이머에 관한 다큐멘터리‘State of Play’를 제작하며,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에게 물었다. 
“만약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할거니?” 
아이들은 대답한다. 
“그럼 수능 준비해야죠” 
“왜?” 
“대학가야죠. 아빠가 무조건 스카이 대학 가야한대요. 성공하려면.” 

학생들의 대답에 스티븐은 과거 벨기에의 모습을 떠올렸다. 취업란으로 대학 졸업장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입시는 계속 공부할 학생들만 치르는 관문이며,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1995년에 수능시험을 친 최우영 감독에게 대입은 통과의례였다. 출신대학은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하였며, 계속 그를 따라 다녔다. 그에게 입시는 한 번 더 경험하기 싫은 악몽이다. 벨기에 감독 스티븐과 한국 최우영 감독은 1년 간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한국의 교육에 관한 질문을 하고, 대화하고, 토론한다.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로서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여정을 살펴보고, 한국 안의 사회적 지위와 성취의 의미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