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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현실은 상처받은 사람이 가슴을 곪아야 하는걸까요?
게시물ID : overwatch_590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룐룐이
추천 : 16
조회수 : 932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8/02/01 10:38:42
(노래는 그냥... 지금 제 심정과 매우 흡사한 노래라서 넣어봤습니다. 헤헤 =_=;)

오버워치를 하다가 쌍욕+부모님안부+보이스챗을통한살해협박... 등등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넣어 놓고 온 후

고소장을 넣은 두명중 한 사람이 잡혔습니다..... 네.
중국 아이피니 뭐니 하면서 잡히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그들의 주장은 허세였던 것으로 판명.
아마 나머지 하나도 조만간 소식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암튼. 담당 수사관께서 연락을 주시더군요.

갓 20살이 된 녀석이라고. 사과를 하고 싶어 한다고 번호를 주셨는데
제가 본디 마음이 호구에 가까운 것인지,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지인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진지한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논의를 한 결과 일체의 접촉없이 법대로 처리하자는 결론이 나와
추후 법대로 형사님이 알아서 처분을 요청한다고 답장을 했었습니다.

애초에 합의금을 받고자 했던것이 아니요, 다른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에게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슴은 후련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나의 업보구나...' 라는 생각에 한없이 무겁기만 하더군요.
주변사람들은 '할일을 한거다.' 라며 저를 도닥여 줬지만 말이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처분이 되는줄 알았는데, 또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피의자 조사를 진행중인데, 이 사람이 나중에 무슨 일을 할지도 모르고
한순간의 실수로 기록에 빨간줄이 그어지는게 안타까워 연락을 줬다고 하시는 수사관님.
앞날이 창창한 어린 녀석이 안타까웠다고 하십니다.

물론 강요를 하는건 아니며 제 판단에 맡기시겠다고는 하셨지만
순간 토악질을 하고싶은 마음에 사로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다운 효도를 하지못한 불효를 등에 업고 사는것도 모자라서
생판 남을 통하여 부모님에 대한 치욕스런 말을 죄다 뒤집어쓰고
자신들의 불만의 표출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잘못아닌 잘못으로
채팅과 음성으로 온갖 모욕적인 말과 살해협박을 질척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제 자신이


어느새 불쌍한 불우이웃에게 빵한조각을 나눠주기 꺼려하는 인색한 수전노가 되어있었습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불쌍한 사람을 지나치려는 매정한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피의자가 저와 통화를 통해 사과를 하고싶다고, 대화를 원한다고 하여서
담백하게 거절을 하고 지인들과 다시금 논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넘기겠다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만...
그 시점 이후로 하루종일 우울감 아닌 우울감에 몸서리를 치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목구녕에 밥은 잘 넘어가서 다행이었습니다.힘내라, 똥꾸녕!)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전 어떤 결론을 지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는 저랑 같은 경험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두서없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었을까요?

그냥 제 상처를 받아들이고 그저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척
제 가슴속에서 썩어가는 고름을 끌어안고 그렇게 살다가 서서히 잊어갔어야 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어쩌면 피의자분께서 이 글을 보실지도 모르겠군요.

굉장히 낮은 활률이라 생각하지만, 만약 이글을 보신다면 답변을 남겨주시길... 제가 당신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출처 아 그러고 보니 수사관분이 "게임에서 플레이를 심하게 못해서 상대방이 욕을 한건 아니냐"라고 물어봤던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당시는 뭔 말도안되는 질문을 하시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정정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간 피해자에게 당신이 상대방을 유혹한거 아니냐 라고 물어보는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소름이 끼치더군요.

(여기서 언급한 수사관님은 본문의 수사관과 다른분입니다. 검찰에서 고소장 두개를 다른지역으로 각각 나눠서 날려보내더군요. 무슨 생각인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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