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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13).
게시물ID : love_40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3
조회수 : 143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2/03 17:56:32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토요일에 출근을 해야할 일이 있었으나, 아니ㅆㅂ내는 뭔 기계요???라며, 
월요일의 나에게 일을 맡기고 토요일은 D를 찾아다녔다. 

D가 쓰던 큰방은 물론 거실 베란다 부엌에도 D의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급히 짐을 싸서 나가야하는 와중에도, 
내 빨래들은 개고 다림질해서 옷장에 넣어두었고,
반찬들도 비록 오마니가 손을 대긴 했지만, 며칠 내가 먹을 정도로 작은 반찬통에 담아뒀다.

감자탕집, 빵집, 패스트푸드점, 고깃집등. 내가 아는 D가 아르바이트 하는 가게들을 다 돌아보았다.
역시나 D의 전화번호 정도나 알고, 워낙에 일끝나면 바로 학교나 다른 아르바이트 장소로 이동하던 애라 사람들과 사적인 교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다행히 D의 학교를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급히 학적과 같은 데에 전화를 해보았으나, 토요일. 안받드라.



여름에 비가 좀 씨원씨원하게 내릴것이지, 추적추적 습기만 잔뜩 머금은 채로 내려 
나는 비와 땀으로 푹 절어서 아파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이차 많이 나는 사촌동생들이나 와야 눈길을 주는 아파트 놀이터를 막 지날때였다.
"!!!!!!!!!!!!!!!!!!!!!!!!!!!!!!!!!!!!!!!!!!!!!!!!!!!!!! D !!!!!!!!!!!!!!!!!!!!!!!!!!!!!!!!!!!!!!!!"

미끄럼틀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내 아파트 쪽을 보고 있는 D.
여름날 컴컴할 정도로 어둠이 내린 늦은 시간.
그렇게 3일만에 D를 찾았다.

그 날도 우리가 처음 만날때처럼 비가 왔다.



놀란 표정으로 자기를 큰소리로 부르는 나를 본 D의 그 동그란 눈은 금세 눈물로 가득찼다.
뭐라고는 하는데 너무 울먹거려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들렸다.
"일단 들어가자. 애 몸 차가운거 봐."
처음 잡은 D의 손은 얼음장처럼 찼다.



"이야기는 다 씻은 다음에. 보일러 틀었으니까 뜨거운 물 아끼지말고 팡팡 쓰고, 카드키 두고 간다. 다 씻고 연락줘."



저번처럼 편의점에 가서 오늘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D의 연락을 기다렸다. 

오래씻네...하긴 덥고 습하니까. 
...그런데 이거 너무 오래 걸리는데???
...어 잠깐. 이거 쓰러진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즘, 편의점 쇼윈도 밖으로 우산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가던 D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안도의 표정을 짓는 D를 보고 나는 왜??? 이런 표정을 짓다가...아차. 애 지금 핸드폰 고장났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하아...하아...오빠...저..."
"-_-더우니까 씻으랬더니 또 땀 흘린거봐. 니가 애냐??"
그렇게 말해놓고 나와 D는 ㅋㅋㅋㅋㅋㅋ 하고 웃어버렸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니까. 
덥다. 아이스크림 먹자. 하나 골라.

우리는 우산을 나란히 쓰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
"왜요?"
"쭈쭈바 빨았더니 두통이-_-+"



"지금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정말 많아."
역시 안되겠어. 나가서 먹자. 라며, 냉면집에 가서 물냉면에 만두를 먹고 땀을 좀 식힌 후에 내가 말했다.
"어디있었어?"
"친구집이요."
"진짜?"
"네."
"계속?"
"첫날만..."
"어제는?"
"과실에..."

한숨이 팍 나왔다.

"왜 전화 안했어?"
"전화기가 고장나서요."
"아니 그냥 나한테 전화해도 되잖아."
"아저씨 명함에다가 제 친구 전화번호 적어놨잖아요. 왜 전화 안주신거예요...우아아아앙."

냉면집은 D의 울음에 당혹스러움으로 가득찼다가,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절대 에어컨 때문이 아님.
너 이 새끼 뭔데 여자애를 울리고 그르냐??? 냉면육수를 코로 마시기 전에 실토하지 못해???라는 분위기였다.
"어;;;;그 야....;;;; 일단 그만 울고...;;;; 자 휴지;;;;; 눈물 닦고;;;;; 코 안 풀어 돼??? 괜찮아. 킁해 킁."
"아저씨 방에 침대 베게 위에 올려놨단 말이예요. 친구 전화번호."

주마등처럼 그 날 상황이 머리를 스쳐간다.
당황해서 방에 들어선 나.
그 황망한 와중에도 D가 정리하긴 했어도 엄마한테 어째 방꼬라지 이게 뭐냐고 혼날것 같은 위기의식.
그래서 방치우고 비질할때, 내 명함쪼가리가 왜 방바닥에 굴러다녀???라며 휴지통에 던져넣은...
헉!!!!!!!!!!!!!!!!!

"어이쿠야!!!! 너도 너다. 다른 메모지에 적어놨음 됐잖아."
"혹시 몰라서 문자도 보냈단 말이예요."
"문자???"

아...하필 그 날 같이 고장난 내 핸드폰-_-
그리고 아마도 하필 그 타이밍에 보냈을 문자.
새로 개통하면서 문자가 쏟아지니까 귀찮아서 대충대충 보고 눌러버렸던 그 문자들.

원래는 여자애가 응? 연락도 안하고 응? 그런 험한데서 잤단 말이야? 응?하고 떼끼 할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이거 다 내 잘못이 되버려서 할말이 없었다.

"미안해."
"아니예요. 오빠가 무순 잘못을 하셨다구..."
"그래도 미안하니까..."
"?"
"거기 마지막 만두 너 먹어도 돼."

아이참...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니까 애가 자꾸 그러네.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일어났는데, D는 그 피로한 몸으로 벌써 아르바이트를 가고 없었다.
오마니가 가져온 오이는 상큼한 오이냉국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거에 아침을 먹고, 오늘 안해놓으면 내일 뭣 될것 같은 회사일을 좀 처리해놓고 있자니, 
삐리리릭.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 집에 이름이랑 성 정도만 아는 11살 차이나는 여자애가 사는 게 정상이 아닌데,
지금은 그 아이가 없는게 비정상으로 느껴진다.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수고했어."
" ^^ "
"왜?"
"...그냥."
"배고프다. 밥먹자."
"얼른 저녁 차려드릴께요."
"고기먹을거야. 그대로 뒤로돌앗!!!해서 나가면 돼."
"안돼요. 또 외식?"
"너 오늘 고깃집에서 알바했어?"
"아뇨."
"그럼 먹어도 돼. 가자."
"글쎄 오빠는 식비지출이 너무 커요. 엥겔지수 알아요?"
"너보다 11년은 더 살았는데 그 정도 상식도 없을까-_- 엥겔이고 앙헬이고 벵거고간에 오늘은 고기먹는 날이야. 내가 정했어."
"아이참..."



D랑 일요일 저녁마다 이러는게 내 삶에서 정상이 되버렸다. 

그 돼지갈비집가는 동안 D는 또 얼마나 "내가 차려줄려고 했는데..." 라고 그 작은 입으로 투덜거릴까.

엘리베이터에서 나란히 서자,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D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아이참 또 왜???"
"그냥 괴롭히고 싶어졌어."
D는 내 옆구리에 몸을 힘껏 부딫혀 온다. 
말도 점점 짧아지고 가끔 툭툭 부딫히는 것도 점점 강도가 세진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그런 말을 하는 나를 보고 D는 생긋 웃고 자기 우산을 접더니 내 우산 밑으로 들어왔다.
"쫍아. 니꺼 써."
"길 좁아지잖아요."

오늘은 기본 3인분이다!!! 
내일 출근하니까 술 마시지 마.
뭐? 그럼 고기를 뭐하러 먹어?
글쎄 안돼. 
니가 내 마누라야?
마누라 아니어도 그건 안돼.
쳇.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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