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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14).
게시물ID : love_40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4
조회수 : 150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2/04 09:30:57
"목요일 저녁에 알바 안가지?"
"네? 아뇨. 가요."
"엥?"
"방학이잖아요."
"...너 대체 언제 쉬어?"
"방학때는..."
"...그럼 시간 날때는 언제야? 한 두시간쯤."



"어. 나다. 좋은 말씀 한번 더 전하려고 그러지. 야. 그 전에 나 새로 기변할때 한대 더 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래 임마. 내가 빵5개와 물고기2마리로 기적을 행하시겠다고. 2G에서 넘어가니까 더 챙겨줘. 뭐? 안돼? 딴데 알아봐? 얼마까지 알아보셨냐고? 너한테 통수 안맞을만큼은 알아봤지. 뭐임마. 얼마?
장난똥때리냐? 아. 맞다. 나 애 주민번호 모르는데...너 이 날 시간돼 안돼? 안돼? 그럼 되게 만들어야지. 내가 너를 기름지게 하러 가잖아. 기계는 최신껄로. 좀 싸게 해봐. 한달만에 두대 개통해주잖아. 저번 기변도 내가 좀 더 냉정했음 그 가격에 안해. 어...잠깐만 이뇬아. 형 계산기 뚜들기잖아...안돼. 좀 더.
뭘 밑져. 내가 너 아직 졸라게 깔아두고 딜하는거 뻔히 아는데. 안돼? 너 진짜 뚝배기 열어서 직접 뇌호흡하게 만들어? 어디어디...야는 꼭 아름다운 단어를 써줘도 욕을 얻어들을려고 이래...오...그래...여기까지만 하자. 너도 좀 남겨야지. 맞추니까 되네. 거 여까지 해줄거면서 그래. 내가 아까 말한 날. 고갱님...호갱님 말고 짜쌰. 고갱님 모시고 갈테니까 세팅 잘해놔라. 그냥 신분증만 스캔뜨면 바로 개통되게 해놓으라고...내가 이걸 거저 먹겠냐. 너 소고기 꾸운지 오래됐지? 형이 널 기름지게 만들어준다고 했잖아. ㅇㅇ 많이 먹어. 무한리필집 갈거니까."

그리고, 이거 기존 이 번호 요금 얼마냐??? 못 알아봐??? 주민번호 없어서??? 그럼 그 날 신분증 있음 알아볼수 있어??? 그럼 최대한 그 쪽에 가깝게 요금불러주고... 분리납부 신청서 줄께 내꺼에다 붙여서 나머지는 내가 내기로 했다. 
요즘 대학생이 피쳐폰이라니;;;;
공무원공부하는 애들 중에 카톡도 안하려고 그거 들고다닌다는 애는 들어봤어도;;;;




"오래 기다렸죠?"
"아니."
"휴가인데 좀 쉬시지."
"쉬니까 이 더운 날. 커피나 한 잔 하자고 불렀지. 가서 차 한잔 마시고 땀 좀 식힌 다음에 다음 알바하시는데까지 모셔다 드릴께."
"고마워요."
"유어웰컴 댓츠올라잇."




"..."
"...왜?"
"전자상가에 커피집이 있어요?"
"있지 왜 없어. 내려."

"여~도모다찌~히사시부리~"
"광복한지가 반세기가 넘었는데 여 아직도 식민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놈이 있네. 세팅은 했냐?"
"아. 했지. 이 쪽은 누구?"
"아. 넌 몰라도 돼."
"여자친구라고 하면 죽일거야. 내가 암만 너 혼자 사는 꼴 보기 힘들어하지만, 사람이 윤리와 도덕으로 카바가 되는 범위가 있어. 고등학생은 아니지."
"저 고등학생 아니예요."
"...예??? 신분증 좀 봅시다. 거짓말."
친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신분증을 받아다가 거기 좀 앉아있어, 냉커피 내줄께.라고 시선을 돌리고 자연스럽게 스캔을 했다.
"쟤는 내 친구 폰팔이. 이제 내가 너를 저 놈 고객으로 만들어줄께."
"네???"
"언제까지 공중전화에서 전화할거야. 나 모르는 번호 안받는 사람인데, 너땜에 자꾸 보험권유전화까지 받잖아. 내가 불편해서 못쓰겄어."
"자. 요즘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 모델."
"네???"
"보기나 해. 쟤가 나한테 빚이 많은 애라, 겁나 싸게 해달라했어. 오늘 겨우 그 조건에 맞춘거니까 함 봐바."
친구는 우리 대본대로 좔좔좔 읊었고, 나는 분리납부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한 봉투를 슬쩍 안보이는데 올려놓았다.
"...이 가격에 돼요???"
"당연히 안되지. 저 친구가 하도 알아봐달래서 끌어올수 있는데로 최대한 끌어와서 이 가격."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지금 D의 머리는 사칙연산으로 복잡할게다. 
"...이러면 저 옛날 폰이랑 크게 차이가 없네요?"
"그럼요. 그럼요. 내가 엄청 고생해서 싸게 알아봤다니까. 이거 밑지는건데..."
D 뒤에서 밑지긴 개뿔이??? 라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 친구 얼른 눈을 돌린다.
"여기랑 여기랑 여기. 형광펜으로 된데 싸인하면 되요. 케이스 서비스로 드리고, 필름은 붙여줄건데 떨어지면 여기 제 명함이니까 여기 오면 바로 갈아줄께. 다른데서는 돈받는데 친구소개로 온거니까 필름은 서비스."

그렇게 피쳐폰쓸때와 그닥 큰 차이없이 최신폰을 받게 된 D는 손까지 바들바들 떨며 기계를 받았다.
"야."
"왜?"
"카톡이랑 깔았냐?"
"...내가 그거까지 해야 돼?"
"물러물러. 고객서비스가 왜 이래???"
"아. 알았어. D씨 줘봐요. 여기 들어가서...이거랑..."

나랑 뭐 처음 먹으러 가거나, 처음 놀러갈때나 보이는 저 초롱초롱한 눈빛. 
제수씨말고는 여자로도 안보는 친구였지만, 그 초롱초롱한 눈빛이 귀여웠는지 다른것까지 다 세팅을 해준다. 

나는 달디단 믹스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간다. 밥먹고 싶을때 연락해. 고생했으니까 밥사줘야지."
"어. 무한리필집은 안갈거야."
"그럼 안가는 걸로 알께."
"뭐 임마."
"ㅋㅋㅋㅋㅋ 나오지마. 니가 시간될때 연락 주고."
"오냐. 잘가요. 뭐 안되면 오빠한테 연락해. 친절상담해드릴께."
"고맙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가는데, 얘는 뭘 열심히 꼼지락거린다.
뭔데? 이러고 있는데 위이이잉~하고 진동이 울린다.

"고마워요."
D의 사상 첫 까똟은 나에게 보낸 그 네 글자였다.




물건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완전히 포기하고 사는거지. 
D는 그런 애였다.
솔직히 내 벌이로도 어느 정도는 사줄수도 있는데, D는 정말 한사코 거부했다.

너 신발 하나 더 사줄께.
싫어요.
고집피우지말고...그래? 볼링쳐서 나 이기면 포기할께.
오빠랑 나랑 점수 차이 많이 나잖아요.
50점 얹어줄께.
80점 넘게 차이나는데;;;;
그렇게 혼을 담은 볼링을 친 D는 사상처음으로 100점을 넘기며 딱 148나온 나를 기어이 이기고 신발을 안받았다.

사주려는 나보다 미안해서 안받으려는 D의 간절함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응?




학기 중에는 학교수업 맞추고 하다보니 새벽 1시 2시까지 알바하고 오던 애가,
요즘에는 밤 10시면 집에 들어와서 전보다 더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새벽부터 나가서 아르바이트하고, 밤 10시면 녹초가 될텐데도 D는 내 앞에선 항상 씩씩하게 있었다.

D가 씻을때면 나는 항상 카드키를 현관 신발장 위에 두고 밖에 나가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있다가 연락오면 들어갔는데,
"씻어라. 연락 줘."
꾸욱. D가 나가려는 내 뒷덜미...아니아니...내 옷자락을 잡는다.
"엥?"
"안나가도 돼."
"엥?"
"오빠 나 여자로 안보잖아."
"...그러긴 하지."
"그런데 왜 자꾸 나 씻을때 나가???"
"...너 그래도 여자애인데 불안해할까봐 그렇지;;;;"
"안 불안해. 오빠는."
"야.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불안하고 말래. 미안하니까 이렇게 나가있지마요."
"그럼 방에 들어가있을께. 거실보다는. 오케이?"
"응."



방에 들어와 선풍기켜고 누워있으니 큰방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그래도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여자를 찾는게 남자인지라, 나는 이어폰을 꺼내 음악소리를 크게 틀었다.
시끄러운걸 싫어해서 이어폰 볼륨조차 항상 한칸만 켜고 다니던 나였는데, 몇년만에 이어폰 볼륨을 5칸이나 키웠다.

이어폰 소리때문에 D가 다 씻었다고 불렀는데도 몰랐다. 
이어폰 소리때문에 D가 오빠 자???하고 노크하고 문여는 소리도 못 들었다.
나는 방문을 등지고 돌아누워 사탕부수기게임을 하고 있느라고 문열고 들어오는지도 몰랐다.
에잇!!!하고 폴짝 뛰어 D가 내 출렁출렁한 옆구리에 올라타고서야 그 샴푸냄새와 비누냄새와 함께 D가 들어온걸 알아차렸다.

"악!!!! 뼈맞았어!!!!"
"어???? 미안해 어디어디."

D의 팔꿈치가 내 골반뼈를 제대로 때려버려서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는 나를 보고 D는 정말 기겁을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나와 당황해 어쩔줄 모르는 D.

두 젊으...아직은 젊다고 생각하는 남자와 확실히 젊은 여자애가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그렇게 둘이 마주보고 있었다.

"D."
"...으응?"
"방에 가서 자라. 거실에서 공부하다가 탁자에 엎어져서 자지말고."
"...고마워 오빠."
"별 말씀을."




D의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다음 날,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버린 나는, 
아침 회의때 사장님 + 엄하디 엄한 상무님 앞에서 풀침을 해버렸고, 
사장님이 허허허. 새벽부터 나오니 그럴수도 있지. 라며, 넘어가주셨는데,
상무님. 부장님. 팀장님. 차장님. 과장...아니. 내도 과장인데, 다른 과장한테까지 혼났다-_-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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