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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15).
게시물ID : love_40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8
조회수 : 169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2/04 19:46:14
친구들 정모가 있는 어느 횟집.
회사가 여기서 제일 멀고, 주차하기도 마땅치않아 집에다가 차 대놓고 다시 전철타고 오다보니 애들 벌써 한병이상씩은 빨 시간이 되서야 도착했다.

안내받은 방 문 앞에 서니, 내부는 시끄럽다 못해 경찰을 좀 불러야겠는걸??? 싶을 정도였다.

"형왔다. 이 쉐키들아!!!...뭐? 왜?"

하나마나한 멘트하며 들어서니, 내부는 조용하다 못해, 경찰을 좀 불러야겠는걸??? 싶을 정도였다.

"...아...앉아."
"...어...어...그래...;;;;"

갑자기 왜들 이래? 
내가 자리에 앉으려들자 방석이 세팅되고 새 앞접시가 놓이고 포장되어있는 젓가락과 숟가락의 포장이 벗겨지고,
와사비와 간장 초장이 세팅되었다.(야이씨. 초장에 와사비 섞어주라고-_-)

"...자. 한잔 받아."
"받지말래도 받을거여. 갑자기 왜 떼쥐뢀들이야??? 단체로 손잡고 염라대왕면담날 잡았어???"
"너...그...여자..."
"여자??? 뭔 소리여???...야이씨 이 폰팔이 새끼 어딨어!!!!!!"
저 구석에서 뭔가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튀어나가길래, 냅다 물수건을 집어던져 그 놈의 싸다구에 명중시켰다.
오올~전직 초딩1년차 야구선수~쏼아있네쏼아있어~
"너너 이쉐키 너 잘걸렸다. 너지? 이새끼야? 요금 좀 눈탱이 맞아도 친구라고 가서 개통해줬더니 부가서비스 끼워넣은 새끼가??? 야!!! 이 쉐키 양다리잡어!!! 셋째는 낳을 생각없다던데 오늘 알 좀 깨줘야겠다."

술도 한잔 안마시고 왜 이래???라며 친구들은 나를 말리지 않고, 폰팔이 놈의 양다리를 잡아 벌려주었고, 한놈은 아까 내가 잡아던진 물수건을 주워 폰팔이놈 입에 물려주었다.
"가서 제수씨한테 정관수술보다 더 확실하게 수술했다그래라. 화장법도 좀 배우고, 면도날 ㅈㄹㅌ꺼 쓰냐? 그거 나 줘. 이제 쓸일 없게 만들어줄깨."
"우우우우우으으으으으읍!!!!"

우리 서른넘어도 이렇게 놈.



"어리다던데?"
"어리지. 이제 21살인걸."
"어우야...우리 군대갈때 이제 분수나눗셈 배우고 그랬을거 아녀. 시상에나."
"나이차가 그렇다는거지. 사귀고 그러는건 아니여. 룸쉐어 그런거지 뭐."
사방에서 에헤이~쥐뢀하네~하며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남녀칠세부동석인데, 남녀가 한지붕아래 살면 그거지 뭐.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기어오른다더니, 차이고 술에 쩔어 살던 놈이 사귀지도 않고 동거 먼저 시작이여?

마침 나와서 새로 뜬 광어를 들고 온 이모님께, 이모. 구급차 넉넉하게 불러줘요. 이따가 몇 몇 실려나갈거야.라니까,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라고 등짝만 맞았다.



"글쎄 사귀는거 아니야. 이놈들아ㅠ.ㅠ 어째야 믿어줄거야ㅠ.ㅠ"
축구야구게임주식등등등 이놈들 관심사로 아무리 화제를 돌려도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멘탈이 지쳐 술이 빨리 올라와버렸다. 
방심했다. 



몇명이 수군대며 나가길래, 담배피러 나가나보다 했다.
술 그만맥여. 이것들아. 2차 안갈거야? 남은건 2차가서 마셔야지. 이러고 있는데...

등 뒤에 문이 열렸다.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내 등뒤만 쳐다본다.
누구 제수씨 온겨??? 라고 뒤돌아봤고, 내 눈도 동그래졌다.

다운로드.jpg

이런 느낌???

D였다.




내가 술이 올라와 지갑이랑 핸드폰을 저 쪽에다 팽개쳐놓은 사이.
우리 총무님은, 이 쉐키는 왜 회비안내고 처먹고만 앉아있어.라며 내 지갑을 루팅하려 했다.
그때 하필 까똟이 왔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줄 모른다고, 늦게 시작한 까똟재미에 빠진 D가 알바틈틈히 내게 까똟을 보내던 중이었다.
한창 술먹느라, 답장이 늦으니까 뿌우~하고 오빠 언제까지 술마셔요? 너무 많이 먹지 말구, 일찍 들어와서 쉬세요.라고 보내던 타이밍을 총무놈이 봐버린거였다.



-오빠 지금 술 너무 많이 마셔서 혼자 못감. 좀 데리러 와
-많이 마셨어??? 괜찮아???
-안 괜찮아. 여기 ...에...인데...오빠가 택시비 줄께. 좀 데리러 와줄래? 
-오빠친구들...
-애네 탁송까지는 안해줘. 폐기처리는 해줘도...

까똟으로 홀랑 낚인 D는 알바끝나자마자 평소같음 돈아까워서 안타는 택시를 타고 여기로 달려왔고,
출발한다는 말에 대충 시간을 가늠하던 친구들은 택시가 올때쯤 택시가 내릴만한 장소 1,2,3,4로 흩어져나가, D가 내리자마자 택시비 대신 내주고 데리고 왔다.



"이모!!!! 이거 싹 다 치우고 새 상 봐줘요!!!"
"귀한 손님이 오셨어요!!! 메뉴주지마!!! 그냥 비싼걸로 내와!!! 현금으로 드릴께 팍팍 내와!!!!"
"오!!! 니가 쏘냐?"
"아니. 얘랑 저 여성분 빼고 다 n빵."
"이모!!!! 스톱스톱!!!!"

기분이 팍 상했다.
애랑 나랑 사귀고 하는것도 아닌데, 장난처럼 불러내온 이 놈들을 어떡게 조질까. 그 생각이 막 들었다.

너는 아직 국밥집 60만원 해결 안됐지??? 오늘 너는 밖에서 잔다.
너 낚싯대 잘 소명됐냐??? 오늘 너도 밖에서 잔다.
너 선보기 싫어서 여친있다고 뻥쳤지?? 넌 오늘 호적에서 파낸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데스노트를 작성해나갔다.
너무 진지하게 그러고 있으니,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친구들이 농도 못 건다.

"미...미안해...요."
"너가 왜 미안해. 이놈들이 범죄자지. 기왕 온거 먹고 들어가. 이집 쓰기다시도 잘하는데, 회맛이 괜찮아. 많이 먹어. 쟤들이 낸다니까...이모...소주말고 그 황금색술줘요. 좋은거 맥일거여."
"우오오오오오오오!!!!!"
"...많이들 즐겨라. 오늘 다들 밖에서 잘테니까. 방금 제수씨들 어머님들께 하나씩 떡밥을 던졌으니, 스펙타클할거야. 즐겨. 이 최후의 순간을."

그러고 탁. 소리를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놓자, 룸은 혼란에 휩쌓였다.

그리고 다들 부리나케 전화들을 한다. 이 멍청이들 자진납세며 고해성사를 하고 있더라. 귀찮게 언제 한놈한놈 보내줘-_-



이건 도미...??? 이게 광어던가??? 이건 확실히 연어고...
백날천날먹으면서도 어떤게 무슨 생선인지도 모르는 나는, 이거 어떤 생선이예요???라는 물음에 얼른 대답을 못해줬다.
몇놈은 술이 되서 여기저기 널부러져서 자고 있고, 나머지들은 거의 다 뛰쳐나가 자진납세신고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음...이 중에서 제일 맛있는게 어떤거야?"
"음...이거???"
"아. 그건 광어지느러미다. 확실해."

몇년전 헤어진 그애도 좋아했던 그 부위.
딴건 다 내 입에 하나를 더 줘도, 이것만큼은 맛있다고 홀라당 먹던 그 부위.

"너 내일 알바 언제가?"
"내일은 좀 늦게 출근해요. 아직 괜찮아."
"그래. 그럼 맛있는거 더 먹어. 이모~여기 튀김 좀 빨리 주세요~"

하나둘씩 기어들어온다. 
그리고 나에게 비난을 쏟아부으려는데, 내 옆에 앉은 조그맣고 귀여운 아가씨가 동그래진 눈으로 오빠들은 왜 안드세요???라니까,
무장을 해제하고 각자 자리에 앉는다.

"저기...애기...아니아니...학생은 몇살??? 진짜 고등학생은 아니지??? 아니라고 해. 나 지금 112 눌렀어."
"저 진짜..."
"야!!! 폰팔이!!!!"
"고등학생 아님!!! 대학생임!!!! 내가 봤어!!!"
폰팔이 술에 꼴아 자다가 내 일갈에 잠결에 대답하고 다시 잔다.
"...의심하는게 아니고...너무 동안이라 그랬어요. 오해하지말고. 그럼 다들 거국적으로 한잔...야. 저기 꽐라들 깨워라."
여기저기서 꽐라들 깨우려고 발길질이 이어지고, 다들 졸린 눈을 비비고 잔들을 채운다.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여. 무슨 사연인지는 당사자도 잘 모르는것 같던데...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 독거노인 고독사 안하게 잘 챙겨주다 가요. 우리도 그동안 무단침입 안할께. (비밀번호 고장난 이후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놈들이-_-+). 자!!!! D학생의 건강을 위하여!!!!"
"야. 우리 벌써 다 마셨어. 너는 사설이 너무 길어."
"야이씨 배신자놈들아!!!"



"이거."
회장놈이 봉투를 D에게 준다.
"대학생이랬지? 우리가 주는 1차 장학금."
내가 확!!! 뺏아다가 내용물을 확인한다.
"하나둘셋넷다섯...뭐냐? 이거 책거리값도 안된디-_-???"
"택시타고 가라고 택시. 여자애한테 돈 바로 주는 취미 없다."
"제수씨한테는???"
"봉투넣어줄틈도없이 지갑에서 빼가는데 뭐. 택시타고 가라."
"안그래도 전철끊겨서 그래야 한다. 가라. 다음에는 이딴 짓 하지말고."
"어. 그래."
"폰팔이!!! 인사안하고 가냐???"
"부가서비스 해제시켜놓을께~"
"凸-_-凸"
"잘가~내꿈꿔~"

다들 왁자지껄하며 각자 방향으로 흩어진다.

"...늦었네...이 시간이면 너 자고 있어야되는ㄷ...???"

나를 보는 D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왜 그렇게 말똥말똥한 눈으로 봐???"
"신기해서요."
"뭐가?"
"오늘같이 오빠 다양한 표정 본 적 없어서."
"엥? 나?"
"오빠는 나랑 있을땐 피식 웃거나, 당황해할때 아니면 항상 모아이처럼 뚱한 표정인데...친구들이랑 있으니까 잘 웃고 그러네요?"
"모아이라니..."
"얼굴크잖아."
"까불지마 짜쌰."

헤드락을 걸고 알밤놓는척 콩콩 때리자, D는 꺄하하하하. 하고 웃는다. 
그리고 반격한다고 내 옆구리를 막 간지럽히는데...
불어난 살이 신경을 덮어버린터라, 간지럽지도 않았다.

"갑자기 내 친구들 앞에 서게 되서 당황했지??? 워낙에 민폐끼치는데 면역이 된 애들이라."
"으응. 즐거웠어요. 맛있는것도 많이 먹었구."
"즐거웠다니 다행...그나저나 택시 드럽게 안잡히네...아. 저기 가자."
"어디요?"
"...쉬었다가자..."



저기 싫어요. 나 안들어갈래.
어허. 오빠만 믿어.
아...진짜 안돼요. 싫다는데 왜 이래요.
쓰읍!!! 글쎄 들어와 보라니까.




눈얼음에 가서 팥빙수를 먹으며 술기운을 달랬다. 
역시나 D는 어마무시한 팥빙수 가격에 기겁을 했지만, 막상 나오자 잘 먹었다.
D는 뭘 먹이면 반응이 너무 좋아서, 사주는 보람이 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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