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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17).
게시물ID : love_41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2
조회수 : 159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2/06 23:31:14
"이걸 도장찍어주면 우리는 줄줄이 사탕으로 시말서여. 근무평가 깍이고 싶어? 내가 신문사 교정담당이야뭐야. 오탈자는 또 왜 이렇게 많아...빠꾸빽도."
"3일 샜는데요 과장님ㅠ.ㅠ"
"그럼 참조에 3일 밤샌거 근태도 참조하지 그랬냐. 이거 올리면 우리 5일 밤새. 깝치지말고 하루만 더 새. 이거 회사기둥 하나 걸고 하는거니까 신경쓰랬잖아. 훠이훠이 돌아가. 비맞은 강아지 눈깔해도 안찍어줄거야...아. 전화왔다. 얼른 가...그거 자료 몇개 주고 가. 내가 다시 검토할테니까, 웃지마. 웃으면 정들고 정들면 빵값들어. 훠이훠이 물렀거라...어. D. 왜 안들어와?"

전화는 D였다. 첫 출근날.

"저...저기...어디로 가면 되다고 했죠?"
"애가 당황해하니까 존댓말을 다 쓰네. 인포가서 우리 회사 이름대면 출입증 줄거여. 직원이름까지 물으면 내 이름 대면 돼. 그리고 8층와서 운영부로 가. 그때 그 차장님 있어. 찾아가."
"오...오빠는 안나와요?"
"지금 이걸 검토하는게 빠를까, 사직서 쓰는게 빠를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중이라. 그럼."

전화를 끊었다.

다른 인턴들...그러니까 대학교4학년이나, 대졸자 인턴들은 아침에 OT를 다 마쳤다.
그러나 아직 학생인 D는 그러질 못했지. 수업있었으니까.
역시나 인포에서 살짝 잡혔는지, 내 자리로 전화가 온다.

"네. 들여보내세요. 저희 회사 새 인턴이예요."



"여기가 마케팅부. 아. 부장님. 인턴 한명 사정이 있어서 늦는다고 했잖아요. 그 인턴입니다."
"아. 어서와요. 잘 왔어요. 잘 부탁해."

한 명 빼고 다들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 한명이 나임. 갑한테서 전화와서 말도 안되는 조건들을 쏟아내길래 담당부서에 문의하겠습니다. 제가 확답을 못 드리죠. 관련 공문 보내주시면 협조전이라도 써야죠.라고 아오ㅆㅂ 계급장 좀 떼어봤음 좋겠다. 이러고 있었다. 

"야. 바쁜척 하지마. D씨 여기는 잘 알지?"
그제야 겨우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영업부의 구멍. 김XX과장."
"다 차장님하던거 고대로 따라하다가 이래됐습니다. 차장님 따라가려면 멀었죠. 블랙홀이시잖아요."
이 주둥아리를.이라며 차장님은 이놈!!!하신다. 

오피스룩을 갖춰입고 온 D는 또 새롭게 보였다.
D도 보통 마른 체형이 아닌데, 친구한테 빌려온듯한 그 옷은 친구가 키가 작은지 많이 짧았다. 특히 치마.
내가 그때 그 짧은 치마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냐면, 여자사촌동생이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었을때 한숨을 푹푹 쉬던 이모부 느낌이 이랬을까??였다.
물론, 나는 야야. 너는 지금 미니스커트를 모독하고 있는거야. 니 비록 잡아먹은 돼지가 1개 중대쯤은 되지만, 알라의 말씀을 섬겨 히잡을 칭칭 감도록 해. 라고 했다가, 알라신 만날뻔했다.

"마케팅팀에 김XX과장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D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여? 끝?"
"...뭐 더해요?"
"아니. 니 추천인데 뭐 충고라거나 따듯한 인사라거나..."
"...그래야 돼?"
"그럼 그냥 보내?"
"...그럼 더 있으라고 그래?"
"...하긴 그렇네."
"...그렇게 하세요 그럼."
"...어. 그래. 가요. D씨."

D는 꾸벅 인사를 하고, 차장님을 따라나선다.

"뭘 그렇게 무게를 잡아."
팀장님이랑 부장님이 내 자리로 오신다.
"...무게 잡은거 아닌데요-_-...무게 잡을것도 없지. 안그래도 무거운 몸땡이인데."
"야. 니가 그렇게 정색안해도 니가 꽂은 거 다 아는데."
"얼마나 개념없다 그러겠어요. 과장나부랭이가 인턴뽑는데 힘썻다고."
"하긴. 그거 졸라 마이너스먹고 들어갔을건데."
"상무님이 신파극 찍어다더라구요. 왜 상무님 고생하는 학생들 꼴 못보잖아. 알바 다 때려치고 들어오라 그랬대."
"그리고 나 힘 안썻어."
"넣어달라고 한거 아냐?"
"아녀요. 채용조건만 바꿔달랬지. 대졸이상이 아니라, 대학재학 이상으로."
"그게 더 대단하다. 품의 다 난걸."
"저번에 중국 계약 따와서 그런가. 그린라이트가 켜지네. 내 연봉인상이랑 진급만 빼고."
쥐뢀말고 저번에 말한거 보고서 어디다 내다팔았어. 왜 결제 안올라와??? 가시죠. 부장님. 이런 빠진놈은 일로 부려먹어야합니다. 라고 팀장님은 부장님을 모시고 자리를 떴다.



어차피, 인턴 첫날은 대학교 첫수업날 같은거라, 간단히 오리엔테이션하고 출첵하고 땡이다. 
안 그래도, 끝나면 먼저 들어가. 너가 나보다 맨날 늦게 들어와서 그렇지. 나 원래 졸라 늦게 끝나. 라고 말했던 터였다. 
먼저 간다. 먼저 들어갑니다. 야. 넌 어디가. 이리와 앉어.라며 시끌시끌한 법정근로시간도 지나고, 초가을 어둠이 내리고서야 컴퓨터를 껐다.

"에고고고...커피나 한잔 빨고 가야지."
책상을 대충 치우고, 사무실 소등하고 휴게실에서 커피나 한잔 뽑아마시고 가야지.하고 휴게실로 들어갔다.
"어머나ㅆㅂ 없는 애 떨어질뻔했네. 먼저 집에 가라니까."
D는 그때까지 불꺼진 휴게실에서 노트북켜고 레포트쓰고 있었다-_-
"고생하셨습니다." 
"여기 불 안쓴다고 관리비 싸게 나오는 건물 아니니까 불켜고 해...왜 요즘 잘 안쓰던 존댓말을 쓰고 그래. 법정근로시간 끝났어."
"...아. 커피드실거죠? 뽑아드릴까요?"
"아??? 내가 손이없니발이없니. 내가 뽑아마셔. 그리고 우리 회사 여직원이 커피타다주는 그런거 용납안하는 회사야. 과장이상은 그 날로 사직서내야돼. 너도 누구 타다주고 그러지마. 사장님도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다마시는 회사야. 알았지? 우리 회사 인턴들 업무에도 차심부름 없어...야이씨...처묵기만처묵고 캡슐꼽아놓는 사람이 없어. 달달구리한거 어디간거야...아. 여있네. 너도 마실래?"
D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 자기 커피는 자기가 마신다면서요?
"근데 남자직원이 여직원 타다주는건 또 뭐라 안그래. 앉아있어. 그리고..."
"네?"
"컴터 꺼. 이거 들고 차에 타서 집에 가자."

카드찍고 나가는걸 보더니 D는 또 신기해한다.
"이거 정사원들만 나와. 인턴들은 딱 맞춰 출근하고 딱 맞춰 퇴근하면 돼. 그래서 이거 안나와."
"네..."
"...너한테 하루종일 존댓말 들으니까 내가 더 어색하다. D, 긴장 좀 풀어."
"네???...아...으응."
"옳지옳지. 걸음마걸음마. 천천히 하던대로 하자고."
나 애기아냐.라며 D는 또 힘껏 내게 몸통박치기를 시도한다. 평소라면 그냥 맞아줬는데, 이번에는 사이드스텝으로 슬쩍 피해줬다.
휘청. 나는 얼른 D의 팔을 잡아주었다. 
우리 처음 만난 날. 처음 피워보는 담배에 히내리와서 휘청이던걸 얼른 잡아주다가 잡았던...그때처럼 얇은 그 팔뚝.
"너무 푸셨어. 조금은 동여매."

뿌우!!!
평소보다 입술을 삐죽이며 부푼 뺨이 조금 더 부풀었다. 짜씩. 많이 창피한 모양이군.

"내일은 몇시부터 출근?"
"아. 네. 내일은 휴강이어서 아침부터 나오려구. 아까 차장님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하라셨어."
"...왜 그랬어. 그 시간엔 놀아야지. 무슨 짓을 한거야."
"차장님도 처음엔 그냥 오후에 계약된 출근시간에 나오라셨는데...그냥 내가..."
"...솔직히 정직원채용 될 확률은 거의 없어. 알지?"
"응. 알고 있어."
"...그럼 놀다와야지 진짜 무슨 짓을 한게야."
"내일 부서배치도 하고 한다셨는데...또 나만..."
그렇군. 특별대우 받는게 불편한 모양이군...그런데 예전에 갑이 찔러준 애는 출근도 안했는데???
힐을 신어 평소보다 조금은 커진 D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었다.
"너무 열심히 할 필요없어. D 너는 항상 너무 열심히 할라고 해서 오라버니가 걱정이야."
"그런거 아냐."
"나는 너가 열심히 하는만큼 어떡게 해야 날로먹나. 이런 생각만 하는데. 내가 참 부끄러워진다.



밥사준다니까 또 식비이야기하면서 자기가 차려준댄다.
너 지금처럼 긴장하고 있음 요리를 하는게 아니라, 뭔가를 연성해낼것 같으니 내가 불안해서 안된다고.
가다가 차 세워놓고 옥신각신하다가...지금도 기억남. 가위바위보 3판2선승으로 해서 내가 이겨서 겨우 밖에서 먹고 들어갔다.
좀 좋은거 사줄랬더니 그건 또 절대 양보를 안해서, 분식집에서 돈까스에 김밥 쫄면 먹고 들어갔다.



"야."
"공과 사는 구분해주시죠. 차장님. 회사잖습니까?"
"헛소리에 공을 들이는만큼 업무에도 공을 좀 들여주시길. 인턴배정나왔어."
"설마 아니지?"
"D씨 마케팅부."
"아 왜-_-?????"
"전공이 그 쪽이기도 하고."
"...아. 맞다...그리고 전공이 뭔 상관이야. 내는 뭐 경영 전공해서 여기 앉아있나."
"아니. 너 D씨 이력서 안봤어?"
"내가 인사담당도 아닌데 이력서는 뭐하러 봐."
"스페인어 해. 것도 회화 졸라 잘해."
"뭐???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데뽀르띠보라꼬루냐 스페니쉬???"
"어. 그래서 넣은거야."
"...중남미파트네?"
"그렇지. 너는 한국말 졸라 잘하는 중국담당이니까 너랑 안겹치지않냐?"
"이 형 감떨어졌네. 결국 품의서 보고서 다 내 거치고 올라가는데 안마주쳐?"
"인턴이 뭐 그런거 하겠냐? 그 쪽 전화오면 받고 문서 번역하고 그러겠지. 장대리 혼자 그거 다 했잖아."
"장대리???...장대리 스페인어 해?"
"...품의서 보고서 다 니 거치고 간담서."
"...품의서 보고서 한글로 쓰잖아;;;;;"
"...근데 아까는 뭘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냐."
"...형은 왜 또 그래그래.하고 수긍했는데?"
"...너가 졸라 당당하게 말하니까."
"...나도 형이 졸라 수긍하니까 당당하게 나왔지."

그렇게 둘이 덤앤더머를 촬영중이었는데, 부장님이 마케팅부. 이리들 모여봐요.하고 들어오신다.
뭘 여자애가 둘 씩이나. 
D랑 다른 여자인턴이 들어온다.
둘 다 외국어 능통자라, 마케팅으로 왔어요. 업무부담주지말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잡심부름 절대 금지인거 알죠? 우리 그런 회사아니니까 그런 짓을 하지맙시다. 자. 어제 다들 만났겠지만, 다시 한번 인사들 나눠요.




그렇게 D는 우리 부서로 배정받았다.
일주일에 2~3번 보던 정도에서 이제는 정말 매일매일 보게 되었다. 




내 설마 그렇게 사내연애란걸 하게 될 줄 몰랐다. 진짜로.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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