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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20)
게시물ID : love_41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가입:2011-09-21 방문:2587)
추천 : 26
조회수 : 175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8/02/09 23:44:16
내 첫키스 상대는 그로부터 얼마 후, 그래 사귀자사겨. 하고 여자친구가 된 애였다. 고등학생때였다.
내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당한 그 여자애는 내 싸다구를 날렸고, 눈이 퍽 안좋았던 나는 내 안경이 저멀리 날아가는걸 진짜 똑똑히 보았다.
볼 수 밖에 없었지. 그 쪽 방향으로 고개가 150도 쯤 꺽였으니까.
졸라 아픈 와중에도 "역시 내 여자다!!!"라고 쎈 척 하자, 그 애는 친절하게도 돌아간 고개의 발란스를 맞춰주고자 반대쪽 싸다구도 갈겨주었고, 그 쪽으로도 한 150도는 아니고 90도 쯤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양손잡이 였으면 완벽하게 발란스 잡았을건데...
그렇게 기독교신자도 아닌데, 예수님의 말을 충실한 이행한 나였고. 
그 애랑 헤어지고 초등학교 반창회 못가고 있다. ㅇㅇ 6학년때 같은 반이었음.




하지만, 11살...애가 초등학교 입학할때 빠른년생이라 이미 대학생이었던 나와 이 아이는 단 한번도 같은 학창생활을 영유한 적 없는 아이였다.
나는 국민학교 졸업하고 애는 초등학교 졸업함.

군대있을때 위병소에 잇으면 초등학교가 부대 근처에 있어서 종종 하교시간에 부대 앞을 지나가거나 엄마아빠가 군인이면 관사로 하교하곤 했는데,
딱 D만한 나이대 여자애들 보고 무슨 생각했냐면...아무 생각없었음. 그냥 옆 부락 애들 1,2,3이 지나가나보다. 이 정도.

D와 나의 나이차이가 그랬고, 그 어린 나이에 삶에 치여 있어서 그랬지. D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였다.
그에 비해 나는, 약 3년전...딱 추석 그 즈음에 10년 사귄 여친에게 씨원하게 차이고, 한때 회사에서 정당한 사유로 해고통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술에 찌들어 살기도 하며, 몸이고 마음이고...특히 안 그래도 상태 안 좋던 얼굴이 정말 폭삭 상해버려서, 그 전에도 성공한적 없지만 이제 얼굴로 여자만나는걸 포기하고 살고 있었다. 

10년 사귄 여자한테 채이고 나니까 상실감에 연애에 대한 의욕이 쑥 사라질뿐만 아니라, 연애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
D의 갑작스런 입맞춤은 안 그래도 피곤하고 멍청해서 제대로 활동안하던 두뇌의 활동을 깔끔하게 중지시켜버렸다.

왜 폭풍칠때 컴터하다가 번개 잘못 떨어지면 컴터 아작나고 그러잖아. 연기도 난다드만.
아마 내가 그때 그랬을거다.




내가 겨우 정신을 차린건, 슬픈 눈빛의 D의 눈과 마주쳤을때였다.

오빠도 나 좋아하는줄 알았어. 그래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보니까 아니네.
라는 이 세 문장을 다 담은 눈빛이었다.

지금 D를 만지면 위험해. 라는 생각이 이성회로가 긴급하게 상황보고를 하고 있지만,
훌륭하게 안 좋은데다 방금의 기습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내 두뇌는 그딴거 싹 무시하고 D를 만져라.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신교대에서 앞에총과 받들어총을 구분해서 하는데, 3일이나 걸린 내 몸뚱아리는 그 명령대로 를 만지기는 했는데 엉뚱한데로 손이 갔다.

D의 이마.

두뇌는 그 쪽이 아니라고!!!라고 재차 명령을 내리는건 같았지만, 
그 한방에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 이성회로가 간신히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어우...아직도 이마가 불덩이네. 약먹고...열 좀 식히자. 너나 나나."
나는 D에게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고, 애써 침착하게 죽그릇과 반찬그릇을 정리하고 나가려했다.
"...컥!!!"
언제부터 잡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D가 뒤돌아서 그릇 정리하는 내 옷을 잡고 있었더라. 제대로 목걸림. 
그리고 내가 항상 감탄하던 그 악력도 어제 밤부터 회복되고 있었다.




가지마.

눈빛으로 배우해도 되는건지, 그냥 내가 때려잡은건지 모르겠는데
편도때문에 목소리도 안나오는 D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설거지 하고, 좀 씻고 올께. 너 싱크대에 설거지 쌓이는거 싫어하잖아. 
나 어제 오늘 너 들쳐업고 부축하고 다녀서 땀내나. 내 코에도 맡아져. 환자한테 이 이상 병균덩어리들을 제공할 순 없잖아. 금방 올께."

꼭이야.

"어어. 너 약도 맥여야 하니까 금방 올께. 좀 쉬고 있어."

그렇게 태연한척 나와, 싱크대에서 씻은 그릇에 또 퐁퐁질을 하고 헹구고 나서 또 퐁퐁질을 하는 뻘짓을 하며 긴 시간동안 설거지를 하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머리 안감았지 참. 하고 머리를 감고, 아. 샤워안했다.하고 또 바디로션을 샤워타월에 찍찍 눌러 짜고있다가. 
아이구 이런. 하고 겨우 몸을 말리고 나오니 한시간 금방 가더라.



똑똑. 노크를 하고, 조심히 D의 방문을 열었다.
편도에 의한 고열로 인해, 많이 혼란하거나 많이 더운 D가...혹시라도 옷벗고 있을지도 몰라 진짜 조심히 들어갔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등따시고 배부른 D는 곤히 자고 있었다.

약먹어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깨워말어. 하고 있는데, D가 눈을 뜬다.

몇시?

아까처럼 혼을 실은 눈빛연기는 안하더라. 독순술 이런건 할 줄 모르지만, 입모양이 너무 또렷해서 나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고마워..."
"야. 말하지마. 내가 편도유경험자라 잘 아는데, 말하면 또 목구멍 간질거려. 침도 겨우 삼키니까 웬만하면 말하지마."
"...오빠."
"어."
"...오늘도..."
"술안마실께-_-지난 3일 폭풍처럼 마시고 왔어."
"아니..."
"마셔도 돼?"
"안돼."
"그럼? 오...늘도...어제밤...처럼...옆에..."
"말 하지말라니깐. 알았어. 아. 너 일어난 김에 약 좀 먹자."




적당한 감기였으면 D는 아픈걸 핑계로 엄청 응석 부렸을거다.
아니, 그게 원래 자기 성격인지도 모르지. 그저 그 성격을 누르고 힘겹게 살았을뿐일지도.
지난 반년 같이 살며 느낀건데, D는 세상의 모든 짐은 다 내가 지고 있어요.할때보다 나랑 투닥거리고 놀때가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러기엔 D는 너무 아팠고, 
그러기엔 나는 그 편도염에 자주 걸려놔서 이게 얼마나 주옥같은 병인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D에게 평소 억양과 다르게 조용히 말장난을 쳤고, D는 다시 잠들기 전까지 조용히 그 예쁜 미소를 보이며 듣고 있었다.



D는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고, 피곤에 쩔어버린 나도 그 침대 밑에 자리를 펴고 잠이 들었다.




새벽 세시쯤이었다.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놀래서 깼다. 
내가 코를 골다니...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네....하고 잠이 살짝 깼다가.
어? 여긴 어디?? 헉!!!! 큰방이잖아!!!!라는 생각에 잠이 확 깼다.

가만히 몸을 일으켜 침대 위의 D를 보니, D는 평소처럼 피곤에 쩐 상태가 아닌 진짜 아파서 자는듯 자고 있었다.
내일 하루 더 쉬어서 다행이다. 
D가 찾으면 줄려고 떠다 놓은 물을 그 10발짝 움직이기 싫어서 내가 절반쯤 마시고, 다시 머리를 베개에 댔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딥슬립을 했는지, 잠이 안왔다.

조금은 불편한 듯한 D의 숨소리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파서...열땜에 그런걸거야. 열역한 1법칙이던가. 플레밍의 법칙인가. 머피의 법칙인가가 그랬던거 같은데...
에이..아무리 생각해도 쟤가 날 이성으로 볼리가 없지. 좀 꾸미니까 나도 가끔 놀랠 정도로 한창 예쁜 앤데...
11살 차이...아무리 사랑에 국경선이 없어도 쟤 정도면 나랑은 거의 휴전선 155마일이지.
아!!! 그래!!! 갑자기 열나서 현기증땜에 그런걸거야!!! 나도 밥안먹어서 배고플때 현기증 일으키면서 라면끓이거나 치킨집에 전화하잖아!!!




애써 그렇게 무시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전에 나를 포옹한건 술김에.
어제 나에게 입맞춘건 약빨에.

약은 약사에게 술은 바텐더에게.




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 속을 계속해서 맴도는게 있었다.

D의 기준으로는 어제부터가 1일이었지만,
그로부터 20일 지나, 내 기준으로 1일이 되는 날. 
D에게 했던 그 말.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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