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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24).
게시물ID : love_41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가입:2011-09-21 방문:2586)
추천 : 33
조회수 : 161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02/12 19:31:38
내 친구들은 이 식당이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내 입을 보고 판단한다.
나는 맛있는 집이면 맛있다 우마이 음~스멜~하면서 음식을 씹는다기보다는 말을 하다보니 음식이 씹히는 수준으로 먹고,
맛없는 집에서는 침묵을 지키며 전속력으로 먹고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고 다른 집에 가서 입가심함ㅋ

김치찌개는 맛있었다.
돼지고기는 마블링(...)이 예술적이었고, 김치도 딱 알맞게 익어있어서 시원하고 개운했다.
나도 어디가서 가리지않고 음식먹는 사람인데, 아무리 고량주를 들이붇고 차를 마셔대도 그 특유의 느끼함이 가시지 않던 중국음식을 일주일째 먹다가 접한 D의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우리 둘은 침묵을 지키며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부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짐들이 너무 많아서.
"어 왔냐. 복귀신고 하도록."
"과장 김XX은 2015년 XX월 XX일부로 귀국을 명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이럴 줄 알았어요???"
"다 했네."
"충성은 못하겠습니다."
"언젠간 배신 때릴 놈. 부장님. 김과장 복귀했습니다."
"어~그럼 야근해야지???"
"시착적응도 안됐어요-_-"

다들 뭐 사왔어요. 뭐 가져왔어요.하고 몰려든다.
어어. 그 껌은 봉다리는 건드리지마라. 우리 오마니꺼다. 
깨네. 께여. 예림이 그거 깨야? 
동작그만. 깨빼돌리다가 걸리면 손모가지 날라가는거 안배웠냐?

나는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려놓고, 사무실을 휘이 둘러보았다.
저기 D가 뻘쭘하게 서서 나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준다. 
나는 고개만 살짝 끄덕했다.



"저 먼저 갈께요. D. 내일봐~"
"네. 대리님. 들어가세요."
"야. 김과장. 복귀주 한잔 해야지?"
"...내 간장과 바꿔서 계약연장하고 왔으니까 좀 쉽시다. 사장님이 오늘도 술먹으면 날 죽이실거래요."
"니가 언제부터 사장님 금주령 들었다고 그래? 가자."
"지인짜 죽을것 같애서 그래요. 들어가십쇼. 조만간에 날 잡게요."
"허허...애가 취두부라도 잘못 먹었네. 술을 또 마다하고."
"그치그치? 애 요즘 이상해. 야. 너 우리 몰래 연애하냐?"
뜨끔.
"나랑 즐기고 싶음 여기 이 서류들 좀 가져다가 처리 좀 해주시지 그랬어요-_-. 당장 내일 아침부터 내놓으라고 하실거면서 그러심까."
"어. 그래. 그거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볼 수 있게 준비해놔."
"이런젠장ㅋㅋㅋㅋ 내가 이러니 연애를 못하고 장가를 못 가지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지가 못한걸 우리 핑계 대고 그래. 야. 그거 담에 주고 일찍 들어가. 시차적응 안된다며."
"네에네에. 들어가세요."
D씨는 왜 안가? 
네? 요 앞에서 약속있어서 있다가 들어갈께요.
야. 너 D씨 나갈때까지는 잇어라. 문단속 해야지.
아 네. 들어가세요. 

그렇게 시끌번쩍 다들 떠나고, 우리 둘만 남았다.

난 우리 둘만 남으면 막 콩닥거리고 핑크빛 조명이 들어오고 그럴줄 알았는데...
웬걸...그때부터 우리 둘은 눈도 못 마주치기 시작했다.
"흠흠...나 이거 결제만 좀 태우고."
"...네? 아. 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둘만 있을때 D가 존댓말을 쓰는거 보니, D도 그런가보다.



가...가야지???
네??? 아. 네. 집에 가야죠.

지하주차장 내려갈때도 한 명은 땅바닥 한 명은 천장만 쳐다보고,
전처럼 벨트매줘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발만 있으면 못 매잖아. 그러네. 발만 있냐? 이러는 농담도 안 했다.
뻘쭘한데 길은 또 왜 이렇게 막혀.



"씨...씻구와...밥 차려놓을께."
"어...그래그래. 알았어."

요 3주 동안 집에서는 나한테 "푸욱"소리내며 안기기도 잘 하던 애가 

짐을 대충 풀어헤쳐놓고, 부엌에서 분주하게 준비하는 D의 뒷모습을 보고 씻고 나왔다.

보글보글. 냄새 소리 비쥬얼 맛. 다 퍼펙트했다. 맛있더라. 
우리는 그저 밥을 얌얌 반찬을 쩝쩝 찌개를 후루룩.하며 저녁을 먹었다.



잘 자. 
응. 오빠두 잘 자.
난 진짜 피곤해서 자는거니까, 너두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일찍 자.
응. 알았어.

잘때되면 또 달랑달랑 달라붙어서 재잘대던 애가 이렇게 쿨하게 떠나보내주니, 어째 허전했다.
전기장판 온. 베개 오케이. 이불...음...총각냄새...굿나잇!!!
하려는 찰나, 

똑똑.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
어우야...그래도 사귀기로 하지, 아직 100시간도 안 지낫는데, 너무 빠르다...오빠 그렇게 쉬운 남자 아냐.라는 말이 막 튀어나올 뻔했는데...
"...어. 나 안자...안들어와?"
"아니...그게 있지...오빠 얼굴 보면 말 못 할것 같아서."
"어?"
"오빠 와서 너무 좋아. 그런데 사무실에서 티낼까봐 표정관리하다보니까...너무 긴장했나봐. 집에 와서도 얼굴근육이 안풀렸어."
"하아..."
"오빠두 그래. 어떡게 집에 와서도 한번 내색을 안해?"
"어?"
"나 일주일만에 보는데 안 보고 싶었어?"
"에에에?"
"뭐야? 나만 보고 싶었던거야?"
"아...아니...그게 아니고..."
이불을 걷고 나가려는데 문 밖에서 D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안돼. 나오지마. 오빠 오늘 진짜 피곤해보여서 그래. 그냥...혼자 투정부린거야. 알았지? 나오지마. 나도 잘거야. 잘 자. 오빠."

내가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애가 아직 모르네.

"꺄!!!! 나오지 말라니깐."

지금까지 D가 나한테 뽀뽀한 적은 있어도 내가 해준 적은 없었지.
나는 놀란 표정의 D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그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애가 눈도 안 감는다.

"나도 보고 싶었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D가 나를 꼬옥 안는다.
"오늘은 효과음 없다?"
D의 오른손이 올라오더니 내 가슴팍을 퍽 친다. 안아픈걸 보니, 이건 확실히 투정이군.

"어디 얼굴 좀 보자. 일주일동안 내 말 잘듣고 맛있는거 잘 먹었나 안 먹었나 좀 보게."
"시...시러...부끄러워서 오빠 못 봐...얼른 들어가서 자."
"어디 고 빨개진 얼굴 좀 보자니깤ㅋㅋㅋㅋㅋ"
"나빠. 싫어."
D는 진짜 그대로 집에서 입는 후드티 후드를 푹 눌러쓰더니 뒤도 안보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버렸다.




-똑똑.
"...자? 오빠 먼저 출근한다. 학교 잘 갔다오고. 이따가 사무실에서 봐...야. 너 안자는거 다 안다."
"...잘 다녀와. 이따 보게."
"코뻬기도 안 비출거야?"
"...맨얼굴이야. 안돼."
"...내가 너 맨얼굴 본 적 없으면 모르겠다만 많이 본 얼굴인데요???"
"오늘은 안돼. 얼른 가. 회사 늦어."

애가 어제 오늘 왜 이렇게 부끄럼을 타.




"...이거 중국쪽 라인 변경계획서야. 너네 저번에 발주서랑 비교해보면 얼추 맞출거여."
"...맞네. 납기일 맞춰서 물건 넘길 수 있겠다."
"어. 그리고 이거 그 쪽에서 회장님 지시로 추가사업계획자료 준거거든?"
"...이거 카피떠가도 돼? 부장님께 보고 드려야 할거 같은데."
"이거 자알 되면 우리 상여금 어마어마할거여."
"어마어마하면 뭐하냐. 마누라한테 입금되는데...이럴땐 니가 부럽다 진짜."
"그럼 혼자 살지 왜 떼루 사니."
"그런 생각 종종하는데, 너 보면 가족들이랑 사는게 나을것 같애."
"요 입 요 입 요 입."
"ㅋㅋㅋㅋㅋ야 고생했다...내꺼 선물은 없냐?"
"뭐 맽겨놨냐...아!!! 있지있어."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손을 뺐다.
"옛다. 대륙에서 고아온 빅 엿."
"에라이..."
"꺄르르르륵, 아이 즐거워."
"쥐뢀엠병하시지. 이거 보고 언제 들어가?"
"담 주에?"
"ppt만들라믄 또 고생하겄네."
"최대리가 고생하지. 난 뭐. 왼손도 안 거드니까."
"그려. 너는 미적감각이 없어. 그 주옥같은 보노보노 그만 잡아넣고 임마."
"내가 안한다고."

그렇게 사업운영부에 동기랑 만담을 나누고, 회의실을 나서는데...
"우와...너 방금 지나간 아가씨 봤냐?"
"문닫고 있잖아. 뭔소리야?"
"방금 엄청 예쁜 여자 지나갔어...아!!! 마케팅 쪽으로."
"...누구지?"
"가자가자. 앞장서."
"너네 층으로 올라가 븅신아. 이거 가족까지 있는 애가 왜 이래."
"야. 채식주의자라고 고깃집 메뉴판 못 보냐. 가자."



두근. 

장대리의 꺄아꺄아.하는 소리도 안 들렸다.
D의 화장은 기초화장 정도였다. 립스틱도 잘 안바르는 애였다. 일단 없어. 사줘도 안받아. 장대리나 다른 여직원들이 나눠줘도 잘 안씀.
그런데, 오늘 이 애가 작정하고 꾸미고 왔다.
"어우야...D씨. 이거 성희롱 발언으로 들리면 진짜 미안한데...오늘 어디 좋은 약속 있어?"
"네??? 아뇨;;;;;;;;;;"
"어머어머. D!!!!!!!!!! 완전히 숙녀네. 숙녀. 안 그래도 피부탱탱한 애가 응? 언니가 그랫잖아. 넌 쫌만 더 꾸미면 진짜...아우 예뻐. 어떡해~"



D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허둥지둥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안 꾸며도 돼. 
넌 이미 내게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운...
오랜만에 내 가슴을 뛰게 만든 사람이야.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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