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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윤택 사태에 침묵하는 여성단체들
게시물ID : military_85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겔러거형제
추천 : 3
조회수 : 111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2/21 19: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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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일 사이에 성(性)추문 폭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자신이 겪은 검찰 내 성추행 실상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시인 최영미씨가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비꼬는 시를 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단 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더니, 연극 연출가로 유명한 이윤택씨가 여성 극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씨는 2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지만, 바로 이씨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를 했다는 전직 여배우의 폭로가 나왔다.
이런 유의 성추행-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들고일어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여성단체들이다. 이들이 고은-이윤택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여성단체들의 최근 성명서들과 여성 관련 매체들의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이들 단체-매체들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 등에 대해서는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다. 하지만 2월 20일 오전 현재 고은-이윤택 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나온 다음날인 1월 30일 ‘검찰은 젠더 관점으로 진상조사하고 가해자 처벌하라’는 성명을 냈다. 7개 지부 28개 회원 단체 명의로 낸 이 성명에서 여성단체연합은 “검찰에서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고 은폐됐다면 그동안 수많은 성범죄에 대한 검찰의 조사와 판단을 국민들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면서 “검찰은 즉각 젠더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철저히 사건을 조사하여 가해자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서모 검사의 진술뿐 아니라 검찰 내‧외부 전언에 의하면 검찰 내부에서 문제제기 되었거나 알려진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사건이 상당한 바, 말 못 하는 수많은 피해자를 위해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검찰 내부의 성폭력 가해자, 책임자에 대한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와 불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성명에는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기독여민회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부산성폭력상담소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울산여성회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2월 1일에는 대검찰청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방검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다음날에는 검찰총장을 면담, 자신들의 요구를 다시 한 번 전했다. 검찰이 서지현 검사의 사무실을 치웠다는 보도가 나온 후인 2월 9일에는 ‘검찰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복조치와 인권침해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검찰의 조치를 비난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고은 시인의 성추문 문제나 이윤택씨의 성추행-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일언반구 얘기도 꺼내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정부 권력’에 의한 여성 인권 침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2월 6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EBS의 ‘까칠남녀’가 성(性)에 대한 논란 끝에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아 조기 종영하게 되자 ‘EBS의 <까칠남녀> 불명예 조기종영, 교육방송 역할 포기한 것’이라는 성명을 내고 이에 항의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2월 8일에는 ‘더 이상 ‘성평등’에 대한 왜곡과 혐오를 용납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이들은 ’성(性)평등‘이라는 단어를 ’동성애 허용‘으로 받아들이는 기독교 단체들을 ’극우기독교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여성가족부는 더 이상 혐오세력에 대한 눈치보기를 멈추고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관심도나 중요성의 문제일까? 하지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작년 11월 30일 송영무 국방장관이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도 “공인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하여 여성계를 경악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전문 매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신문>은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나온 후 한참 후인 2월 18일 ‘고은 시인 “광교산 주민들 반발 부담... 수원 떠나겠다”’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여성신문>은 고 시인의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기사 말미에 <고씨는 최근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받고 있으나 아무런 언급을 않고 있다. 그는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성추행을 당했고 또 목격했다는 경험을 표현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수원 지역 여성단체들은 “수원시는 고은 시인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윤택씨에 대해서는 2월 14일 이후 8건의 기사를 내보면서 비교적 충실하게 보도했다.

2006년 2월 당시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이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2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12건의 성명을 발표, 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었다. 당시 여성단체연합 등은 “이번 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의 기자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상층까지도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얼마나 묵인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단체연합 등은 그해 9월 최연희 의원이 다시 국회에 출석하자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이후 최 의원 관련 판결이 나왔을 때 등을 비롯해 2009년 2월까지 8차례의 성명을 내면서 최 의원을 비난했다.
여성단체연합 등은 2006년 5월 3일에는 당시 술자리에서 동석한 여성의 몸을 만진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을 비난하는 성명도 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여성 문제 이외의 국가현안이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냈다. 2월 8일에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대화,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미국이 사실상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 가능성을 비치고, 대화 재개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려는 한국민들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존중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에 임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작년 8월 8일에는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한반도 전쟁불사론 운운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죄하라!’는 성명을 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최순실 사태 때에도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서 연일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었다.

고은 시인이나 이윤택 연출가의 행위는 검찰 내 성추행, 최연희 의원이나 박계동 의원의 행위, 송영무 국방장관의 발언보다 훨씬 질이 나쁜 것이다. 여성운동, 젠더운동과 관련된 방송이 조기 종영한 것이나 기독교계의 비판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단체들이 고은 시인, 이윤택 연출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2974&Newsnumb=201802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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