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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교육에 대한 얘기
게시물ID : baby_23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린그리
추천 : 15
조회수 : 221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2/24 04:56:14
밑에 아기 잠투정 글 보고 수면교육 하시라고 안타까워서 댓글쓰다가... 말이 길어져서 그냥 새로 글을 써봅니다.
제가 워낙에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결혼 전부터 수면교육 같은 이론을 좀 살펴봤고 실제로 아기 키우며 적용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그래서요.
개인적인 소견 몇가지만 적어볼게요. 이론은 찾아보심 많이 나오니 패스합니다.

1. 수면교육이란 워딩보다는 '잠 자는 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는 게 수월합니다. 이유식으로 음식 삼키는 법을 알려주듯, 수면교육은 아이에게 어른처럼 잠자는 법을 잘 알려주는겁니다.

2. 1번 내용에 근거하여 수면습관을 굳이 잡아주지 않아도 잘 자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고로 모든 아이에게 수면교육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이유식 없이도 밥 잘 먹는 아이들이 있듯이요.

3. 초기 대부분의 부모가 우리아인 수면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기는 5~6개월이 되며 잠의 형태가 아기잠에서 성인의 잠 형태로 변화하게 되고, 이 과정이 꽤나 어색해서 자꾸 엄마 아빠를 찾고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즉, 잠투정이 생기고 잠을 못이뤄 괴로워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신의 아기가 원래 잘 자던 아기였어도, 앞으로 계속 그럴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나 시터들이 초기부터 수면교육을 권하는겁니다. (안하는 것보단 하는 게 안전빵이랄까요)

4. 3번에 근거하여 수면교육의 적기는 사실 5개월 때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이것도 너무 어릴때라... 하실 수 있는 분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굳이 5개월을 집어 얘기하는 이유는 잘 자던 아기의 잠이 틀어질 확률이 높은 시점이 요 근처이기 때문입니다. 7개월 이후로는 분리불안이 겹치니 그 전에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줘야 한다는건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좀 의아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수면교육은 아기가 잘 잠들고 푹 자길 바라는 것이지, 아기가 혼자 자길 바라는 것과는 별개일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뒤에서 얘기를 더하겠습니다.

5. 수면교육 한 번 성공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아기의 분리불안, 원더윅스, 정서적인 결핍으로 인해 잠투정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합니다. 하지만, 한 번 수면교육에 성공한 아기는 그 후에 다시 패턴을 잡는 게 훨씬 수월하다고 합니다.

6. 아기를 잠재울 때 강조되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생활패턴, 자기 전 수면의식, 몇가지 수면을 도와주는 도구들(잠인형, 이불, 공갈 등). 이런 이론을 칼같이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맥락은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아이한테 자는 분위기를 잡아주는 수단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수단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기 전 목욕하고 동화책을 읽은 후 백색소음과 자장가를 듣고, 인형을 안고, 공갈을 물고 잠든다면, 이 아이는 어느 순간 목욕하고 뉘이면, 또는 백색소음만으로도 잠자는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게 됩니다.(반대로 아기가 선택적으로 한가지에 집중하게 될 수도 있긴 합니다;;)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아기들마다 이유식을 먹는 방식이 다르고 선호하는 이유식이 다르듯이 수면교육 또한 케바케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니 엄마가 아기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이 무엇일지를 인지하고 선택하셔야해요.

또 4번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대부분의 수면교육에 관한 얘기들은 주로 서양식으로 아기를 혼자 재우는 것을 기본으로 얘기합니다. 이게 부모들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다만... 다시 생각해보세요. 대다수가 원하는 부분은 아기가 괴로움 없이 스스로 푹 잠을 잘 자는 것이지, 엄마 편하자는 부분은 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면, 엄마가 옆에 있는 채로 스스로 푹 자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다만, 정말 옆에 누가 있으면 잠을 더 못자는 아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냥 혼자 재워야 합니다.)

수면교육 이전에 전제가 되어야 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와 아기 사이의 신뢰입니다. 조금이라도 아기가 충격 받을까봐 걱정이 되신다면 한 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아이는 나를 어느정도 믿고 있을지. 평소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엄마가 자신의 요구를 딜레이시키는 것을 어느정도나 수용해주는지(방관 아니고 수용이요) 생각해보시면 실행해도 될지 아닐지 답이 나오리라 봅니다. 또 엄마는 아이의 능력을 어느정도 믿고 있는지도요.

신뢰가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수면 습관을 잡아주기 이전에 아이와의 신뢰를 쌓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세요. 이런 이유로 저는 너무 이른 개월수의 수면교육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말씀에 애가 어느정도 스스로 몸을 뒤척여야 혼자 자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요.



제 경우는, 개인적으로는 수면교육을 초기부터 하고싶었으나 양육환경(남편의 관여)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고 한 3개월 쯤부터6개월 정도까지 쭉 안아 재웠습니다. 이후 잘 자던 아기가 갑자기 새벽에 깨서 놀고 잠을 못드는 현상이 몇 번 일어나서, 바로 남편한테 양해 구하고 등대고 재우는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어요.

안겨자던게 위안이었을텐데, 그걸 못해주니 대신 끊었던 공갈을 대안으로 삼았고요. 혼자 방에 남으면 자지러지는 아기라 옆에서 눕혀놓고 울어도 계속 가슴을 살짝 눌러줬어요. 너무 자지러지게 울면 안아서 달래고 물먹이고 다시 등대고. 새벽에 깨고 계속 엄마 리액션 끌어낼 땐 가능하면 반응은 최대한 안하고요. 
이렇게 밤잠부터 시작해서 딱 이틀하고나니 그 담부턴 낮잠도 베개에 머리대고 3초 지나면 그냥 쿨쿨 잘만 잡니다. 

밤잠은 지 혼자 좀 찡얼대기도 하는데 심하게 울면 안아서 진정시키고 다시 눕히고요. 보통은 이런 과정 없이 아기 잠 들때까지 옆에 누워서 폰보며 기다려요. 만지지 않고, 눈길 주지 않고, 그냥 옆에서 제 할일 하다가 아기가 심하게 칭얼거리면 그 때 뭐가 불편한 거 챙겨주는거죠.
아, 그리고 새벽에 깼을 땐 그냥 안아서 다독여 재웁니다.


그간 수면교육에 대한 이론 보다보면, 의견이나 방식이 너무 모아니면 도라는 식이었던거 같아요. 
저처럼 중립적인 방식도 가능하던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너무 힘든 상황이거나, 아니더라도 저희 아기처럼 성장에 따른 수면 패턴이 너무 교과서적으로 (수면교육이 필요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아가라면 조금 아기를 울리더라도 아가에게 맞는 잠자기 방식을 다시 찾아보세요.

우리 아기의 통잠은 중요하니까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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