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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진짜 웃긴게 뭐냐면, 김명순에 대한 시를 썼다는 거;;;
게시물ID : sisa_10261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넘어넘어
추천 : 9
조회수 : 260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2/28 22:20:32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탄실>
김명순 당신

아명 탄실 당신
필명 탄실 당신

당신의 어머님께서는
어릴 적
지아비 잃은 뒤
청일전쟁
청국 병졸한테
오라비마저 잃어

앞날 다 없어졌을 때
당신의 아버지 소실로 들어앉았습니다

첩이라면
기생이나 들병장수로 알던 그 궂은 시절
첩이 되어
첩의 딸로
당신이 태어났습니다

장차
'나쁜 피'
'태생으로 인한 변태'
'어머니의 피'
'색모의 피'가 흐르는 계집으로 태어났습니다

당대 깨어났던 사내들
전영택 김동인 김기진 들
기자들
술꾼들의 그 봉건 사내판
당신을 씹어야 술맛 나던 사내들의 혓바닥에
탄실 당신은 거친 파도 위 내던져졌습니다

근대소설 첫 여성인 당신
근대시 첫 여성인 당신
태생 저주로
악의와
조롱의 술집 안주로 밤마다 씹어 삼켰습니다
어느 소설가
「김연실전」을 써서
탄실
김명순
당신을 머리끝 발끝 모독하였지요
세상은 낄낄거리며 춤추어대며
당신을 되는대로 안되는대로 유린 농락하였습니다

강간으로 정조 잃은 것도
그래서
강간 충격
자살미수로
엉뚱하게 실연 방탕 자살미수로 퍼뜨렸습니다
식민지 초기
그 신여성의 시기
진작부터
'남편 많은 처녀'라는
시도 때도 없는
누명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22세
단편소설 김탄실 1등
이상춘 2등
주요한 3등이었습니다

다시 동경 생활

'폐허'동인
김억
염상섭
김만수 들이 따라붙었지만
그 유학생 사내들
하숙집 문밖
밤마다 서성거렸지만
일절 사절하고도
갖은 헛소문 거짓 소문
퍼져나가고
주근깨 없애려고
낯짝에 양잿물 발랐다는
그런 모진 모함도 따라붙었습니다
이 사내 붙었다
저 사내 붙었다
저 사내 붙었다가
다른 계집한테 빼앗겼다 신소리 허튼소리 퍼졌습니다

능욕이었습니다
학대였습니다
잔인무도 저주였습니다

기자도 해보고
영화배우도 해보고
그러다가 칫솔 양말 땅콩 행상으로 전나귀로 나섰습니다

일본으로 갔습니다
1945년 해방
1950년 전쟁
동경 YMCA 마당 구석
거기 풀섶지붕 판잣집에
늙은 김명순이 옛 탄실이
닭 세 마리 키우며
한 푼
두 푼
한인 동포한테 얻어 구구히 살다가
무료 정신병원으로 실려가
거기 썩은 다다미방에서 눈감았습니다

당신의 혼 응당 원혼이었습니다
당신의 삶은
백번이나 그 누구누구의 징벌이었습니다

안녕 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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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를 써놓고 본인이 성폭력을 해? 하!
역시 과거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좋은 작품을 썼다고 늙어서까지 같다는 법은 없군요ㅠㅠ
사실 고은은 5.17 쿠데타 때 부당하게 잡혀들어간 사람 중 하나죠. 만인보도 그때 감옥에서 처음 구상했다고 하고, 그래서 5.18에 대한 시가 만인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자그마치 367편!!(직접 세어봤음;;) 아마 오월시를 가장 많이 쓴 시인 아닐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다시 5월 19일>

그날 오후
금남로뿐이 아니라
금남로 골목뿐이 아니라
시가지 어디
다리 밑이나
다리 위나
그 어디
대학생들
여대생들
고교생들 중학생들 두들겨 맞아
꽁꽁 묶여
두 팔 뒤로 묶여
끌려가
엎어져 있다
엎어져 있다가
군용트럭에
시청 청소차에
한뭇 한뭇으로
한 다발 한 다발로
쓰레기더미로
어디론가 실려 갔다

대인시장 장사꾼들
그 아낙들
그 아범들이 일어섰다

저 죽일 놈들
벌건 대낮
저 개만도 못한 놈들
저 짐승만도 못한 놈들
내 자식 끌려가는데
네 자식 죽어 가는데
어디 뒷짐만 지고 있느냐
어디 한숨만 쉬고 있느냐
어디 땅바닥만 치고 있느냐 울고만 있느냐

이윽고 일어섰다
일어서서 달려가
각목으로
몽둥이로
돌멩이 던지며 대들었다
집 밖에서
뒷골목에서
가게 앞에서
공수와 맞서 돌멩이를 던졌다
달아났다가
숨었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흩어졌다가
다시 뭉쳤다
아낙들은 돌을 날랐다
남정네는 돌을 던졌다 불 질렀다
공수의 차가 불탔다

관광호텔 앞
화염병 터져
펑 불길이 치솟았다
공사장 막일꾼들
쇠파이프를 가져왔다
할아범은 보도블록을 파냈다
철근도 끌어왔다

이 개 같은 놈들
이 개만도 못한 놈들
이 살인마들
이 전두환 졸개들
이 천인공노할 흡혈귀들

이런 천박한 분노의 말들이
얼마나 거룩하냐

산수동 구멍가게 주인 앉은뱅이 아낙 나씨도 벌떡 일어섰다
]

[<대폭발>

더이상 숨어 있을 수 없다
더이상 벌벌 떨며 낮이 밤일 수 없다
총 맞아 죽는 진압봉 맞아 죽는
피범벅 쓰러지는
피범벅 끌려가는
그 잔인무도의 거리에서
더이상 나 혼자 비명만 담고 주저앉을 수 없다
다 죽어간다
다 잡혀 쓰레깃더미로 실려간다
더이상 몰래 바라볼 수 없다 돌아설 수 없다

너도나도 나섰다
모여들었다
공수 저지선 밀고 나아갔다
할멈도 돌멩이를 주워 날랐다
시장 아낙들도
삼립빵 샤니빵 가져왔다
여편네들도
김밥 날라왔다
무가당 주스도 가져왔다
모였다
비명이 아니라
함성이 터졌다
택시들이 경적을 울렸다
대낮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모여들었다
돌을 던졌다
각목을 들었다
만세를 외쳤다
도청으로 도청으로 나아갔다

트럭
고속버스
시내버스
스리쿼터
지프
덤프트럭들 떼거지로 잇대어
죽음의 사슬 죽음의 벽 뚫고
한바퀴 한바퀴 나아갔다

최루탄 우박이 쏟아졌다
숨막히는 최루탄 가스가 깔렸다
최루탄 안개 속 아수라판
거기에
공수의 몽둥이
공수의 총검에
수숫대로 삼대로 쓰러졌다
풀섶으로 뒤엄으로 밀렸다
다시 밀어붙였다

그 에미애비 없는
공포의 공수가 밀려갔다
드디어 전남도청이 시민의 차지였다
그것은 맨주먹의 대폭발이었다
그것은 맨몸뚱이의 대승리였다

자 이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대명시장 아줌마
김밥 광주리 이고 오다가
가톨릭쎈터 앞에서 엎어졌다
김밥 흩어졌다 다시 담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거짓말>

KBS가
MBC가
처음으로 광주사태를 방송했다
5월 22일 오후 일곱시
계엄사 발표를 방송했다
그 학살과 고문
그 만행을 극비에 부치다가
처음으로 방송했다

민간인 1명 사망
군경 5명 사망
군경 30명 부상

이 어이없는 거짓이
처음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거짓은 계속되었다
서울을 이탈한 소요주동 학생들
깡패들이
대거 광주로 내려가
유언비어 날조 선동으로
광주 소요사태가 일어났다고

이 터무니없는 날조 선동이
처음으로 방송되었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는
또 하나 거짓을 방송했다
김대중이 조직적 배후자라는
수사 중간발표를 했다

청천백일의 거짓이었다

광주는 이 방송으로 분노했다
이 학살만행과
이 거짓에 분노하여 봉기했다

전남대 교수 송기숙
술잔 꼭 쥐었다
술잔 깨져
손바닥 피범벅]

[<학살풍경화>

매어놓은 중송아지야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인가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이 아닌가
똥개야 누렁이야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이란 무슨 놈의 짐승이냐
광주의 어제도
광주의 오늘도
광주의 죽음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말살하는 죽음의 시간이었다
한밤중 기러기야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이란 무슨 짐승의 쓰레기더냐

붙잡힌 것들
이미 피범벅 뒤집어쓴 것들
트럭에 끌어올리면
트럭 안에서
다시 한 번
개머리판으로 짓이겨져 뻗어버린 것들
인간이란 이런 것이냐

금남로
YMCA 앞
양서조합
광주지역 독서방 앞에서
붙잡힌 것들
죽어가고 있는 것들
다친 자
피 흘리는 자 실어 나르던
택시기사도 붙잡혀
곤봉 한방에 즉사해버렸다

길가 자갈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이란 무엇이냐

인간의 몸은
몸이 아니라
보릿자루였다
쌀자루였다 소금자루였다
대검으로
푹 찔러버렸다

광주 시외버스터미널 총소리가 시작되었다
tv는
마구 미스코리아 엉덩이 일렁여대고
스무살 가수 간드러져 노래하는데
월산동에서
임신부가 배 찔려 죽었다
뱃속의 태아 죽었다
광주역전
여학생들 발가벗겨
젖가슴을 뭉텅 도려냈다
칠십 노인 진압봉 한방으로 어이쿠 소리 모르고 죽여버렸다

이제 인간은 없다
죽이는 인간
죽어가는 인간
그 어디에도 인간은 없다

인간이란 무엇이냐
저 무식한 하늘에 묻지 않겠다
저 무지막지한 전두환한테
묻지 않겠다
더 이상 누구에게 묻지 않겠다]

[<김경철>

여섯살 때
뒷산 너럭바위 위
비탈바위 위
거기 올라갔다가
무서워
진땀난 손 놓자 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죽지 않은 다행
산 불행이었다

3개월간 통원치료
아이도
어머니도 금세 지쳐버렸다

어머니가 주사 놓는 법 배워
집에서 치료하였다
그런데
하루에 한 번
반 병씩 놓을 것을
어서어서 낫게 하려고
하루에 두 번
한 병을 다 놓아버렸다
낫기는커녕
더 도져
뇌막염이 되어 청각마저 잃었다
말도 잃어버렸다
가까스로 입언저리 엄마 엄마만 남았다
그렇게
온귀머거리로
온벙어리로 자랐다

듣지 못하는 세상
말하지 못하는 세상
어느새 스무살을 넘었다

하필
그날 골목 샅샅이 뒤지는
공수부대에 잡혀
이 새끼
이 빨갱이새끼
라는 욕도 듣지 못하자

이 벙어리새끼
이 귀머거리새끼
하고 마구 때리고 밟았다
뒤통수 깨지고
눈두덩 터지고
어깨 바스러지고
엉덩이
허벅지
발가락마저 으깨어졌다

5월 18일
금남로 골목 식당에서 밥 다 못 먹고 나오다가
첫번째로
맞아죽은 사람

그 김경철]

아, 정말...만인보 읽으면서 오월시들 보며 정말 얼마나 울었는데ㅠㅠㅠ
내 감동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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