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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36).
게시물ID : love_414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1
조회수 : 206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8/03/05 00:02:33
다음 날.
아침을 차려주는 D의 얼굴이 영 말이 아니다.

"...미안해."
"응? 뭐가?"
"어제...오빠가 그런말해서."
"아냐..."
"너도 생각해봐. 너같이 예쁘고 착한애가 이런 아저씨 좋다고 그래. 안믿겨진다고. 나 지금 현상황 군대꿈같은걸까봐 두려울때도 있어. 예전에 진짜 입대하고 병장까지 안깨고 한번에 꿔본적도 있거든."
이럴땐 대개 와서 어디 꿈인지아닌지 확인시켜주지.하고 냅다 꼬집곤 하는데,
D는 힘없이 빙긋 웃고는 반찬그릇을 내려놓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를 꼬옥 안는다.

"따듯해?"
"어? 응."
"내 심장뛰는거 느껴져?"
"...느껴져. 왜 이래 부끄럽게;;;;;"
"이래도 꿈이야?"

33살. 그렇게 또 11살 어린 여자애한테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리고 그 날부터, D는 평소처럼 나한테 안기거나 뽀뽀한다거나 하지를 않았다.
내가 이리온 D.해야, 응해주는정도.
요 근래, 만리장성쌓는 일은 안해도 내 침대에서 같이 자던 애가, 다시 큰방으로 돌아가버렸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이마 좀 실례. 열도 없고...너 앞머리 깐 것도 예쁘네. 

D는 내가 하는 예쁘다는 말에는 항상 제대로 반응해주었다.

한 며칠 그러고 나니, 내가 아무리 둔감해도 알것 같았다.

자기는 나 좋아한다고 그렇게 티를 내는데, 오빠는 아닌것 같애.

한 단어로 말해서, 삐졌음.




그런데 이걸 또 뭐 사맥이거나 어디 놀러간다거나 하면 D 성격에 오빤 또 돈으로 해결하려든다고 뭐라할터였다.

나는 그동안 몇명 사귀면서 단 한번도 언성높여 싸운적이 없었다.
대개 1년 정도 공을 들여놓고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파악하고 실전에 들어가서 좋아하는거는 한껏 해주고, 싫어하는거는 건드리지도 않기 때문에 싸울 일을 안 만들었다.
그리고 내 인상이 어지간히 미친X이 아니고서야 싸움 붙을 일 없는 인상이기도 하고.

그런데 D는 특이케이스로, 애초에 이성으로 보고 들어온게 아니라, 사정이 너무 딱해 당분간만 데리고 있을 생각으로 만난 애라 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파악을 안했다. 
워낙에 첫 만남이 임팩트있었고, 솔직히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애가 나를 좋아할거라고는 만에 하나의 경우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뭐 좋아하시든가말든가하고 방임해놓은터라, 내 집에서 조심히 생활한다. 정도 빼고는 진짜 암것도 몰랐다.
전에 핸드폰 고장났을때야, 워메. 나 애 학교 어딘지도 모르네;;;;했을 정도였다.
길어야 3개월있다나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몰랐지.

그리고 D가 경제적으로 나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터라, 내가 그러지마라. 할 정도로 내 눈치를 많이 봐서 내가 싫어할 만한 일도 가끔 궁상떨때 말고는 없었다. 

그래도 가끔 내가 D한테 뭐 사주거나 하면, 이런데 돈 쓰지마. 내 돈 내가 쓰는데 왜 니가 뭐라 그래.하고 진짜 여러번 싸웠다.
곱게 받은적이 몇 번 없어서, 하...이거 진짜 필요한거 딱 보이는데 사주면 또 싸우겠지...그러고 사다줬다.

그래서, 애를 뭐 풀어주긴 풀어줘야하는데...하고 진짜 머리 싸매면서 고민하다가 잠든 어느 토요일 아침.



"...이뇬아...시간이 몇개인데 새벽부터 전화질이야. 북괴가 38선 넘은거 아니면 끊어."
"전화 좀 그냥 여보세요.하고 받아주면 안돼?"
"...발신번호표시제한을 해야하나...주말 새벽부터 니 이름보니까 짜증이 울컥 올라와서 그래."

사촌동생이었다.

"안 들어줄거지만 용건은? 컴터 고장났냐? 껏다켜."
"아냐. 오빠. 집이지?"
"어. 왜?"
"출근안해?"
"내는 뭔 기계여? 기계도 이렇게 굴림 고장나. 왜? 용건 빨리 말해. 다시 자게."
"A랑 B좀 봐라."
A랑 B. 나랑 24살, 28살 차이나는 아빠와 딸 나이차 나는 사촌동생들.
"...어...어? 뭐????????"
"애들 좀 보라고."
"아...안돼;;;;;"
"지금 오빠 아파트 지하주차장이거든? 올라갈께. 아직도 도어락 안고쳤지?"
"뭐? 뭔 애가 직구를 머리에다가 잡아던져?"
"할머니랑 외숙모 강릉에 결혼식간다고 밤에 오셨는데, 막둥이가 멀미가 심했대. 그래서 두 분만 다녀오신대."
"그럼 니가 봐."
"나 지금 얼른 대전가봐야 돼. 저녁에는 올라올테니까 그때까지 좀 봐."
"어?어?어?"
전화기 너머로 애들이 크노빠~하는 소리가 들리자, 잠이 확 깼다.

다행히 D는 아침에 학교에 갔다. 사물함때문에.
아침밥 안먹는다고 그렇게 말했더니, 식탁에는 여지없이 샌드위치가 예쁘게 만들어져 올라와 있었다.
"띵동."
"어? 나간다."
삐리릭~
"오빠~~~~~"
"크노빠아~~~"
"어잌쿸ㅋㅋㅋㅋㅋㅋ 우리 공주님들 오셨어?...야. 딴애들은?"
"눈꼽이나 좀 떼고 있지-_-. 애들 다 바빠."
"아니. 애네들 올라왔는데 지들이 바빠?"
"애들 다 서울에 없어."
"...작은오빠."
"새언니한테 연락했는데 지금 친정에 같이 있대."
"...이 쉐키 방학이라고 놀아재끼는구만."
"저녁에는 올라올께. 애들 아직 아침도 안 먹었거든? 좀 먹이고 하루만 봐줘. 할머니랑 외숙모도 가급적 오늘 서울로 오신대."

그렇게 내 손을 하나씩 잡은 9살 5살 꼬맹이들을 두고 사촌동생은 아.늦었다. 라며, 얼른 내려가버렸다.

"밥 안먹었지? 빵먹자."
"와~빵!!!!"
"할머니가~아침에는 밥먹으랬는데?"
"그건 로컬룰이고, 서울에서는 아침에 빵먹어도 돼."
"빵 어딨어?"
"집에 왔음 손씻고 양치해야지. 잠바 벗어. 오빠가 걸어줄께. 야야. 동생도 데려가야지."
"일루와~언니랑 손 씻자~"

다행히 D가 내 위장용량을 생각해 샌드위치를 넉넉히 만들어놔서 두 아이 먹이는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맛있어?"
"응!!!! 맛있어!!!!"
"많이 먹어라."
"오빤 안 먹어?"
"...먹어. 니들 먹는거만 봐도 배불러."
"나두 더 먹을래요!!!!"
"오냐.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

이제 D한테 연락해서 저번에 엄마 할머니 올라오실때같이 데프콘1은 아니고, 진돗개1 상황이라고 상황전파를 하려했는데...

삐리릭~

"다녀왔습니ㄷ...어?"
아이고오~



"안녕~언니는 여기 오빠랑 같은 회사다니는 사람이야."
다행히 애들이 어려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었다. 
좀 더 컸음, 같은 회사 다니는 언니가 왜 주말 아침에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와요?라고 했을텐데 그러진 않더라.
"사정이 있어서, 오늘 애네들 봐야돼. 애들이랑 나갔다 올께."
"언니. 나 머리 묶어주세요."
지금은 좀 컸다고 낯가리는데, 그때는 인류는 다 내 친구였던 막둥이가 D한테 등을 보이며 머리를 묶어달랜다.
손재주없는 큰오빠와 묶어는 주는데 좀 아프게 팡팡 당기는 자기 언니는 못 믿겠나보다.
"어? 언니가 묶어줘도 돼?"
"네. 묶어주세요."
"어떡게 묶어줄까?"
"이렇게이렇게."
"너도 큰고모부랑 똑같네-_- 길알려줄때 오른쪽왼쪽이 아니라 여기서 저기로 하는거랑 똑같애."

그러나 만난지 10분 만에 D랑 A와 B 자매는 엄청 친해져버렸다.

와~언니 잘 묶는다. 나도 묶어주세요. 
응. 그래. 여기 앉아봐. 어머~머릿결이 참 곱네. 어떡게 묶어줄까?
나도 B랑 똑같이 해줘.
응. 언니가 예쁘게 묶어줄께.

애들이 안먹고 남겨놓은 빵가장자리를 씹으며, 애네들을 오늘 어떡게 굴려야 이따가 할머니 외숙모 사촌언니들한테 엄한 소리를 안할까. 머리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리 들릴 정도로 짱구를 굴렸다.

"오빠!!! 언니가 우리 머리 묶어줬어!!!"
"어디봐. 아유. 예쁘네. 언니한테 고맙다고 했어?"
"아차. 언니 고맙습니다."
"아니야."
지금이냐 낯가리지만 당시 막둥이는 말보다 행동이던 애라, 고맙다는 말 안하고, 냅다 D한테 안기더니 볼에 쪽!!!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오~우리 막둥이의 고맙다는 최상급 표현."
"어? 정말?"
"어. 나한테는 절대 안해줘. 해달래도 안해."
"오빠 수염 까칠해."
"...그려. 오빠 씻고 면도하고 나와서 어디 놀러가자."

그렇게 욕실에서 씻는동안 밖에서는 애들이 D랑 뭐하는지 꺄르륵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갈거야?"
"어...잠깐만...오빠친구한테 연락 좀 해보고...
어. 나다. 뭐긴 임마. 신세 좀 질려고 전화했지. 지금 시간이 몇시냐고? 일어나 임마. 이게 한국사람이야 미국사람이야 왜 이 시간에 자빠져자고있어.
야. 어디든 티켓내놔. 뭐? 칼 좀 들고 있으라고? 강도로 신고하게? 그거 받고 폭행죄 추가할까? 너 이런 티켓 많잖아. 뭔 농구장이야. 오늘 시합도 없더만. 애들 데리고 갈려고. XX월드나 XX랜드 티켓없어? 왜 없어? 내가 말하면 드리겠습니다.하고 내놔야지...어.어. 오~그게 있어? 그래 그걸로다가 준비해놔. 가다 들릴께. 담에 술 사줄께. 어. 한 3~40분 걸릴거야. 가서 전화할께."

그 사이에 D는 두 자매들 옷을 입히고, 머리를 다시 한번 정돈해주고, 추우니까 이거 바르자~하고 로션도 발라주고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자기꺼 립밤도 발라주었다. 

저 립밤...오빠 그렇게 침만 바르면 다 터.라고 가끔 나한테도 발라주고 그럼.

"갔다올께."
"어? 언니는 왜 안가?"
"어?"
"언니도 같이 가. 응?"
"아...아냐;;;;"
"괜찮아괜찮아. 큰오빠가 사줄거니까 언니도 가자."
"...야. 내가 니들 지갑이여?"
"오빠!!! 언니도 같이 데려갈거지?"
"언니두 같이 갔으면 좋겠다!!!!"
막둥이가 쪼르르가서 D손을 꽉 잡아버린다. 굳은 의지가 묻어나는 표정과 함께.
"...하...D. 미안한데..."
"...나도 같이가?"
"응!!! 언니두 같이 가자."
"...애들이 이러는데 같이 가주세요ㅠ.ㅠ"
"네;;;;;;;;"




차로 한 20분 걸리는 친구집에 가서 티켓을 받았다.
"술사라. 비싼걸로."
"한대 맞을짓 하면 이걸로 퉁쳐줄께."
"뭐?"
"간다...좀 씻어 임마."

세 여자들은 뒷좌석에 앉아서 꺄르륵꺄르륵 신나있다.
D는 애들을 퍽 잘봤다. 
나는 애들을 울렸다웃겼다하는 쪽인데, D는 시종일관 애들을 웃게 만들더라.

"내려. 우리는 지금부터 수족관에 간다."
"수족관?"
"어. 너네 수족관 안가봤지? 언니들은 맨날 극장 이런데만 데려가잖아."
"여기 뭐하는데예요?"
"B. 상어 알어?"
"상어?"
얼른 인터넷으로 찾아서 보여줬다.
"이거 있음."
우아아아앙!!! 그렇게 B를 울리고 D한테 한대 맞았다.



"우와~물고기~"
"또또또 뛰다가 넘어질라고. 오빠나 언니 손 잡고 가."

...변했어. 이런데 오면 항상 내 손 잡더니, 오늘은 둘 다 D손 잡고 간다. 슬푸다.

나는 수족관오면 뭘 봐도 소주 한잔만 생각나구만. 이 세 여자들은 뭐가 그리도 신난지 하나하나 얼른 자리를 뜨질 못한다.
그런 그들을 뒤따라가며 흐뭇하게 보면서 나는 얼른 이 인간들 난폭해지기 전에 나가자마자 맥일데를 찾고 있었다.

현 시간부로 기상해있는 인원들은 성인남자 한명, 성인여성 한명, 어린애 둘이 먹을만한 식당을 수배해서 가격대를 알린 후 예약하라.
당연히 답이 없지.
당첨된 인원은 술 사줄께. 
핸드폰이 바이브레이터 된 줄 알았다. 막 쏟아져 들어왔다. 



"재밌었어!!! 그 무지 큰 상어!!!"
"상어 무서워어어어어ㅠ.ㅠ"
"울지마울지마. 상어 여기까지 못 나오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진짜 안나와요?"
"응. 안나와. 나오면 오빠한테 맡기고 우린 얼른 도망가자."
"...나 이래뵈도 아직도 100m 13초대로 뛰어. 상어도 입맛이 있지. 이렇게 알콜에 찌든 고기 먹을라하겠냐."
그렇게 또 막둥이 울리고 D한테 한대 또 맞았다.

"배고프지? 오빠가 맛있는데 찾아놨어. 거.기.할.인.쿠.폰.받.아.놨.고. 오빠친구 아는 사람이 하는데라 오빠친구가 예약 넣어서 서비스 많이 준다니까 거기로 가자."
기승전돈이야기 할 D가 입도 열기 전에 여기 싸다. 가자.하고 운을 띄우고 밥먹으러 갔다.

"예약이요. XXX이요. 어른 둘 아이 둘."
"아. 사장님 조카분 친구시구나? 이 쪽으로 오세요."
"어우야. 사람많네."
점심을 한참 넘긴 시간이었는데도 그 식당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오빠!!! 난 돈까스!!!!"
"...중국집이여. 너네 짜장면 좋아하잖아. 짜장면 사줄께."
"우와!!!!"
"여기 짜장면 애들 사이즈 둘이랑, 난 속 좀 풀어야지. 기스면 하나랑. D 너는?"
"나도 짜장면;;;;"
"뭘 당황해하고 그래. 그렇게 주시고 탕수육 중짜로 하나 주세요."

D가 기승전돈이야기 할 틈도 없이 동생들이 D한테 계속 말을 걸어댔다.
여긴 친구 삼촌이 하는 중국집. 위치가 위치다보니 조금 비싼데, 친구가 삼촌한테 전화해줬다. 동네중국집 요금으로 계산해달라고.

"어잌쿸ㅋㅋㅋㅋㅋ. 야. 오랜만이ㄷ...."
전국에 요식업업주들이 짯나...왜 내가 D랑 오기만 하면 다들 말을 하다말어.
"...누구냐?"
"사촌동생들이요."
"아니."
"C한테 들었죠?"
"...그냥 먹고 가라. 삼촌이 사줄께."
"그러시면 저 여기 다시 못와요."
"아니...니가 여자랑 있어서 내가 좀 놀래서 그래."
"아이참;;;;;그러지마시라니까;;;;"

우리 진짜 시킨것만 먹고 계산하고 갈꺼예요? 뭐 내오지마세요...는 개뿔.
이 수가 이걸 어떡게 먹으라고, 우리가 한 주문은 취소되고 B코스로 나왔다.

"하아...삼촌 오늘 쉰대서 왔구만..."
"너 임마 축의금 대신에 오늘 사주는거니까 많이 먹고 가."
무르기에는 동생들이 이미 접시에 코를 박고 먹고, D는 애들 입 주위 닦아주고 막둥이 물먹이고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무르지도 못했다.
"자...잘먹을께요."
"어. 내가 카운터에 말했으니까 걍 가. 아가씨들. 맛있게 먹고 가요."
네!!! 고맙습니다!!! 잘 먹을께요!!!! 




그렇게 자알~먹고, 삼촌 대신에 매니저님한테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가려다가 

오빠!!! 나 거기 가고 싶어!!! 
어디?
저번에 나 한복입고 사진찍은데!!!!
경복궁? 멀어. 안돼.
가고시퍼가고시퍼가고시퍼!!!! B는 거기 안가봤단 말야!!!!
아이고오!!! 귀청이야!!! 알았어알았어. 가서 또 사람많다고 징징거리지마!!!

하고 경복궁까지 가야했다. 하이고...피곤해...



막둥이가 졸려해서 내가 막둥이업고, 지치지않는 화력발전소같은 에너지를 내뿜는 A는 D의 손을 잡고 참 잘도 싸돌아다녔다.
B도 안잤으면 좋은데~하고 참 잘도 돌아다녔다. 
D는 A랑 어울려주랴, 업혀서 자고있는 B 감기들까봐 옷 계속 다시 고쳐 입혀주고, 내가 지쳐쓰러질까봐 체크하고 참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렇게 집에 와서 주차하니, A랑 D는 곯아떨어졌고, 내 등에서 푹 주무시고 일어난 B는 타요주제가를 씩씩하게 불러댔다. D를 깨워서, 

피곤한건 아는데 내 사촌동생 지금 용인지났대. 곧 왔다가 애들 데리고 갈거니까 그때까지만 커피집에 좀 있어.
ㅇㅇ. 알았어. B. 언니갈께. 
어? 어디가?
언니두 집에 가야지. 오늘 A랑 B만나서 재밌었어. 언니자니까 깨우지마. 내일 집에 조심히 가. 안녕.
ㅇㅇ. 언니 안녕.

그렇게 A를 들쳐업고 B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와서 A눕혀놓고 B도 씻기고 몸 따듯하게 옷 입혀주고 채널 이게 맞나???하며 겨우 찾아 만화틀어주고서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애들아~언니왔어~오빠랑 뭐하고 놀았어???
오늘 예쁜 언니라앙~
야야야. 수족관. 상어. 
우아아아앙!!!!
왜 애를 울리고 그래???
어. 미안. 오늘 애들 데리고 수족관갔다. 밖에 추워서 실내로 갔어. 수족관 재밌었지?
응!!!! 커다란 물고기랑 예쁜 물고기랑 있었는데, 큰오빠가 이건 맛있어보여, 저건 맛없겠지? 이런 말만 했어.
어휴...인간아...밥은?
거기두 예쁜 언니라앙~
아아아아아!!!! 탕슉탕슉. 새우 맛있었지?꽃빵도 먹었잖아.
오~비싼데 갔나봐?
내 친구 C있잖아. 걔네 삼촌이 중국집해. 거기 갔어. 맛있었지?
응!!!! 또 가고 시퍼!!!!
어어. 다음에 또 서울오면 할머니 모시고 가자. 

그렇게 겨우 애들 입에서 D이야기 안나오게 만들고, 길 더 막히기 전에 얼른 가봐라.
할머니뵈러 가야겠지만, 내일 출근예정이라 안될것 같다. 이거 봉투 할머니 드려라.그럼 쟈네.하고 애들을 보냈다.




현시간부로 진돗개1 해제.

오빠도 커피마실래?

어?

실은 하루종일 운전하고 애들 안고업고다니고해서 피곤해. 숟가락 들 힘도 없어. 들어와 자자.라고 하겠지만,
오늘 A랑 B 데리고 놀아주느라 너무나 수고해준 D가 오라는데 가야지. 하고 어디신데?하고 오늘 강평하러 나섰다.




커피집에 들어서는 나에게 보여준 D의 미소는 요 며칠 보여준 딱딱하고 어색한 미소가 아닌,
나에게 항상 보여주던 그 예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돌아와있었다.

애들이랑 놀아주면서 마음이 좀 풀린거겠지.

"뭐 마셔? 기껏 카드줬는데 좀 비싼거 마시지."
"괜찮아. 오빠랑 커피 마시고 싶어져서 피곤한데 나오라고 했어."
"...너 이거 리필되는거지? 줘. 받아올께. 난 좀 단거 마셔야겠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듯 그렇게 말하고 커피잔 받아들었지만,
다시 돌아온 D의 밝아진 미소에 무거웠던 나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저기 있잖아. D."
"응?"
내 생크림 잔뜩 올라간 커피에서 생크림만 쏙쏙 빼먹고 있던 D는 내가 부르자 고개를 들었다.
"ㅋㅋㅋㅋㅋ 애냐? 어떡게 하면 이렇게 입가에 묻히고 그럴수 있어?"
뿌우우우우우!!! 그 귀여운 볼이 또 불룩해진다. 아이 귀여워.

나는 D의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주며 말했다.

"D. 나도 너 좋아해."
"어?"
"...너도 그 동안 나랑 살면서 알거 아냐? 이런 표현 잘 못하는 사람인거. 그때는 진짜 미안해. 다음부턴 그렇게 반응안할께."
"오빠..."
"좋아해좋아해좋아해ㅋ 오늘은 너 듣기 싫다고 할때까지 너 좋아한다고 말해줄께. 아니 꿈에도 나오게 해줄께"




D가 부끄러울때 어떡게 하냐면...
빨대 끝에 생크림묻혀서 얼굴에 묻힌다는걸 그만 빨대를 콧구멍에 넣어버리더라-_-

코피날뻔.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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