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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스포]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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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유적
추천 : 4
조회수 : 4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3/05 13: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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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 감상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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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p.13

남자는, 오바 요조는 세상을 두려워했다. 보다 정확히는 세상의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그는 타인의 생각이나 언행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갔다. 타인을 웃기려고 일부러 익살스러움을 연출하고,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어서 타인의 말이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과 멀어졌지만, 그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타인들과는 되려 가까워졌다.

내가 얼마나 모두를 무서워하는지, 무서워하면 할수록 남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남들이 나를 좋아해 주면 좋아해 줄수록 나는 두려워지고 모두한테서 멀어져야만 하는, 이 불행한 제 기벽을 시게코한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p.91

그의 삶은 불행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는, 타인을 줄곧 두려워한 그의 삶은 소심한 자의 삶의 극단적인 형태다. 그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과 멀어지는 것 혹은 가까워지는 것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저 끌려다니기만 했다. 나중에서야 조금, 자신이 세상에 대해 지레 겁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그 깨달음도 결국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그의 삶은 도피의 연속이었다. 창녀에게로, 술에게로, 여자에게로, 모르핀에게로. 그러는 와중에 누구에게도 온전한 자신을 보여주지 못했고, 의도치는 않았지만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마저도 불행하게 했다.

내가 그린 도깨비 그림을 이 녀석에게 보이면 어떤 얼굴을 할까 하고 예의 헛된 몸부림을 쳤습니다.p.92

그는 세상에 맞서지 못했다. 맞서기는커녕 마주하지도 못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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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모멸감과 동정심을 동시에 느낀다.

그는 분쟁에 말려들기 싫다는 이유로 내연녀가 강간당하는 것을 묵인했고, 돈이 있건 없건 오로지 도망치기 위해 술과 약에 빠져들었다. 잠시나마 얻었던 마음의 평안을 삶의 행복을, 그는 그렇게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그런 점들이 너무나도 혐오스럽지만, 그가 일생을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일말의 연민을 느낀다.

저는 가능한 한 인간들의 분쟁을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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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거절하지 못하는 그의 소심함과 나약함에서 언뜻언뜻 나의 모습을 봤다.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데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영원히 치유할 길 없는 생생한 금이 갈 것 같은 공포에 위협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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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을 넘어서 기분 나쁜 작품이다.

나쁜 작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싫은 작품이라는 말도 아니다. 그냥 단어 그대로 기분 나쁜 이야기다. 그 기분 나쁨을 소름 끼치도록 잘 표현했다. 세상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소심한 겁쟁이의 삶을 무섭도록 훌륭하게 표현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오바 요조에게서 자신의 일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끝까지 읽기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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