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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다는 안부는 춥지 않다는 인사야.
게시물ID : freeboard_17233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r
추천 : 4
조회수 : 20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3/08 23:23:17
 


잘 있다는 안부는 춥지 않다는 인사야. 고드름 종유석처럼 플라스틱처럼. (너는 전기난로를 장만하라 말할 테지만.) 덕분에 나는 잘 있어. 이곳은 뺄셈이 발달한 나라. 한낮에도 별 떴던 자리가 보여. 사람이 앉았다 떠난 방석처럼 빛을 이겨 낸 더 밝은 빛처럼 허옇게 뚫린 자리가 보여. 그때는 별의 모서리를 함부로 지나던 새의 날갯죽지가 베이지. 하루하루 그걸 바라보고 있어.

말해 줄게. 나의 진짜 안부를. 네가 준 온도계는 미안하게도 쓸모가 없었다는 것도. 네가 준 야광별자리판은 쓸모를 다한다는 것도, 밤낮 칠흑이라 밤낮 빛을 낸다는 것도. (너는 다행이라고 말할 테지만.) 새들은 고드름 종유석 구멍에다 둥지를 틀지. 강아지는 플라스틱으로 배를 채우지. 나는 날마다 뺄셈을 배우지. 나는 점으로 접혔다가 한낮에만 잠시 부풀어 오르는 작은 구슬이 되었어. 생각지 못했던 사물들과 하루하루 친밀해지는 시간들이야.


출처 김소연 / 명왕성에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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