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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성냥개비 인간
게시물ID : panic_98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23
조회수 : 3651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8/03/10 00: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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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주의 끝에 버려진 한 행성. 사막만이 펼쳐진 이곳에는 성냥개비 인간들이 산다. 그들은 막대기 같은 길쭉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점 같은 발자국을 모래에 남기며 물을 찾아 방황했다. 서로 마주치는 것조차 기적일 정도로 그들의 수는 적었다.
 
 
이곳에 당신이 머물게 된다면 당신은 사막의 뜨거운 모래를 밟을 것이다. 푹 하고 발을 깊이 넣으면 모래시계처럼 당신의 발등으로 모래가 흐를 것이다. 당신은 거대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망연히 걷기 시작했다. 당신은 그렇게 물을 찾아 방황했다. 그 시간 동안 당신은 단지 한 명의 성냥개비 인간과 마주쳤었다. 온 몸이 새까맣게 타버린. 노란 모래에 파묻힌 그의 몸에 당신은 손을 뻗었다. 허나 당신의 손길에 그는 바스락 사라져 버렸다. 손에 까만 재가 묻어 나왔다. 당신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딘가 있을 물을 찾기 위해. 어쩌면 당신과 같은 성냥개비 인간을 찾기 위해.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랬다간 야위어 버린 몸이 타버리고 말 테니까. 당신은 천천히 걸었다. 시간을 잊을 정도로. 온 몸이 나무처럼 메말라갈 정도로. 당신은 문득 조금 외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이 별빛 가득한 커다란 밤을 걸었을 때. 당신은 당신과 같은 재질의, 사각거리고 바스락 거리는 목재의 촉감을 가진 한 성냥개비 인간을 만나게 되었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따닥거리며 부딪쳐보았다. 그는 따닥거리며 당신에게 장난을 쳐주었다. 황당하게도 당신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랑이란 본래 그렇게 내리는 것이니까. 당신은 그와 같이 여행을 시작했다.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발자국이 두 배로 늘어났다. 당신의 발 하나, 그의 발 하나. 물을 찾기 위한 여행은 그렇게 계속되다가 언젠가 어느 날이 되면 물을 못찾은 채 누군가 쓰러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마저 쓰러지면 이야기는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모래에 파묻혀 지난 날을 회상하게 될 때 당신은 듣게 되리. 당신의 삶에 언제나 내리고 있었던 빗소리를. 당신의 몸에 떨어지던 빗방울의 따닥 거리는 소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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