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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정 마지막 성폭행(추정) 이틀 전에 한 인터뷰
게시물ID : sisa_1029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타☆로드
추천 : 5
조회수 : 366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3/10 12:00:25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인터뷰
여성과 인권에 관한 대화
안희정 전 충남지사(출처 : 스리체어스DB)
이번 주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의 인터뷰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입니다. 2월 23일 안 전 지사를 만나 두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피해자가 밝힌 마지막 성폭행 발생 이틀 전의 일입니다.
 
그날 인터뷰에서는 젠더 폭력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안 전 지사는 “밟으면 꿈틀해야 못 밟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열흘 뒤 성폭행 의혹이 보도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인터뷰 내용 중 성 인식에 관한 부분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안 전 지사 개인 신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문제이고, 모든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아는 한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그가 가진 마지막 단독 인터뷰입니다.

안 전 지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인터뷰는 최대한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괄호로 처리된 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편집자 주입니다. 이와 더불어 성추행 의혹 이후 고은 시인이 저희 편집부에 전해 온 짧은 입장도 함께 전합니다.
 
 
- 최근 1~2년 사이에 인권과 양성평등에 대한 연설을 많이 했다.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소수자 발언도 있었고. 이 문제가 머리에 각인된 이유가 있나?

“나는 직업 정치인이고 민주주의자로서, 젊은 날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했다면 지금은 반차별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다. 반차별 관련 과제는 인종,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지막 남은 인류의 숙제 중 하나가 여성과 젠더 문제다.

여성과 젠더, 성 인지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시민 사회나 공공 분야 등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지난 2016년 촛불집회 당시 한 여고생이 ‘박근혜, 최순실을 감옥에 넣는다 할지라도 우리 안에 있는 박근혜와 최순실은 어떻게 할 거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과제는 폭력과 특권을 일삼는 독재자를 무찔렀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황무지 개간으로 치면 큰 돌멩이 하나 얹어낸 거고, 사실은 황무지 개간 사업의 마지막은 잔돌 줍기다. 잔돌이라고 해서 작은 과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 많이 곳곳에 널려 있는 주제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곳곳에 숨어 있는 젠더 문제일 것이다. 이 젠더 문제는 결과적으로 인권 문제와 연결된다. 나는 민주주의자로서의 성장 과정에서 과거에는 국가 권력과 정부 조직의 민주주의(화)와 제도화,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이제 인간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모든 폭력과 차별로부터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세상으로, 다시 말해 정부, 법제, 제도의 민주주의(화)로부터 문명, 문화, 정신과 시민 생활 속에서의 인간의 차별을 극복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이 확산되고 깊어졌다고 봐야 한다.”
 

- 과거 연설에서 김대중 정부 때 정부 차원에서 교내 체벌을 이슈화한 것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정부 차원에서 인권, 양성평등 관련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민주주의는 곧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일체의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 평화라는 것이 옛날에는 강력한 통치에 의해 규율되는 평화를 말했지만 사실 우리가 진정으로 도달해야 할 평화에선 폭력의 요소를 없애야 한다.

폭력의 근원이 되는 요소에는 국가, 자본, 차별의 문화가 있다. 이 세 가지의 요소가 폭력을 만들어낸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가장 큰 폭력인 전쟁을 일으켰고, 자본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삶에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더 어려운 과제는 우리의 역사와 시민 사회에 뿌리 깊게 남은 차별의 문화다. 문화, 종교, 기호, 선택, 취향에 대한 차별이다. 예를 들면 왼손잡이들은 (일상에서) 무수한 폭력에 시달린다. 왼손잡이가 느끼는 일상에서의 차별도 굉장히 큰 거다.

하물며 남녀, 다문화와 이민족에 대한 차별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문제들을 걷어내야만 평화로운 질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야만 황무지의 개간자, 민주주의자가 일을 잘했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날에 화염병을 던지는 심정으로, 젊은 날 반독재 투쟁을 했던 심정과 각오로 똑같이 임하고 있다. 옛날 것이 더 비장하고 지금 것은 덜 비장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출처 : 스리체어스DB)
- 양성평등이 조금 더 잘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도정에서 그런 요소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어려운 주제다. 성 평등 이슈는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의 영역 전반에 걸쳐 있다. 노동 활동 현장에서의 양성평등 과제가 있고, 사람이 문화적, 정신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이 있고, 각 개인의 사적인 삶 속에서의 사회 제도적 차별이 있다.

모든 영역에서 다 양성평등, 성 평등 과제를 품어야 되지만 정부 정책이 프라이빗(private) 공간까지 관여할 수가 없다. 사적 공간까지 정부가 깊숙하게 개입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가 없다. 정부가 다루거나 정치로써 다룰 수 있는 것은 공공 분야다.

노동 시장에서의 주 쟁점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 과정에서 출산과 육아의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사실은 여성이 관리직에 못 들어간다든지, 왜냐면 계속해서 경력 단절을 겪기 때문에, 가정과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두 갈래 길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 생활과 일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성희롱과 폭력 문제가 있다. 이 성희롱과 폭력은 굉장히 오래된 인류의 숙제다.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다. 이 문제에 대한 민주주의의 해법은 역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다. (사람은) 힘이 있는 누가 견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한다.

(누군가 자신을) 밟으면 꿈틀해야 못 밟는다. 여성이 성희롱과 차별의 문화를 겪은 이유는 여성의 세력화된 정치적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이야기를 못 했고, 왜곡된 남성성이 계속해서 쌓였다. ‘(여성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빨리 뽀뽀하라는 얘기야’는 류의 왜곡된 성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여성은 다시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여성성이라고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현재의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화에선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구조 내에서는 일단은 일차적으로는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거부권을 확실히 정치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상담 센터를 만들거나 여성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주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펴야한다. 핵심은 여성이 거부할 권한, 여성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 민주주의의 실패는 대중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의 실패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도정을 운영하며 제도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자평하나.

“그것은 계속 진행하는 거다. 정치 제도가 바뀌고, 우리 생활에서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그 소비에 공급하는 공급·생산 과정이 바뀌고, 그 소비와 공급이 거래되는 거래 방식이 바뀌어야 된다. 그리고 규칙을 정하는 정치, 법률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의 틀이 바뀌고, 정치의 틀이 바뀌려면 선거에 임하는 직업 정치인들의 윤리관이 바뀌어야 된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나는 직업 정치인으로서 내 영역을 바꾸고 있다. 이 영역이 지금 빛을 못 받는다 할지라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직업 정치인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소비자, 기업가, 노동자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시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양성평등 문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차기 도지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성 공무원들이 관리 및 간부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간부와 관리직 여성의 수가 너무 적다. 여성들을 간부급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야 직장 내 성희롱이든, 이런 문화들도 자연스럽게 견제된다.

그렇지만 여성성과 남성성은 버려야 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 아니다.(‘여성성을 지닌 사람’으로 봐야 하고 신체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차별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출세와 사회화는 여성성을 버리는 것이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성성조차도 버리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크게 출세하는 사람들은 거의 신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민주주의 철학과는 상당히 모순된 얘기다. 물론 좀 더 높은 정신적 영역, 철학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가 되면 될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런 지도자가 남성성과 여성성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남성인가 여성인가? 결국은 남성성(을 지닌) 존재 아닌가?

나는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것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적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것은 그냥 인류의 다양성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뭔가 없애려고 하거나 극복해야 될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각자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차별 없이 간부직 내에 골고루 분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이 문제는 견제되거나 풀린다. 그런 측면에서 간부급에게 적용되는 성 평등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해야 하고 육성과 선발을 계속해야 한다.”
 
서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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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북저널리즘 Saturday Edition은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한 심정으로 보내 드립니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지적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저희 모토를 여러 번 떠올렸습니다. 발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회 혁신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사건들은 개인 신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문제이고, 모든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공정한 심층 콘텐츠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몇 해 전 저희 회사에서 발행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고은 시인 관련 도서는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북저널리즘 편집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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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ookjournalism.us15.list-manage.com/track/click?u=9bbe877e769ce84c87e510590&id=9a5242346b&e=cdcae1dc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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