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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내음이 기억나지 않는 날
게시물ID : cook_2173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19
조회수 : 8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1 00:57:00
내 기억엔 쑥과 배추는 차갑고 건조한 냄새였다. 겨울방학이 되면 나는 엄마랑 아침엔 쑥을 캐러 산에 올라갔고, 주말엔 시장바닥에 떨어져 있는 배추 이파리 몇 장 주으러 다니곤 했다.

쑥을 캐고 배추 이파리를 주으러 다녔을 때는 항상 차갑고 건조한 흙냄새와 모래냄새가 손끝에 뱄다. 손톱 사이에 흙이 조금 끼고, 손끝이 조금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줍고 줍고 줍고나서 마침내 손끝이 배추냄새를 풍기다가 배추 이파리 색깔을 띌 때 쯤 되면 엄마는 산등성이를 따라 마을 끄트머리에 있던 이모 네에 갔었다.

이모는 쑥국을 해주셨고 내 국그릇에는 꼭 두부를 세 덩이씩 넣어주셨다. 아빠 말고는 두부를 세 덩이 이상 먹으면 안되는 줄 알았던 나한텐 쑥냄새, 배추냄새가 손끝에 배이든 말든 이모네에만 갈 수 있으면 마냥 좋았던 이유였다.

얼마 전에도 된장을 푼 배춧잎 국을 먹었는데, 왜 쑥 냄새가 어땠는지, 그리고 왜 그 냄새가 기억나지 않는지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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