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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던 것들.
게시물ID : love_415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징어똥구멍
추천 : 2
조회수 : 7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3 13:19:23

그건 지독한 짝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자기연민의 투영이었을까.

고독을 곱씹으며 침잠하던 그녀에게 손내밀고, 그 덧난 상처들과 고름을 내 마음에 품었던건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잘 할 수도 없었으면서.

본인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 사람을 위한 나무 그루터기가 되어준다는건 자기학대의 영역이었다.

텅비어가는 내 여린 속살들을 보며 비명이나 질러대고 결국은 가시를 내뻗었던 내 손길은 사랑이라 불릴 수 있을까.

그녀의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 과거는 내 목도 함께 졸라왔고

관계를 흔들던 덧없는 삶의 무게는 점점 커져갔었지.

과거를 잊기 위해 나를 만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를 떠나고

그 사이에서 나는 너에게 무엇이냐고 절규했던 내 외침은 그저 돌아오지 않을 메아리였다.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녀가 원했던건 나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건넬 사랑임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메마른 독에서 벅벅 긁어모아 고작 한 움쿰밖에 줄 수 없는 내 입장을 알면서도,

그 잔인한 고백을 거절하지 못하고 응해주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그토록 원했던 연애의 시작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시련들이 무서워

홀로 꺼이꺼이 울었던 건

순정이었을까 혹은 욕심이었을까.

어찌되었든 그것들은 마지막까지도 아름답지 않았다.

외로움에 나를 필요로했던 그녀의 나약함도

잠시 쉬다만 가겠다던 그녀에게 사랑과 미래를 기대했던 내 이기심도.

그건 집착이고 욕심이었을까.

미래를 위해 떠나겠다던 그녀에게 그렇게 구질구질 메달렸던건

결국은 그녀의 입에서 끝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놓아주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서로의 마음을 산산이 부수는 말이 나오게 만들정도로 그 마지막 손끝을 놓지 못하고 헤메던 내 마음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럴거면 시작도 말았어야지.

이렇게 상처받고, 상처 줄 거였으면

멀리서 지켜만 봤어야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문득, 사랑이라는게 다시 받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그런데 내가 아귀처럼 먹어치울 사랑을 찾을 수는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는건 어쩌지.

나도 그녀처럼 아귀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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