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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등대
게시물ID : panic_981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원
추천 : 21
조회수 : 16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4 19: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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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가 사는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버려진 등대가 하나있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등대는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존재감은 마을사람들을 이유 없이 불안에 떨게 했다. 한번은 내가 어릴 적 동네 형들이 밤에 담력시험을 한답시고 삼삼오오 모여 등대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등대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길은 가파르고 구불구불했으며 무엇보다 밤마다 피는 바다안개에 길을 잃기 쉬웠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동네 형들이 등대로 가는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었다. 등대가 가진 어떤 사악한 힘에 이끌려 동네 형들이 등대로 향했고 등대 안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결론이다. 그 이외에도 등대는 수많은 괴담들을 만들어 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등대가 이교도들이 바다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던 곳이라고도 했다. 결국 몇몇 마을 분들이 모여 등대를 부수러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로 아무도 등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모두 등대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여느 남자애들과 마찬가지로 또래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남자임을 증명해야 할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발단은 무더운 여름밤, 동네 아이들과 모여 귀신과 흉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던 중 그 중 유난히 겁먹은 아이를 놀렸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반발하며 내가 허세 꾼이라 비난했고 나는 내가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에게 증명해야 했다. 실제로 나는 귀신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믿지 않겠지만 실제로 귀신을 본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만난 귀신들은 슬프거나 무서운 얼굴들을 하고 있을지언정 살아있는 사람을 해코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겐 무서워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튼 나는 그 상황이 아이들에게 존경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나는 자진해서 등대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등대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 길 잃은 귀신들과 마주쳐 놀라긴 했지만 오히려 그들이 이정표가 되어 돌아올 때 길을 잃을 염려를 덜어주기도 했다. 심지어 삼거리에서 만난 귀신은 내게 등대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기도 했다.

 

반시간 만에 나는 등대 앞에 도착했다. 높이 뜬 달의 후광을 받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등대는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크고 웅장했다. 이걸 만든 사람들은 누굴까? 아니 사람이 만들긴 했을까? 라고 생각 될 정도로 등대에게는 신비스러운 뭔가가 있었다. 나는 등대 저 멀리 바다 지평선에서 다가오는 뿌연 바다안개를 보았다. 나는 돌아가는 길, 안개 때문에 길을 잃기 전에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등대에 다녀왔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았었다. 나는 등대 안으로 들어가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기로 하였다.

 

다행히 등대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내가 문을 열고 등대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돌아보니 삐쩍 마르고 키가 큰 젊은 남자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창백하고 반쯤 투명한 모습을 보니 귀신이 틀림없었다. 남자는 등대를 가리키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입만 뻐끔거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남자를 무시하고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등대 안은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내가 발걸음을 땔 때마다 먼지가 피어올랐고 나는 기침을 해댔다. 1층의 계단 뒤로 공간이 보였다. 나는 등불을 밝히고 계단 뒤에서 증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았지만 청소도구들만 있을 뿐 증거가 될 만한 그럴듯한 물건들은 찾지 못했다. 나는 등대의 꼭대기 부분을 올려다보았다. 아찔할 정도로 높았다. 계단이 한 100개는 될 듯 싶었다. 101, 102, 103, 104... 등대 꼭대기까지의 계단수는 밖에서 볼 때 생각보다 그리 많지않을거라 생각했지만 꼭대기에 도착하니 132개나 되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 오른 나는 조종실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그때였다. 조종실 안에서 누군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조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등대지기의 먼지 쌓인 책상이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책상 밑에 나보다 4살 정도 더 어린, 7살 정도의 꼬마아이가 울고 있었다. 아이가 나를 보더니 책상 밑에서 나와 나를 와락 끌어않았다. 나는 이 아이가 또 다른 사연 있는 유령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너무나도 생생했고 유령특유의 창백함이나 흐릿함이 없었다. 나는 우는 아이를 달래며 어떻게 여기 왔는지 물었다.

 

아빠가 고기 잡으러 떠났다가 며칠째 안 돌아왔어요. 바다에서 길을 잃은 게 틀림없어요. 형이 등대를 밝히면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아이의 사정이 딱했다.

 

그래. 한번 해볼게.’

 

약속하시는거죠?’ 


나는 살면서 복잡한 기계 따위는 만져 본 적이 없었다.

 

약속은 못 하지만 시도는 해 볼게.’

 

약속하셔야 해요. 꼭이요.’

 

아이는 애걸했고 나는 결국 약속했다. 나는 조종판을 둘러보았다. 매우 복잡해 보았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가장 눈에 띄는 스위치를 올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건가? 나는 스위치를 이것저것 올리고 내려 보았다. 각 스위치가 점등 되며 깜빡 거리는 걸로 보아서는 전기가 들어오는 건 확실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거 어렵겠는데? 내일 마을 어른들이랑 다시 오는 건 어떨까?’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나는 조종실 밖으로 나가 아이를 불러보았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계단의 난관손잡이를 잡고 아래를 보았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이가 지나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어두운 등대 안에서 길고 긴 계단을 타고 내려가 떠났을 리가 없었다.

 

안 오면 나 그냥 간다!’

 

나는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소리가 등대 안에서 메아리쳤다.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나는 조종실 창가에서 밖을 보았다. 멀리 보이던 안개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빨리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이나 찾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등대지기의 책상을 뒤졌다. 반쯤 남은 성냥갑, 맥주병 따개, 등대의 구조와 사용자를 위한 사용법이 적힌 책 그리고 등대지기의 일지가 나왔다. 나는 등대지기의 일지를 들고 조종실 밖으로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밟고 내려가던 중 나는 등불의 빛이 약해졌다고 생각해 등불 안을 보았다. 초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가는 속도를 높였다. 한참을 내려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단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의 수는 132개다. 나는 어림잡아 50계단은 내려왔다고 가정하고 밟고 내려가는 계단수를 셌다. 80, 81, 82... 어느새 내가 밟고 내려간 계단의 수가 100이 넘었을 때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초가 다 타버려 등불이 꺼지자 나는 초조해졌다. 나는 계단 손잡이를 부여잡고 발의 앞부분으로 다음 계단을 더듬거리며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갔다.

 

내가 밟은 계단의 수가 200을 넘었다. 분명히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깨기라도 하지, 이건 최악의 악몽을 현실로 끄집어 온 거 같았다. 밖에서 들려오던 파도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소리까지 안 들리니 나는 정말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 집 생각이 간절했다. 순간 나는 아이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 만약 아이가 사람이 아니라 바다의 요정이나 도깨비라면?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전까지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면? 나는 겁이 덜컥 났다. 나는 어둠속에서 더듬거리며 방향을 틀어 다시 조종실로 향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였다. 다시 위로 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조종실 앞에 도착했다. 내려갈 땐 한참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조종실로 들어가 문 옆의 천장등 스위치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찾았다. 스위치를 올리자 다행이도 불이 들어왔다.

 

아까 보았던 복잡해 보이는 조종판이 보이자 어떻게 등대를 밝혀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때 책상위에 아까 서랍에서 꺼내놨던 등대의 사용서가 보였다. 나는 사용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읽어도 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행이 그림과 함께 설명이 써져 있어 나는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서에 나온대로 조종판을 조작했다. 일단 발전기의 손잡이를 돌려 발전기가 예비전력을 충분히 끌어모으면 조종판 맨 위에서 빨간불이 점등 될 것이다. 나는 발전기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손잡이는 녹슬고 오래되어 돌리가 쉽지 않았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손잡이를 돌렸다. 그렇게 5분정도 손잡이를 돌리자 조종판 위의 빨간불이 점등했다. 다음은 3,6,7번의 스위치를 올릴 차례였다. 나는 아까 만진 스위치들을 다 내리고 3,6,7번의 스위치를 올렸다. ‘~’ 소리가 나며 조종실 천장위로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잡이를 돌리느라 흠뻑젖은 이마를 닦고는 사용서의 다음 부분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조종판 맨 끝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됐다. 나는 조종판 맨 끝의 열쇠구멍을 찾았다. 하지만 열쇠구멍에 끼어져 있어야 할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열쇠를 찾아 조종실 온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쩌자고 이곳에 오겠다고 스스로 말해버렸는지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하루는 지난 거 같은데 밖은 계속 밤이다. 아니면 학교수업 때처럼 시간이 안가는 거일수도 있겠다. 나는 열쇠를 찾느라 난장판이 된 조종실을 둘러보았다. 조종실 안에는 열쇠가 없다. 그건 확실했다. 계단 어딘가에 떨어져 있는 걸까? 나는 계단실로 나갔다. 나는 빛도 없는 이곳에서 바닥을 기며 손으로 한 곳 한곳 더듬으며 열쇠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도 오지 않았다. 나는 절망에 빠진체 어둠속에서 계단을 더듬으며 기어 다녔다. 왠지 평생 이곳에 있었던 거처럼 느껴졌다. 기억이 흐릿했다. 예전의 친구들, 가족, 친지분들 모두 꿈 같이 느껴졌다. 몸의 감각도 없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내가 여기 왜 있는거야? 나는 혼란스러웠다.

 

한번은 꼭대기의 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등대지기의 일지를 발견했다. 나는 일지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19621216. 이곳에 갇힌지 3년이 지났다. 아마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거 같다. 그 아이와 약속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처음 등대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 만난 크고 삐쩍 마른 유령이 생각났다.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 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분명 경고였다. 그때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게 너무나도 후회된다. 글씨는 점점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 나는 일지의 주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와의 약속? 후회? 입구의 크고 삐쩍 마른 유령?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여기 어떻게 왔지? ? 나가 누구지?

 

-후기-


이번편은 제 글처럼 느껴지지 않아 쓰고나서 당황했습니다.


집사람은 이게 제일 좋다라고 하는군요. 역시 사람은 취향이 다 다른가봅니다.


이 이야기가 맘에 안 든다라는게 아닙니다(물론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제가 쓴 글들을 무척이나 아낍니다.


단지 내가 쓴 거 같지 않아 기분이 이상하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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