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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을 끊은 지 얼추 반 년
게시물ID : cook_2175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30
조회수 : 362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3/19 10:02:45
 쌀밥을 끊은 지 얼추 반 년이 됐다. 딱히 대단한 목표나 비장한 동기를 가지고 쌀밥을 끊은 것은 아니다.

 반 년 전 이삿짐을 싸다가 전기밥솥이 부피도 크고 무겁기도 해서 '이거 가격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느냐' 생각하고는 사정이 어려운 이웃에게 줬었다. 그러고선 이삿짐을 풀고 새로 밥솥을 사려고 했을 때, 전기밥솥 가격에 크게 기겁을 하고는 '이 돈을 쓰느니 차라리 쌀밥을 끊지' 생각했던 게 기점이었다.

 이후 고기는 내 주식이 됐다. 쇼핑앱에서 이것저것 할인이 붙고 나면 돼지고기 두 근 값은 쌀 땐 칠천 원, 비싸봐야 팔천 원이 고작이었다. 그러다보니 형편에도 퍽 도움이 됐다.

 아침에 고기 한 덩이를 먹고 나오면 점심 때 배가 고프지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하루 한 끼 내지는 두 끼 정도만 먹는 게 일상화됐다. 더불어 체중도 퍽 많이 빠졌다. 지난 6개월간 고기와 쌈채소를 주로 먹으면서 15kg 넘게 체중이 줄었다.

 아침에 돼지고기를 몇 점 구워 먹고, 저녁엔 목살 몇 덩이를 삶거나 구워내서 막걸리 두어 통과 함께 먹으면 기분도 퍽 좋아진다. 가끔 김치를 얻어오는 날엔 고깃상은 더욱 행복해진다. 살짝 시큼하고 차가울만큼 아삭한 김치를 뜨뜻하게 삶아낸 두툼한 수육에 둘둘 말아 먹을 때면, 나 홀로 지내는 자취방에서도 김장철 해남의 시장바닥에 와 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다 오늘 아침 문득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만에 쌀밥과 한 번쯤 재회를 할 때도 된 것 같다. 퇴근길에 찌갯거리랑 햇반 하나 사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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