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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18
게시물ID : sewol_57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9 12: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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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체포쑈-


두희야.

놈이 물러간지 10년이 지났지만 역시 변하는 건 하나도 없다.

암담한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내가 너에게 푸념하는 건

신문과 방송에서 매일같이 보는 기사 때문이다.

이젠

누가 누구의 돈을 먹고, 어떤 년놈들이 체포가 되고

수사를 받고 감옥에 갔는지 하도 많아서 기억도 안 난다.


그러다가 덜컥 구속이라도 되면

부티 줄줄 흐르던 거만한 태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꽤죄죄한 몰골을 어찌 그렇게 잘도 연출하는지

구역질이 다 난다.

그나마 보도사진에 찍힐 때만 그렇지.


감옥 가서는 변호사와 접견이라는 핑계로 종일 시간이나 때우고

그나마도 짧은 징역을 마치면 나는 이제 완전히 죄가 없다며

다시 회장님, 총재님, 어르신 소리를 들으며

떵떵거리면서 잘 먹고 잘 산단다.

놈도 짧은 구속을 마친 다음, 역사에 남을 길이 말을 남겼다.


-이걸로 모든 죗값을 치뤘다!

그 생각만 하면 매일같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럴때마다

두희,

네 생각이나.

체포될 때 되더라도

두희 너 정도의 호사를 누린 사람은 아마 이 대한민국에 없지.

저 높다는 재벌기업 회장이니 악덕 고위관료조차도

네가 보면 가소로울지도 모르겠다.


민족 지도자 김구를 암살한 것은 따로 이야기 하더라도

민간인 개인을 죽인 것이니 너는 일개 살인범에 지나지 않는다.

그 때

너는 군인이었으나 민간인을 죽였으니 군법보다는 민간법을 우선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누군가 너의 암살을 알고있기라도 한 듯

이미 경교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헌병들이 쫙 깔려있었어.

한술 더 떠서

네가 김구 선생을 암살하자마자 헌병들이 너를 애워싸고는

암살현장에서 바로 체포하는 기적까지 연출됐지.


보고를 받은

헌병사령관이 직접 암살현장을 봐야겠다고 해도

일개 대위가 안 된다고 막아서 다른 사람들은 들어가 보지도 못했지.

그 뿐이냐.

김구 선생의 암살소식을 들은 관할 경찰서와

부장판사에 검사장까지 동행했는데도

여전히 헌병의 제지로 살해현장 확인조차 방해를 받았다.


지금도

검사장과 부장판사가 엄청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조차 군헌병대가 막고 있는 문짝 하나 넘어갈 수가 없었다니!

이런저런

너의 체포과정을 보면 너는 정말 운 좋은 암살자 같다.


내친김에 너의 체포를 둘러싼

나머지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체포되자마자

넌 즉시 심문 받지도 않았어.

심문은커녕 헌병 부사령관실 옆 침대방에서 편히 누워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령관은 눈이 뒤집혔다.


-누가 이렇게 조치했나!

-부사령관이십니다.

-빨리 이 놈을 취조실에 쳐 넣지 못해!

-그건, 부사령관님의 확인을 받아야...

그래.

위 아래가 바뀐거야.

한마디로 미친거지.


헌병부사령관은

얼마있어 소위 자유진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지.

그는 현대 친일파의 거두가 될 에이스였어.

경성제국대학 출신에 사법,행정시험까지 동시에 통과한

식민지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지.

그뿐인가.

그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육군사관학교까지 속성으로 나오고는

곧바로 친일파 관리에서 육군장교로 신분을 세탁한거야.

한참 뒤에는 어떤 협회의 회장도 맡으실 귀하디 귀하신 몸이었지.



그에 비해 헌병대사령관은 평생 독립운동만 한 사람이었다.

그는 김구 선생 암살 사흘 후에 이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맡고

강제로 사임을 당하게 돼.

제대로 된 수사를 시작할 겨를도 없이 그냥 짤린거야.

멀쩡한 헌병대 사령관이 물러나고

이번에는 친일파 출신 부사령관이 당당히 입성하게 되는거지.

근데 이거 아주 오래전에 해방된

요새 대한민국에서도 많이 본 장면이지?


내가 너무 진부한건가?

어때

두희야.

이제 조금씩 옛 일들이 기억나?


너처럼 놈도

징역같지도 않는 징역을 살고 쉽게 풀려나서는

모든 죄가 사면을 받는 이 나라의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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