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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40).
게시물ID : love_41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가입:2011-09-21 방문:2587)
추천 : 25
조회수 : 152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3/20 22:12:49
언어라고는 한국말조차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나와 달리, 
D는 한국사람이니 한국말은 기본이오, 영어랑 스페인어도 곧잘 했다.

어릴때부터 멕시코랑 미국에서 살다온 장대리가 이거 진짜 독학맞아? 라고 할 정도였다.
진짜 잘하는거야?
네 발음만 좀 더 교정하고 전문용어만 더 가다듬으면 될 정도?

그래서 인턴 나갈때 상무님이 졸업하고 대기업 이런데 찔러보고 안되면 연락해. TO는 김과장 저거 짜르고 만들면 되니까.라고 하실 정도로, 지금 당장 영입못해 안타까워하던 인재였다.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항상 놓지않는 책들 중에는 꼭 어학서적들이 껴있었다. 
내가 이어폰끼고 "뽕빨땐스모음"이나 듣고 있을때, D는 이어폰끼고 강의녹음한걸 듣거나 어학 그런거 듣고 있었다. 

공부는 내일부터가 신조인 나와 달리, 공부에 대한 접근법이나 자세 모두가 나와 차원이 다른 D는 한번 책 잡으면 3~4시간 이상은 내가 옆에서 뭔 짓을 해도 기척 한번 안할 정도로 초집중해서 공부했다. 가끔 보면 무서움.

그래서 어디 놀러가자 밥먹으러가자 할때마다 정말 쬐끔 망설여지긴 했는데,
아냐. 오빠랑 있음 머리가 풍성처럼 터지기 직전인데 바람이 좀 빠져나가는것 같아서 좋아. 자주 불러줘^^. 라고 또 생긋 웃어준다.
애가 남자 홀릴줄 앎. 요망한 것.



그리고 전공서적과 어학서적 옆에 항상 있던 무언가가 언제부터인지 안보였다.



밤 10시까지 알바하고 10시 반에 들어온 D는 나한테 뽀뽀해주고 씻고, 거실에 밥상펴놓고 공부를 시작한다.
책상사줄까?라니까, 진짜 떨어질것 같이 고개를 젓길래, 며칠을 투닥거리고 겨우 등받이의자 하나 사줬다. 
그 날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월요일 출근 전에 나 회의자료 줘야해라는 그 주옥차장것의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안뵈던게 신경쓰여서 새벽 1시쯤 넘어갈때, D한테 물었다.
"D."
"...어? 어? 오빠 왜 자다가 나왔어?"
"...뭔 자다가 봉창 뚜들기는 소리야. 나도 모처럼 집중해서 월급도둑질하던거 토하는 중이구만."
"어?...아...오빠 내일 회사안갈려고 오늘 밤새 자료만든댔지 참."
"가끔 너가 똑똑한건지 뭔지 모르겠어...일루와. 사람이 그렇게 굳은 자세로 공부해대면 허리나간다. 스트레칭 좀 해."
스트레칭 됐어. 오빠나 안고 있을래.하고 귀여운 소리하고는 식탁에 앉아있는 나에게 와서 무릎에 앉아 나를 안는다.
"따듯해. 완전 좋아."
"언제나 내가 너 안았을때 무게감이라는걸 느껴볼꼬...너 살 다시 빠지는거 같애."
"글래머 좋아해?"
"그런건 아닌데, 너무 가볍잖어. 브룩이 요호호호호 하고 친구하자 그러겠어."
"브룩?"
"너한테는 하루에 12번쯤 덕밍아웃하는데 못 알아들어줘서 이걸 다행이라해야하나..."
"덕밍아웃...덕밍아웃...커밍아웃 그런거지?"
"ㅇㅇ. 여자한테 졸라 인기 없어질 수 있는 그런거지."
D는 으챠.하고 내리더니 뒤로 돌아 내 무릎에 앉아 내 볼록한 배때지에 기댄다.
"편하다...우리 오빠가 인기가 없어?"
"졸라 없어. 내가 여자한테 인기없는건 하나는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해."
"눈들이 없네. 다행이다. 내가 먼저 오빠 진가 알아봐서."
"요요요요요~입바른 소리하고 말야."
헤헤헤. 웃으며 D는 수면양발 신은 자기 발을 보며 발을 앞 뒤로 흔든다.
"저기 D."
"응?"
"너...요즘에 유학관련책들 안보인다?"
"어???...아...그거..."
"말해봐. 아직도 책잡히고 술먹는 문화 대학가에 남아있어? 난 그런적 없어. 책값자체를 삼각함수와 작용반작용법칙 연구하는 연구비로 날려버려서 잡힐 책 자체가 없었거든."
"...이런 말 해도 될까?"
"돈이냐 또?"
"아냐...나 진짜진짜 한국에 있기 싫었거든..."
"근디?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까 아. 내가 여기 남아 대한민국을 지켜야겠군.하는 사명감과 애국심이 막 생기고 그래? 난 됐다. 2년동안 후방이라 인민군은 코빼기도 뵌적 없지만, 고라니가 철책넘어 경보선 건드릴까봐 전전긍긍하며 후방에서 나라지켜와서 애국심은 젊은이들에게 맡기겠어."
"...부끄러운데..."
"뭐가?"
"진짜...한국떠나고 싶었는데...오빠랑 있으니까...그냥 한국에 있어도..."

내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D는 왜?하고 그 큰 눈을 깜빡거리며 돌아보았다.
입을 다물지못한 나를 보고, 와~내가 또 오빠 심쿵하게 만들었나보다~하고 부끄러워하더라.




진짜, 심쿵하긴 했다. 

내가 애 앞길을 가로막고 있구나.
하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D와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가슴 안 만지고 자?
내가 젖소목장지기여? 때되면 젖만지게? 짜면 나오기는 하냐?
한번 허락하니까 놓지를 않으시더니?
어흠!!!! 너는 이제 내가 미간에 꿀밤맥이면 그냥 쿨쿨 잘거야. 딱 대라. 
아포. 하지마아...

씩씩하게 말하다가 전기장판의 온기에 대답하다말고 잠들어버린다.
내색은 안했지만 엄청 피곤했을거다.
애 또 8시부터 아르바이트간다. 또 아득바득 돈 모으겠지. 

다른건 또랑또랑 대답도 잘하면서, 은근히 가족 물어보면 회피만랭찍은 상급사관마냥 요리조리 피해가는 애라 짐작만 하지만,
이렇게 집에 1도 지원 못받는 애가 유학가려면 돈을 모아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어린 20살때 술집에서까지 일하지 않았겠지.

내가 D에게 방 한칸 내주고 조금씩 도와주고 한거...어디까지나 내 한달 지출범위내에서 술 한번 마셨다치고 돕고 받네마네 신나게 투닥거리고 결국에 마지못해 고마워...라며 받아주면, 나는 안그러려니하고 어줍잖게 큰 은혜를 베푼양 착각하고 있었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이 아이의 키다리아저씨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럴 재력도 없다. 
지금이야 혼자살고 부모님 워낙에 정정하셔서 병원에 돈 꼴아박을 일 없어서 차도남 처럼 내 쓰고 싶은떼 쓰는거지, 목돈 들어갈일 한번 터지면 은행대출심사하는데 가서 한푼만 더 빌려주시고 이율 좀 봐 주십솨~해야한다.

그리고 키다리아저씨처럼 쥬디를 키워잡수실 생각도 없다.

아...내가 이 아이의 꿈을 꺽고 있구나...



D가 나 깰까봐 가만히 일어날때...
물소리에 내가 깰까봐 물 약하게 틀고 씻을때...
밤에 씻어놓은 쌀 밥솥에 넣고 취사버튼누르고 
조용조용 현관문닫고 나갈때까지 

나는 잠 못들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
"어? 오빠? 에헤헤~일하다말고 내 목소리 듣고 싶었구나?"
"목소리야 항상 듣고 싶지. 나 지금 중국."
"어?"
"...그렇게 됐어-_-"
싫어. 아 왜애~ 오빠 중국말 하나도 못하는데 왜 중국출장은 오빠만 가~하고 그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D의 원망이 폭발했다. 
"출장간다고 말 안했잖아."
"그러게. 아침회의끝나고 급파됐지. 회의 중에 총무에서 가장 빨리 중국 뜰 수 있는걸로 세팅했더라고. 어허허. 지금 내 손안에 사장님 법카가 있소이다. 옷 속옷 세면도구 다 여기서 사고, 일단 중국으로 날아가래ㅋㅋㅋㅋㅋ"
"...내일 오지?"
"...미안...언제 들어갈지를 모르겠다..."
"어?"
"...우리 침대 매트리스 들쳐보면 5만원짜리로 백만원든 노란 봉투 있어. 저번에 말한 테레비다이 서랍에 있는 30만원이랑 해서 생활비로 쓰고 있어."
흑흑.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야;;;; 울지말고;;;; 원래 중국오면 1주일은 걸려. 1주일 안에는 가겠지."




보름 후.
"..."
"..."
나랑 팀장님은 상해의 어느 호텔빠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팀장님이 중국말을 잘하셔서 뭐 주문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너네 술 싼데서 먹지말고 비싼데서 좋은거 마셔라. 호텔빠??? 한층 전세내서 마셔도 되니까 이번 일만 처리해봐.라는 사장님 지시. 
그래서 술을 한국에서는 법카로도 덜덜 떨며 마실 술. 호텔빠에서 양껏 마셔댔다. 3일치 술값 영수증 한국에 보내고 덜덜덜 떨며 사장님 처분만을 기다리던 팀장님께, 너네 회사 생각한다고 이것만 마신거야?라는 답변이 왔다한다. 통크셔. 우리 사장님. 재무팀 혼빠져나가는게 여기서도 뵈는데.

"...야."
"...왜...아니. 예."
"...아무리 중국말이 존대하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중국온지 보름됐다고 말이 퍽 짧다."
"...우리 사이에 뭔...업무시간 지났잖아요."
"...출장중이잖아..."
"...출장에 것도 해외출장에...장기출장수당에...보름만에 두달 월급을 벌었네요. 허허허. 흥청망청 탕진하고 싶은데 기왕이면 한국에서 좀 쓰고 싶습니다."
"...나도 이제 중국음식 힘들다..."
"그니까 그냥 재료 몇개사다가 부대찌개 끓여서 빨자니까..."
"니껀 너무 싱거워."
"싱거운게 아니라, 팀장님이 짜게 드신다니까요."
"...답나오냐?"
"...아뇨...중국법인 어떡게 처리해야할지나 좀 생각해야 할듯합니다...이거 제가 중국말을 1도 못하니 더 이상 도움이 안될것 같으니, 저는 귀국할께요. 욕보십쇼 팀장님."
"...ㅆㅂ...마누라가 보고싶다니..."
"...좋겠습니다...보고싶은 형수님도 있고."
"됐다. 내일 모레 사장님 다시 넘어오신다니까...그동안 중국법인 이것들 잡아족칠 자료나 더 만들자...너 술 떨어졌네? 푸위웬..."
"어? 이게 누구신가? 박팀장이랑 김과장 아닙니까?"

우리를 보고 알은체 하신 분은...우리 회사가 을이면 갑 중에 슈퍼갑쯤 되는 중국쪽 업체 회장님으로,
예전 20대때, 저녁 6시부터 시작한 술자리 아침 9시까지 단정한 자세로 술을 퍼마시던 나를 보고 감탄한걸 인연으로,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차마, 완성전투때 전위처럼 우리 사장님 지키려다 활을 고슴도치처럼 처맞고 선채로 죽은 상태였다고는 말 못하겠더라.
우리 회사 임원급 연봉으로 나를 자기 회사로 데려오려고도 하신 적 있고(내가 거절...내 직속상관이 될 한국인 부사장이 업계에 유명한 개객끼임...)
내가 채였다니까 내가 딸이 없어 그런다고, 자기 조카딸이랑 맞선까지 주선하신 분이다. (이 쪽은 여자분이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거절.)
여하튼 그 후로, 홍콩이며 마카오며 싱가포르로 업무차 나를 자주 불러내시어 이것저것 뼈가되고 살이될 가르침도 주시고 진짜 많이도 사 맥이신 분이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일리지가 퍽 많이 쌓였습니다...
한국말을 잘 들으면 남도사투리가 조금 섞여있다뿐이지 사실상 일반 한국인과 다름없이 관용어구까지 섞어가면서 하시는 분이고,
일부 무식하기 짝이 없는 중국졸부들과 달리 정말로 젠틀하기 그지 없는 분이시다. 
어떡게든 나를 중국으로 데려갈려고 하셔서 부담시러워서 그렇지.

"아이고오!!! 회장님!!!!"
우리 둘이 폴더인사를 하자, 회장님은 아이고아이고. 웃어주시면서 역시 폴더인사를 해주신다.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부인분이랑 XX군 OO양 다 잘 있죠?"
"아이고 그럼요. 회장님."
"다행입니다. 그리고, 김과장. 중국왔는데 왜 연락안했어? 내 개인번호 알잖아?"
"...바쁘실까봐;;;;;;"
"내가 아무리 바빠도 자네랑 만나서 술 한잔 마실 시간이 없을까? 언제 왔나?"
"...오늘로 보름째입니다;;;;;;"
상당히 기가 막혀하셨다. 왜 술사주라고 연락안했냐고. 그래서 이 날 술값 영수증 가져오시라더니 자기 카드를 주고 계산해오라고 하신다.

"중국쪽에 무슨 일 있어요? 왜 보름씩이나 계십니까."
그렇게 회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쪽으로 옮겨서 다시 술을 말기 시작했다. 
이거 회사일이라 말을 안하실 팀장님이신데, 보름이나 먹은 중국음식에 질려계셨는지 사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중국법인이 껀수쳐서 허가가 싸그리 취소되게 생겼다...아무리 찾아가도 답안나오고 만나주지도 않는다.
나랑 김과장 상해 칭따오 충칭 오가며 피똥싸고 있다. 
애는 이제 칭따오만 보내놓으면 동쪽에 한국쪽 향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울고 돌아온다.(네??? 제가 언제요??? 우리 오마니가 깨나 한 대야 사오라던데;;;;;;)

서두랑 본론때는 무덤덤하게 듣고 계시던 회장님은, 
내가 칭따오가서 황해바닷가가서 고향을 바라보며 운다는 말에 동요하시더라.
아니...그거...농담이예요;;;;;

"박팀장님. 사장님 언제 오신댔죠?"
"내일 모레 한번 넘어오신다고..."
"...내일 이 쪽 일 처리할만한 인원들 보내드릴테니까 같이 협조하시고, 내일 모레...자녁에 여기서 사장님이랑 한번 만납시다."




좋더라. 꽌시.
중국법인이 싸질러놓은 똥. 이렇게 쉽게 처리 될지 몰랐다. 
그 퉁명스럽기 짝이 없던 중국측 담당자들 표정마저 변해있었다. 
그래봐야 중국지사장이랑 몇 명 모가지 당하고 민사소송당할거는 변함없지만...
내가 개인폰으로 일찍 전화만 드렸으면 졸라 빨리 끝날 일이었는데ㅋ

내가 허리를 굽힐때는 바닥에 떨어진 돈 주을때랑, 마누라가 이것 좀 옮기라고 할때 박스 들 때뿐이라던 사장님이, 회장님께 코가 땅에 닿도록 감사해한 날. 
지난 보름간의 변비를 하루만에 뚫어주신 회장님이 아는 사이니까 돕는거라고 술값까지 다 내주신 그 날.
회장님은 평소처럼 농담반진담반으로 그럼 김과장 넘겨주시죠라고 던지니, 사장님이랑 팀장님은 진담으로 아이고 제발 이 짐덩어리를 가져가주십쇼.하고 그러던 날.

나는 그 회사 높으신 분과 다른 자리에 앉아서 뭔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회장님이 하시는 그 장학금...꼭 중국사람만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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