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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19
게시물ID : sewol_573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1 07: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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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단련-


두희야.

운동을 좀 했다.

너도 젊은 시절에 운동 꽤나 했다고 들었다.

운동으로 다진 단단한 몸.

군인 신분에 총까지 차고 무방비 상태에 홀로 앉아 있는 노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건 얼마나 쉬웠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너처럼 편한 암살을 할 수 조차 없다.

나는 군인도 아니니 총도 없고,

체력단련도 본업은 아니니 제대로 운동 할 시간이 없다.

그나마 쉬는 날이라 약간은 여유가 있다.

현충원 다녀왔다가 잠깐 쉬었더니 금세 점심 먹을 시간이다.

찬밥에 김치조각 몇 점으로 점심을 때운다.

벌써 사방이 환한 대낮이지.


모두들 일을 하러 나갔는지 사람들이 별로 안 보인다.

유치원에서 놀이터로 나온 아이들과 보모들 말곤

정말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가끔씩 사람이 그립지만

직장에서 지겹게 보는 걸 뭘.

이젠 슬슬 운동을 할 시간이다.

일단 근력부터 키워야지.

몸 속의 지방을 모두 태운다는게

얼마나 비과학적인 표현인지는 알고 있지?

그런데 이렇게 와 닿는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지금 놈을 생각하면서 분노를 태우고 있다.

내 몸 속의 지방이 지글지글 끓으면서

육체가 고통으로 몸부림을 칠 때면

나는 항상 놈을 떠올리곤 해.


-내가 죽여야 하는 건 인간이 아니다.

짐승이다!

아니!

짐승도 못 된다.괴물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인간도 짐승도 아닌 괴물단지를

각종 무술에 무장까지 한 경호원이 24시간 보호하고 있어서

접근조차 불가능해.

그런 놈을 처단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면 나쁠수록 내 용기와 힘은 백만배, 천만배로 늘어나지.

본격적인 운동은 정말 힘들었다.

우선은 팔굽혀 펴기부터.

팔의 근력을 길러야 놈을 박살 낼테니.


결국은

모든게 훈련이야.

한번에서 열 번,

열 번에서 백번,

그리고 백번에서 천번.

이제는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가뿐하게 설 수 있을 정도니

보통사람은 살짝 넘은 것 같다.


팔굽혀 펴기와 물구나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구입한 고무칼로

실전 격투기를 연습한다.

PC만 켜면 동영상 사이트에 실전 격투기교본은 얼마든지 있어.

한국의 특공무술, 이스라엘의 크라브 마가, 러시아의 시스테마에서부터

기존의 태권도, 쿵푸, 유도,검도,합기도... 까지

그 어떤 것이건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술은

무엇이든 해보고 있다.

다만 시범무술만은 정중히 사양하련다.

난 놈을 실제로 처단해야만 하니까.


무술 수련이 끝나면

이번에는 정신수련 차례야.

방 한가운데 가만히 앉아

단전에 기를 모으면서 숨을 고른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보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네가 맞아 죽을 때의 모습과

내가 때려죽여야 할 놈의 모습이 점점 확실히 떠오르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경호원의 단련된 맨주먹과 경우에 따라서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까지

모두 제압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 상상을 수백번, 수천번씩 반복하고나서야 비로서 휴일 하루가 끝나지.


일을 나가서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의 움직임은 모조리 잠정적인 대련상대로 간주한다.

청소를 할 때, 비품들을 정리할 때도.

이 모든 것이 수련이라고 생각을 하면 참을만 하다.

건물 바닥을 닦는 대걸레질 하나도 놈을 죽이기 위한 수행이 될 수 있으니.

이런걸 일석이조라고 하나?

이런 내 속을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두희야.

그러니 지옥에서나마 놈을 박살내는 내 모습을 지켜봐다오.

반드시 놈을 박살내서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다시 돌려주고야 말테다.

네 놈이 박살났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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