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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20
게시물ID : sewol_57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2 07: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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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박살!


두희야.

네 죽음의 방법은 박살이었다.

박살이 뭐냐.


때려죽인다는 말이다.

물론 처형방법은 다양하다.

찌거나 삶는 방법도 있고, 굽거나 태우기도 하더라.

때로는 굶기는 것도 있고 인류가 생각해 낸 끔찍한 형벌만 수 백가지야.


그 뿐이냐.

찌르면 척살이요 베면 참살이다.

총으로 쏘면 그야말로 총살이 되겠지.

나는 이렇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법들 중에

놈을 죽일 방법으로 

박살을 선택했다.


왜냐면

이토록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석궁은 눈에 안 띄는 게 이상할 정도로 크고

총은 구할 길이 없어.

설령 구한다 해도 소음은 또 얼마나 크냐.

절대로 남의 눈에 띄어야지 말아야 할

최종병기가 이렇게 눈에 잘 띄면 곤란하겠지.


게다가 위의 무기들은

마땅한 연습장소도 없고 연습을 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십상이지.

무엇보다 거추장스럽다.

다만 박살로 정하기는 했지만

맨손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두희야.

나는 암살방법조차 쉽지 않다.

사람이 주먹으로 아무리 세게 내려친 들

뼈가 부러지는 일은 있어도 죽음에 이르게 하기는 어렵겠지.

게다가 경호원이 24시간 놈의 주위에서 상시대기하고 있어.

틈은 아예 없다고 봐야지.

하지만 어떻게든 단 한방으로 놈을 박살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쇠망치밖에는 없을 것 같다.


불시의 기습으로 한방필살을 노린다.

즉 머리 윗부분의 정수리를 강타하는거지.

그렇다면 맞은 사람은 순식간에 쇼크로 주저앉게 되고

그러면 곧장 경호원이 덮칠게 틀림없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두 번째 한방은 덥쳐오는 경호원을 막기 위함이고,

세 번째 한방의 기회가 만에 하나라도 온다면

그때는 놈의 인중을 가격하는 게 좋겠지.


물론 가장 좋은 건 첫 한방으로 깨끗하게 끝내는거지.

아무리 많아봐야 최대 세 방 밖에는 기회가 없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단 한방.


시간으로 따져도 순식간이지.

거사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아무리 길게 잡아봐도 공격부터 체포까지 순식간에 일어날테니

10초 이내로 모든게 끝날거야.


여하튼 목적을 달성하려면

강철도 순식간에 반토막을 낼 수 있는

초고수압 프레스 정도의 엄청난 힘과 가속도가 필요해.

그러려면 도구의 강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돌이 가장 구하기 쉽지만 돌은 생각보다 경도가 약해.

잘 부서진단 말이야.


그래서 생각한 끝에 골라낸 도구가 망치다.

그것도 단단한 대리석을 부수는데 쓰이는 석공용 돌망치가

가장 좋은 수단인 것 같아.

이것저것 알아보니 끝이 끌처럼 뾰족하고 넓직한 돌망치가 있더군.


그 망치로 얼마 전에 인적이 드문 산 속 계곡에서 단단하게 생긴 바위를 내리쳐봤다.

망치에 닿자마자 표면이 일자로 쩍 갈라지더니 순식간에 반쪽이 나더군.

물리법칙같은 건 잘 모르지만,

엄청난 힘으로 내려찍으면 놈의 머리에 난 구멍에서 뇌수가 철철 흐를 거야.


사람의 두개골을 완전히 부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뇌수가 흘러내릴 정도면 충분해.

만에 하나 바로 죽지는 않더라도

박살이 난 머리와 눈과 귀, 코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겠지.


이 치명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혹시 살아남는다 해도 정상적인 삶은 불가능할거야.

평생을 끊없는 수술과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하지.

그 다음에?

다음에는 어떻게 하냐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단 하나 분명한 건 내가 체포 된다는거지.

체포되기 전에 우선 경호원이 힘으로 나를 제압하겠지.

그것도 아니면 경호원에게 총을 맞고 즉사하거나

총상을 입은 채로 체포당하겠지.

어찌됐건

난 굳이 성명서 같은 건 발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뭘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성명서까지 내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변호사같은 건, 쓸 돈도 여유같은 것도 없으니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길게 얘기 했지만 결론은 간단해.


내가 수 많은 응징방법 중에 박살은 택한 것은

그 방법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점이지.

이건 시간을 두고서 무언가를 캐내려 애쓰는 고문이 아니니까.

살아있는 채로 능치처참을 해도 속이 시원치 않을 놈을,

굳이 이 땅에서 편히 숨쉬며 천수를 누리도록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두희.

네 죽음이 그랬듯이 놈이

제 아무리 나이가 들고 힘이 없다고 해서

봐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걸 꼭 기억해라.


두희.

너와 놈이 그렇듯 악마는 결코 늙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도 악마는 결국 악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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