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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Microhabitat
게시물ID : movie_736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보다륜미
추천 : 2
조회수 : 6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3 00:45:54
movie_imageXBJ9B4ME.jpg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솜, 안재홍, 강진아, 김국희, 이성욱, 최덕문, 김재화 님이 출연하고
전고운 감독이 연출한 '소공녀'를 보고 왔습니다.

이런 작품은 한국영화에서 많이 봐온 이야기 이기도 하죠.
한국사회 저변의 문제의식이 깔려있기도 하고,
청년들과 직장인들을 포함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들 공감할 만한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보다도 더 중요한 점은
'집'과 '취향'이라는 모티브일 것입니다.


'내 집'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중요한 안식으로 자리잡아야 할 공간이
한국사회 포함 이 영화에는 어디에도 없지요.

5명의 친구로 나오는 사람들 역시
제각각 제대로 된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달픈 현실과 세상에서
전고운 감독은 '취향'이라는 소박한 안식을 '미소'에게 건네줍니다.
(물가가 올라 하나는 버려야 할 상황에서
'집'을 버릴지언정 ''위스키'와 '담배'는 버리지 못합니다.)


이솜님이 연기한 '미소'라는 캐릭터가
저에게는 세상에 의해 저주받은 '소피'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라는 캐릭터는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되지만 극으로 갈수록 서서히 젊어진다면,
'미소'는 극 종반으로 갈수록 점점 백발이 되어가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백발은 약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데
미소가 처해 있는 상황이 곧 백발의 진행과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조명과 빛을 사용하는 방식도 눈길을 끄는데,
어두운 조명아래에서도 빛을 사용하여
인물과 상황에 대변이라도 해주듯
인상적으로 콘트라스트를 사용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방을 구하려고 3군데의 집을 알아볼때,
위와 아래, 빛과 어둠을 흥미롭게 배치를 합니다.

반지하에서 위로 점점 올라가야 하는 집을 보게 되는 미소는
반대로 반지하가 가장 밝고 위로 올라갈수록 어둡게 변한다는 점에서
집의 위치가 아닌 집의 조건에 따라
빛과 어둠을 구분시켜 놓은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정미'의 집에서 긴 식탁을 두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나
가사 도우미를 한 집주인이였던 '민지'라는 인물의 집에서
서로가 이야기 하는 장면 역시 그렇습니다.

이러한 흥미로운 조명 사용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비해 형식적인 긴장감이 조금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판타지적인 면이나 직접적인 대사활용과 장면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좋았던 부분과 좋지 않았던 부분의 격차가
조금은 크다고 할까요. '윽!!' 하는 장면도 몇몇 있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페미니즘 시선도 어느정도 있는데,
'미소'라는 캐릭터의 성향을 보아도 그렇고
(직접적인 대사로도
'미소'가 어떠한 인물인지 묘사를 합니다.)

5명의 친구 중 '록이'를 제외하고
가사 도우미 하는 집주인과 프롤로그에 나오는 친구 포함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이 더욱 그런 시선을 가지게 하지요.
('대용'이라는 막내친구가 있지만,
미소가 '심리적으로는 여성'이라고 언급하듯
플롯을 비롯해 상당 부분 여성이라는 시선과 묘사가
직접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고 애둘러서 표현한다고는 했지만,
제가 보는 시선에서는 너무 드러내면서
묘사하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제가 말하는 묘사는 영화적인 표현를 말합니다.)

그럼에도 '소공녀'가 저에게 좋은 감정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영화가 '미소'라는 캐릭터에게 그저그런 시선으로
동정을 주지 않고 그 작은 취향과 소신으로
인물을 당당하고 단단하게 투영시킨다는 점입니다.
(어설픈 연대도 하지 않아 좋습니다.)




집을 나와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친구 '문영'의 회사
휴게실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게 보입니다.

휴게실에 놓여있는 그 작은 공간은
말미에 '미소'가 머무는 작은 집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처연하고도 쓸쓸하지만 그녀만의 작은 안식의 공간이
프레임 정중간에 놓여져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점점 더 좋아지지 않는 상황(세상)속에서
'취향'과 '소신'을 잃지 않는 미소의 모습을 통해
카메라 바깥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저마다의 생각을 심어주게 합니다.

작은 안식마저 사라져(지워) 버리면
이곳을 어떻게 버틸까요.



★★★
출처 웃대 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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