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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21
게시물ID : sewol_573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3 13: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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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두희야.

나는 너를 결코 용서할 수 없지만

단 한번의 시도로 암살에 성공한,

성공한 암살자인 네가 부러워서 견딜수가 없다.


저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는

최소 40번이 넘는 암살시도를 견뎌냈고,

그에 못지않는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쏠리니는

다섯 번 이상이나 암살시도가 있었음에도 끝내 무사했다.


정말 질긴 목숨들이 아니냐.


그래도 결국 히틀러는 결국 죽이지 못한 채 스스로 자살을 했고

무쏠리니는 도망을 치다가 끝내 그의 애인과 총살을 당했지.

어쩌면 이런 게 바로 독재자의 자연스러운 최후가 아닐까?


두희야.

우리 역사에는 절대로 히틀러나 무쏠리니 같은 최후가 있어서는 안돼.


놈에게 자살이나 총살 같은 건 사치다.

그런 건 놈이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을 농락하다가

실패를 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축복이니까.


그러니

이전보다 훨씬 알차게 누리고 있는 행복의 정점에서

놈을 박살내야한다는게 내 철학이자 의지야.

말은 이렇게 해도 솔직히 걱정은 앞선다.

경호원들의 방벽에 쌓여 24시간 경호를 받는 사람을,

저 히틀러 같은, 저 무쏠리니 같은 악마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대체 얼마나 될지.

물론 그런 암살 계획 중에는 엉성한 계획도 많았을거야.

감정에 휘둘려서 즉흥적으로 벌린 일도 있었을거고.


하지만

결과만을 따졌을 때 실패일지 모르지만,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실패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작은 실패들이 쌓여 다른 이들이 성공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안타깝게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꼭 성공시킬거야!

그런 결심말이지.


두희야.

따지고 보면

너의 죽음도 마찬가지 아니냐.

최소 네 번 이상 너를 죽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너는 끝끝내 살아남았고 그때마다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지.


너처럼 평생동안 추적당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것이 사람의 의지라면,

배고프고 굶주려도 끝까지 너를 추적했던 것도

사람이 가진 의지의 무서움이 아닐까.


나는 마음이 약해 질 때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이 불가능 해 보이는,

무모하고도 어리석어보이는 계획이

만약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한번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얼굴모를 동지들이

내 뜻을 언젠가는 반드시 이어주리라 믿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지가 아닐까.


놈과 놈의 하인들이 세월을 거듭하면서

더욱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면서 더 큰 권력을 맛보는동안,


우리는

놈의 꿀단지를 꾸준히 배회하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기회를 노린다.

그러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랫동안 사람을 멀리해야한다.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모두

놈의 처단 앞에서는 그리 큰 것은 아니라고 난 확신한다.


마치

평생을 인적없는 산사에서

오로지 수행정진만을 하는 구도자처럼

경건하고 흔들림없는 마음만이 거사의 성공에 가까워지는 유일한 길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놈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예의주시 하고 있는거지.

놈이 물러난 다음에도 미리 준비된 계획처럼 착착 펼쳐지는

온갖 더러운 수작들이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과 뉴스에 나오고

놈의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지는 건 어떤 의미에선 아주 고마운 일이야.


놈이

어딜 가고, 무얼 입고, 먹고

놈의 취향을 아는 건, 즉 놈을 아는 일이라 생각한다.


두희.

너를 죽이려고 한 어떤 사람이

바둑으로 네게 접근한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나마 단 한번이라도

놈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은

경호원을 제외하고는 최측근들, 비서관 정도야.


이 정도면 불가능한거지.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

불가능 속에서 가능을 찾는 건

또 하나의 거대한 도전이라 생각한다.


두희야.

나는 말이다. 내가 최초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내 이전에도 그랬듯이 많은 실패들이 쌓이고 또 쌓여서

언젠가는 성공할 그날이 올때까지 나는 쉬지 않으련다.

마음같아서야 당장이라도 놈의 집에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놈을 잡기도 전에 잡히기 보다는 언젠가 놈이 집에서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게 훨씬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놈이 일년 내내 집에만 처 박혀 있다가

어딘가로 나갈 때야말로 하늘이 내리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그런데 내겐 시간이 별로 없다.

다만 놈을 박살내는 그 날이 내가 죽기 전에 오기를 간절히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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