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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22
게시물ID : sewol_573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6 0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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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한 마음 - 



두희야.

오래전에 놈이 한말이 떠오른다.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난 정말 오랬동안 간절히 바랬다.

내 아이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기를.


-아예 완전히 미쳤구나.

-니 자식이 무슨 예수냐.


누군가 내 소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을 할 게 틀림없어.


하지만,난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정말이지 간절히 빌었다.

내 자식이 살아 돌아오기를.

평소처럼 내 집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가방을 휙 던지는 내 자식.


쉬는 날 마루에 누워 TV를 보고있는 내게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활기차게 인사를 하는 내 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지난 10년동안 그렇게 간절히 기원했다.

놈의 말대로라면 우주의 기운이 내 자식을 살려서

내 품으로 돌려 보내줘야 하는데 여전히 아이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가 죽은 이후, 놈은 아이가 탄 배를 건져내기는커녕 계속 늑장을 부렸다.

처음에는 자신을 귀찮게 한 벌로 심통을 부린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놈은 아예 잊어버린거였다!

-그 때가 그러니까 재작년인가...작년인가?


아이들이 죽은 일을 귀찮아하기만 하던 놈의 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인양은 어떻ᄄ게 할까요? 이건 아무래도 어르신이 직접 나서셔야...

-그 이야기만 나오면 불편 해 하시니까 아예 입 밖에도 내지마!

누구 모가지 날라가는 꼴을 봐야겠어!


그러니 놈의 하인들끼리도 답이 나올리 없었고,

놈 자신은 아이들이 뗴죽음을 당한 일마저 새까많게 까먹고 있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도록 아이들은 물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10년이 지난 요새는 아이의 꿈도 꾸지 않고

몇 년동안은 거의 꿈에도 나오지를 않는다.

지난 번 꿈결에 얼핏 스쳐간게 고작이다.


그렇게 아이 생각을 많이 하는데도.

더 이상은 꿈에도 나오지 않으니 이 간절한 마음을

우주의 기운이 들어 줄 생각이 없나보다.


그러던 어느날,

내게 깨달음이 왔지.


내 아이가 더 이상 내 꿈에 나오지 않는 건

내가 간절히 소망하는 그 힘으로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는 뜻임을.


그것이

비록 아이의 진심이건 아니건

난 이미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마음을 정했다.

내 아이가 진실로 저 세상에서 바라고 있는 건

놈에 대한 처단이라고.

알량한 법이 놈을 보호하고 있으니 아빠라도 처단해 달라고.


그래서 난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다.


두희야.

이런 와중에 참 좋은 소식이 있다.

놈이 기념관을 방문한다는 소식이지.

일년에 한번이나 두번,

놈이 기념관을 들르는 순간만이 놈을 가까이서 처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집은 철통같은 경계로 근처에도 갈 수가 없어.


예전에 놈의 숨통을 끊기위해

놈의 집근처 건물경비로 취직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 취재진이 놈을 촬영하기 위해 진을쳤던 바로 그 건물.


야간교대근무를 서는 날이면 혼자서 옥상에 올라갔지.

순찰을 도는 척 하면서 놈의 움직임을 지켜보려고.


하지만

놈은 집안에 온통 커텐을 쳐 놓은 채로 낮에는 한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기회라고는 찾을 수조차 없었지.

놈도 때로는 그런 생활이 감옥같이 답답하다고 느낄까?

하지만 내가 겪은 생지옥에는 어림도 없다.


놈은 적어도 생때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을테니까.

자식이 죽어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본 사람의 마음을 알까?


그때 망원경으로 놈의 행적을 관찰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평생을 지 애비 무덤이나 파먹고 살아온 놈이

80이 다 되도록 꿈꾸는 건 도대체 뭘까.


내 궁금함은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세월이 흐르자 놈의 생각은 조금씩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시는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다던 놈이

최근에 정식으로 정치복귀를 선언한거야!

그것도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리고는 이런 망발을 했다.

-망해가는 이 나라를 다시 한번 살리고자 제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두희야.

죽은 듯 살고 있을 줄 알았던 놈이

대대적으로 정치운동을 재개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기겁을 했다.


또 이런 말도 했다,

-이제는 국가의 원로로써 조언을 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직접 제 마지막 남은 힘을 쏟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이라니!


난 그 말을 듣고 더 이상은 실행을 늦출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대로 놈이 자유인으로써 다시 한번 활개를 치며

이 나라의 뿌리까지 말아먹는 모습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다.

하루라도 빨리 놈을 처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이성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놈이 예전에 한 말을 떠올렸지.


-간절한 마음을 가지면 우주의 기운이 반드시 소원을 이루어 줄겁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용기를 내서 놈을 처단하자.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내 마지막 힘을 써보자!

제아무리 경호원이 많더라도 틈은 반드시 있을거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도, 도와줄 수도 없는 나 같은 상황에서

이봉창 의사는 일왕에게 폭탄까지 던지지 않았나.

다만 이봉창 의사는 일왕에게 던질 수류탄이라도 가지고 있었지만,

내게는 몸에 지닐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 밖에는 가진 게 없다.


여하튼 놈을 처단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내가 살아 있어야만 한다.

그게 내 의무고 사명이다.


그래서 오늘도 항암제 대신에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진통제를 통째로 입에 털어 넣는다.


그러면서 난 내 자신에게 말하지.


-조금만 더 힘을 내!

넌 놈을 박살낼 수 있어!

간절한 소원으로 우주의 기운을 한데모아 놈을 박살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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