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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24
게시물ID : sewol_57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1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8 09: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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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암-


두희야.

난 오래전부터 암에 걸렸다.


-나이가 좀 있으시니 젊은 사람보다는 그나마 진행이 더딜 겁니다.

-다행이군요.

의사가 내게 위로랍시고 한 말이야.


두손을 꼭 붙잡고서 고마워하는 나를 의사가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라.

어쨌거나

조만간 죽을 사람이 그나마 천천히 죽는다고 해서 이리 기뻐할까.

마치 그런 표정이었지.


하지만 난 진실로 기뻣ᄈᅠ다.

간간히 독한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본격적인 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병원측의 강력한 권유도 있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그 순간부터 완전한 투병생활에 들어가야 한다길래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우겼지.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집불통에 완고한 문제환자를 연출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틸만 해.

언제 암이 전이 될지도 모르니

정기검진을 거르지말고 받으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런것도 깡그리 무시하기로 했다.


확실히 예전처럼 강렬한 운동으로 몸을 다지는 건 무리지만,

놈을 박살내기 위한 연습만은 지금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저번에도 항상 가는 숲속에서 연습을 했다.


끝이 예리한 조각용 망치머리를

나무표적에 던졌는데 정확히 표적의 정중앙을 맞췄지.

혹시나 해서 대여섯번을 더 던져봤는데 예외없이 모두 명중했다.

이정도면 약간은 성공확률이 올라간건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던져서 맞추는 건 익숙해 졌는데,

깊숙이 박히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그 정도로는 사람이 죽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평소대로 망치손잡이를 잡은 채로

휘둘러보니 두꺼운 통나무 표적에 망치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혔다.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지.

-던지는 건 영 아니고, 어차피 휘둘러야하는데 방법이...


그건 그렇고

암 때문에 살이 나날이 빠져가는게 더 걱정이긴 하다.

무게가 제대로 실려야 파괴력이 몇 배로 올라갈텐데...

이제는 무게보다는 스피드에 더 힘을 써서 운동해야 할 것같다.

하기야 식욕이 거의 없다시피하니 먹는 것도 줄고

먹는게 줄으니 살이 찌지 않는게 당연하겠지.

오랜만에 몸무게를 쟀더니 거의 15킬로나 빠져 있더군.


근데 두희야.

진짜 암은 말이다.

내 몸 속에서 자라 나를 서서히 죽이고 있는 암이 아니다.

이 세상의 진짜 암은 말이다.

김구 선생을 죽여 민족정기를 뿌리채 뽑아버린

두희. 네 놈같은 하인놈들이지.


그보다 더 무서운 암은 따로 있다.

바로 너의 주인되는 놈과 놈의 하인들이 이땅에 뿌리깊게 심어놓은 부정과 부패지.

두희야.

정말이지 넌 암중에서도 독보적인 암이였다.


개인적인 이익과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살인을 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사회를 네가 모범적으로 보여준 덕에

많은 자들이 너의 뒤를 따랐다.

추악한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한

끊임없는 선동과 이간질, 테러.

그것도 부족해서 저지르는 갖은 공갈과 협박...


테러를 저지르고,

공갈,협박을 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도

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사면을 받는 나라.

나쁜 일을 저질러야 사업이 더 잘되고

집안이 번창하고 자손이 대대손손 잘사는

미친 사회.


두희야.

너와 네 놈의 일당들이 만든 이 나라의 무수한 암조직을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몸에서 자라고 있는 암따위는 아주 깨끗한 편이지.


말은 이렇게 해도

참 괴롭긴하다.

아직도

네가 살아 있었을 때처럼

이 사회에 괴물의 수괴가 멀쩡히 살아남아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사는 꼴을 이 나이 되도록 봐야한다는건 말이다.


이러니

나도 힘들다.

네가 지옥에서 몸부림치는 것만큼이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일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나이들은 내가 이런데 젊은 애들은 오죽할까.

두희야. 내가 정말 괘씸하게 생각하는 건 말이다.


돈 때문에 암살까지 한 너처럼

지금도 놈과 같은 악의 무리들이 자신이 태어난 이 나라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야.

그러다가 혹시 들통이라도 나면 한몫 듬뿍 챙겨서

언제라도 튈 수 있는 구조가 완벽히 되어 있다는 점이지.

그래서 놈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르지.


그래야만 추악한 죄가 들통났을 때조차

수많은 변호사를 거느리고 법망조차 쉽게 피해갈 수가 있거든.

그 뿐인가.

꽤제제한 모습으로 병든 척하며 병원에 며칠 누워있으면

법정에 가서 고령에 의한 선처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난 모르는 일입니다.

아마도... 라고 생각해서...그 사람들이 멋대로 그랬을 겁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이 정도로는 처벌이 약하다고 난리를 치면

그제서야 호텔 못지않은 독방에서 보여주기용으로 잠깐 살고 있으면 되는거야.


너처럼 놈들은

살인 못지않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금방 사면이 되거든.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법으로는 더 이상 놈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 나라의 멀쩡한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서 자포자기하고 있는거고,

그렇게 되도록 너와 놈들이 길을 미리 터놨지.

그러니

나라도 놈과 같이 가련다.

내 속에 암일랑 싹 잊어버리고

진짜 암을 없애버리고야 말겠어.


암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좀 더 건강을 챙길 생각이다.

거사를 치루기도 전에 덜컥 죽어버리면 그것보다 분한 일은 또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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