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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했던 사람에게 쓴 고백편지. 버리기엔 아까워 그냥 올려봅니다.
게시물ID : love_41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날라
추천 : 0
조회수 : 199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4/01 09: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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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편의점 알바하다가 첫눈에 반해서 짝사랑했던 손님한테 썼던 편지입니다. 1주... 2주...1개월...2개월...3개월이 되어도 그녀는 오지 않네요. 포기했어요. 다시 올 줄 알았는데ㅜㅜ 나는 아직 기다릴 줄 모르는 애인가 봅니다. 편지 버리기엔 뭔가 아까워서 그냥 올려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제게 타이레놀 어디쯤에 있는지 물어보셨을 때를요. 그때
  동자승 같이 너무 예쁘셔서 저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지어버렸습니다. 저는 남자답지 못하게 부끄럼이 많은 인간인지라, 그것을 또 애써 들키지 않으려고 했죠. 그 탓에 그대의 눈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명도가 쌘 빛을 보았을 때 일시적으로 눈이 멀어버리듯 금방 가게에서 나가셔도 머릿속에선 그대의 얼굴이 잘 그려지지가 않았습니다.
  만나게 되면 얼굴을 뚫어져라 처다만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끼니들을 사가 실 때 제게 하나 남은 귤이라도 넣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용기가 부족해서 그러질 못했죠. 나가시고 나서도 감정은 얼마나 아이처럼 뛰던지....
 
 

                                    절벽 끝에서
 
 

                   바람이 분다.
                   이 끝에 서기만 하면
                   저 뒤에서 맞았던 따뜻함은 사라지고, 초겨울의 시린
                   바람이 불어온다.
                   방 모퉁이의, 먼지 덩이처럼 쌓인 안정은 날아가지만
                   잊고 있었던, 잃어버렸던, 도둑맞았던 고독이
                   찾아온다.
                   어미의 자궁 바깥으로 아기의 머리가 튀어나올 때 처음 맛보는 눈부심 같은
 

                   혼자서 자신을 보지는 못한다. 본다고 해도 환상이 더 크다.
                   언젠가 미인을 보고 그 미인과 연애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놀라버렸다.
                   그녀는 나와 다른 세계였다.
                   그녀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들이 보일 것만 같았다.
                   사랑은 여행이었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낯선 땅에 발붙일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가 곁에 와주어도 그녀를 제대로 아낄 수 있을까.
                 나의 어리석은 과거와 맨얼굴을, 그리고 흉터들을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녀가 병에 걸리고, 베티처럼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미쳐버려도,
                   끝까지,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그녀 곁에 있어줄 수 있을까.
                   그녀를 위해서, 그 어떠한 노동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을까.
   

                   떨어지자. 떨어져 보는 거다
                   저 낭떠러지 어둠 속으로
                   언제까지 서성일 것인가.
                   떨어져 죽으면 그만이고, 아니면 나도 모르게
                   그녀를 안은 채 잠들어 있겠지
                   내가 태어나겠지 벌써
                   사랑이 시들어 혼자 아파하고 있겠지
                   그녀도, 자라나겠지
 

  천천히, 그대를 펼쳐 보고 싶습니다. 그 속의 문장들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겠죠.
  사랑입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사람을,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대에게 어떠한 꿈과 주름의 새들이, 갈대밭 마음속에서 웅크리고 있을지. 그리고 어느 날에, 그 새들이 튀어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앉을 것인지.
  깃털에 묻은 외로움을 털어낼 것인지.
  쫒아내지 않겠습니다.
 

  저는 생활수준이 中下 정도 되는 프티부르주아 부모의 집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모와 한 몸처럼 호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결국엔 독립해야 될 처지입니다. 실로 제가 가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돈 없이 바로 독립을 하게 되면 거리로 나가떨어지거나 구름 위에 있을 지도 모르겠죠. 그래서, (그럴 용기도 없는 겁쟁인지라)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나마 제가 가진 것은 책과 모국어와 몇 편 끄적거린 시 밖에 없습니다. 제 꿈이 시인이거든요. 이상, 제 소개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혹시나 이 쪽지를 보고 부담가지 실까 봐 적어두지만, 이 글을 작은 잎사귀 정도로만 봐주시면 됩니다. 시적인 글이 있다고 무겁게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연히 그대에게 이미 연인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유든 거절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그냥 표현의 욕구에 주체할 수 없어 저만의 진지함과 약간의 허영을 드러낸 것뿐이니 부담 갖지 마시고, 거절 하시면 그냥 쪽지는 버려주시면 됩니다. 더욱이, 그대는 거절 하고 싶은데 (약한 마음 때문에)어쩔 수 없이 받아준다.... 그때부터 그대와 저는 불행에 빠지는 겁니다. 그러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평일에, 오후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 하루 9시간 일을 합니다. , 일은 쉬고요. 제 전화번호(010-2247-0000)남겨드릴 테니, 쪽지 받으신 금주 제가 쉬는 주말 일요일 밤 12시까지 답을 안 주시면 제 뜻을 거절한 줄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럼, 그대 마음 첫 페이지에 이 잎사귀가 꽂힐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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