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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28
게시물ID : sewol_573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1 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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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분노-


두희야.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봐도

앙금처럼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분노다.

내 분노의 원인은 뭘까.


그건

아이를 잃은지 10년이 지났어도

이 나라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거야.

그리고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바뀌질 않을 것이라는

뿌리 깊은 좌절이다.

어제 본 추악한 일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일어나고

내일도 정확히 반복될거란 깊은 좌절.


이 좌절에

난 치미는 분노를 도무지 참을수가 없다.

두희야.

너 때도 그랬다.

너의 살인을 도운자들은 예외없이 벼락출세를 거듭했다.


반대로 살인을 당한 쪽에 속한 이들은

모조리 사회생활과 직장에서 쫒겨나며 온갖 도륙질을 당했다.

너희들은 더욱 영악해졌다.

변하는 세상을 더 멀리보고 빨리 움직였지.

예전처럼 사람을 쏴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너희들은 다시 법의 힘을 대기 시작했다.


누군가 너희의 일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면,

-끊임없이 소송을 걸어.

경제적으로 무한소모를 시켜.

먹고 살지 못하게 하면 돼!


-소송이라니? 무슨 근거로?

-근거 따위는 필요없어. 적당히 만들어.

돈은 얼마든지 댈테니.

끝없는 소송에 장사 없는 법이야.

가족이 있는 놈은 먹고 살지 못하게 하고

혼자 사는 놈은 가족까지 엮어서 칭칭 얽어매.


두희야.

공포사회는 이렇게 만든다는 표본을

너와 놈들이 확실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타인의 삶 따위는 너희들의 안중에도 없었다.


너희들의 목표는 오로지 돈벌이에만 있었다.

그것도 손하나도 안대고 코를 푸는게 아예 습관이었지.


남의 것을 신나게 빼앗고도 너희들은 이런 말을 즐겨했다.

-누구 덕에 이만큼 사는건데.


그렇게 번 더러운 돈으로

너희들은 인생을 신나게 즐겼다.

모두가 리어카를 끌고

하루종일 일해도 컵라면 하나 사먹기 힘겨울 때,

동네에 외제차는커녕, 트럭 한 대도 없었을 때

외제 승용차를 타고 신나게 놀러다녔다,


보통사람들이 동네 근처 유원지에 갈 돈도 없어서

놀러가자고 떼쓰는 아이들을 꾸짖을 때도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비행기를 타고 다녔지.

그것도 죄다 남에게 뺏은 돈으로.

그런 너희들을 보고 사람들은 점점 길들여졌다.


-그래. 다른 사람이고 뭐고 사정 봐줄 것 없어.

저놈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도 해야 해.

이 나라에서 잘 살려면 저 놈들처럼 해야 한다고!

무자비해야 한다고!

정말 살면서 느끼는 건

피해를 당하는 착한이들이 점점 피해를 주는 악한 놈들을

닮아간다는 점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

너희들 마음대로 죄를 저지르고 그 수습을 해야 하는 건

항상 국민들이었는데도 점점 사람들은 너희들이 하는 방법을

그대로 배우고,연구해서 너희들처럼 되려고 했다.


이것도 너희들은 아낌없이 이용했지.

너희들은

본격적으로 너희들의 호화로운 삶에 대한 환상을

보통사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쁜 짓을 상관없어!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물건들

이것만 가득 채우면 돼!

여지껏 너희들이 단 한번도 진실로

보통사람들과 나눈 적이 없는 풍요와 자유라는 환상을.


그 거대한 환상은

여행자율화로 소박하게 시작했다.

여행은 인터넷, TV드라마, 영화, 신문,라디오라는 미디어를 타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심어지기 시작했다.

-생각은 뭐하러 해. 세상은 즐겁잖아!

복잡할 거 뭐 있어. 여행가서 먹고,놀고,즐기면 그만이야!


누구나 돈벌이만 잘 하면 너희들처럼 잘 살 수 있다는

국민적인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지.

기업들도 신이났지.

온 세상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것들이 넘처났고

돈을 쏟아부어 광고만 해대면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손님들이 몰려 들었으니까.


- 뭘 그리 까칠해? 누이좋고 매부 좋은 거잖아?

그렇게 해서 기업이 벌어들인 엄청난 돈의 일부를 너희들은 다시 상납받았지.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나.

기업은 너희에게 상납한 댓가를 바랬고

너희들은 넘치도록 많은 보답을 해 줬다.

그러는사이에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지.

왜냐고?

소득이 늘기는커녕 점점 줄어만 갔는데도

여행,취미, 각종 여가생활 등

너희들이 그럴싸하게 여기저기 뿌려놓은

인간적인 가치는 늘어나기만 했거든.


소득수준이

전혀 뒷받침 되지않는 소비습관에 중독된거지.

-할부... 할부... 할부...

이거면 다 할 수 있어요!

자. 당신도 이걸 사서 자신감을 키워요.

집,자동차,구두,가방,명품!

고민하지말고 바로 질러!

인생 뭐 있어?

분명한 건

예전에는 너희들이 만든 악마같은 사회구조에 분노하던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많았다는 점이야.


요새는 어디를 봐도 세상이 조용하다.

놈이 물러간지 10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거센 저항도 해 봤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거지.


극도로

개인적인 분노가 쌓여도

절대로 말하지 않다가 결국에는 극단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사회.

사회적인 운동조차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

개인 대 개인이 피비린내나는 싸움 끝에

결국에는 양쪽 모두 파멸해버리고 마는 끔찍하게 조용한 사회.


개인이 아무리 부조리를 외쳐도 국가가 들어주지를 않으니

철들기 시작하면 각자 알아서 포기해버리는 체념사회.

남들이야 어떻게 되건 신경끄고

끊임없이 물건이나 사재끼는 분풀이 소비사회.


그것이야말로

두희, 너와 놈들이 꿈꿔왔던

미래의 이 나라라는 점에 난 분노한다.

하지만

두희야.

이것만은 절대로 잊지마라.


많은 사람들이 말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고 못하고

설령 분노할 힘조차 잃어버렸다 해도

나 한사람만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십년이나 지났으니 다 잊었겠지.


만약 놈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건 엄청난 착각이야.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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