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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29
게시물ID : sewol_57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3 09:40:04

-하인들-


두희야.

너는 평생 놈들의 하인으로 살면서도 천복을 누렸다.

정말로 세상에 인과응보가 있다면

마땅히 너는 평생 갚을 수 없는

살인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너의 세상은 그러지 않았다.

살인에 대한 보상은 평생에 걸친 편안한 삶을 보장했다.

놈의 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하인은 자기는 아무런 심부름도 하지 않았다고 우기다가

결국에는 일부 시인하는 것으로 퉁쳤다.

그리고는 고작 몇 개월 징역을 살다 나왔지.

가중처벌?

그런건 없었다.

그게 다였어.

그 하인은 한 때 엄청난 권력을 누리고 있었지.

전화 한통 걸고 주인이름만 대면

당장에 남의 수저를 아예 내려놓게 해 버릴 수도 있었어.


자식이 군대 안갔다는 욕을 피하기위해

가장 안전하고 편한 보직으로 넣어줬고

그 하인의 자식은 매일같이 휴가를 ᄊᅠᆻ지.

그 이후로도 탄탄대로였다.

그 하인이 소유한 비리투성이의 회사는 지분정리로

더욱 튼튼해지고 거대해져만 갔고

그 하인이 투자한 건물은 몇 년이지나 구속됐을 당시의 수십 배로 뛰어올랐다.


이제 그 하인은

어였한 기업체의 회장님이고

예전에 그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사람들은 기억조차 못한다.


다른 하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죄가 중하다고 해서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기는 했지.

하인들은 마치 짠 것처럼 말했다.


-난 억울하다.

모두 나를 모략하기 위한 음모다.

그런데

하인들의 감옥은 아주 편했다고 하더군.


밖으로 나가지만 못할 뿐 갖은

사식과 향응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공급 받았어.

변호사 면접을 이유로 하루종일 아무일도 하지 않고

바깥세상 이야기나 하다가 감옥 생활을 마쳤지.


출감한 다음부터

그 하인들은 완전히 이름도 바꾸고

주소지와 모든 것을 서류상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놈의 하인들은 출소 후에도 부정을 저지르느라 바빳지.

어쨋거나

놈의 하인들이 받은 벌은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본래 일을 소홀히 했다는 배임에 가까운 죄목이었지.

사기나 횡령은 전혀 따지지도 않았어.


그리고

그 하인들이 이미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소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인정해줬다.

그 후로 놈의 하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알짜배기 부동산과 동산은 감옥에 있을 때보다 몇 십배로 더 뛰었지.


확실히 돈에는 이길 장사가 없더군.

하인들은

감옥가기 전에 졸부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서로 가깝게 지내곤 했는데

감옥에 다녀온 후로는 재벌3세들이 따로 모여산다는

신흥단지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가 버리고는 서로 모른 척을 했지.

죄를 저지르고도 이른바 레벨업까지 한거야.


두희야.

넌 이걸 어떻게 생각하냐.

부정한 수단으로 국민의 돈을 훔친 자들이면

가장 먼저 돈 먼저 토해내게 한 다음에

다른 남은 죄를 더해서 더 무거운 처벌을 해야하는게 맞다 싶은데.


더 웃긴 건

예전에 그 하인들이 세상을 몹시 시끄럽게 했을 때는

그 하인들을 본 적도, 알지도 못 했다던 자들이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 하인들에게 다시 굽신거리기 시작했다는 거야.

결국

하인들은 단 몇 달, 몇 년을 감옥에서 편히 지내다가

더 큰 괴물딱지가 돼서 나왔지.


지금

그 하인들은 아예 대놓고 무슨 회사의 회장이니 감사니 이사니, 대표로

맹활약까지 하고 있다.

두희야.

이게 모두 네 덕분이다.

네가 확실히 성공한 하인의 모범을 보여주었기에

놈의 하인들이 지금도 너를 본받고 따르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하인은 처벌 받기 전에 사퇴한 직함을

전직OO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내걸고 사회활동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더라.

얼마전에는 방송에까지 진출해서 전에 모신던 주인을 무는 일로

용돈까지 쏠쏠하게 챙긴단 소문도 있다.

두희야.

이게 바로 네가 꿈꾸던, 너희들에게만 편리하고 참 좋은 이 나라의 민낯이란다.


이렇게 말하면

넌 내가 곧 놈의 하인들도 처단할거라 오해할지 모르겠다.

그건 절대 아니다.


아무리 꼬리만 자르면 뭐하겠어.

아예 몸통을 없애야지.



난 오로지 놈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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