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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30
게시물ID : sewol_574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4 12: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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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일사부재리-


두희야.

너의 살인이 그러했듯이 놈도 모든 범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임,사기,횡령 및 살인교사 기타 등등


물론 놈이 공식적으로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대신에 놈이 평소에 아주 좋아하는 말이 있었지.

-이심전심.


놈이 대충 고개를 흔들면 하인들은 재주껏 눈치껏 알아들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놈은 말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눈짓,몸짓으로 표현했으니 기록을 남기는 법도 없었고

항상 애매한 말로만 표현했으니 확실한 증거를 잡기도 어려웠을거야.


-어떻게 할까요.

-알아서들 잘.

나중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놈은 자신이 무얼 어떻게 할 줄도 모른다

-무능해서 저 모양, 저 꼴이 된거다.


이런 저런 말을 했지만,사실 놈은 어리석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다.

-말하지 않고 감정 표현하기.


그저 예전에 놈의 애비가 하던 방법 그대로

따라 한 것 뿐이지.

빼앗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음... 한번이면 됐고,


부르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거... 음... 두 번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거참. 으흐흠...

하는 식이었지.


사람은 따라하는 동물이라던가.

그러니 놈은 결코 멍청하지 않아.

지독하게 약은거지.

말 안하는게 얼마나 편한지 예전에 깨달은거지.


게다가

오로지 제 앞 길만 챙기려는 생각에 돈 되는 일이 아니라면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아까워했지.

놈은 남들과 흔히 나누는 잡담같은 건

오히려 쓰레기 같은 시간낭비라 생각했지.


-돈 얘기도 아닌데 뭐하러 해!

놈은 그렇게 아무말 하지 않는 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하인들에게 눈빛으로만 뜻을 전하는

수법을 밥먹듯 써 먹었기에 물적증거를 최우선으로 따지는

저 무섭다는 경찰, 검찰조차 제대로 잡아내기 힘들었다.


놈이 물러간 후에도

놈과 관련된 갖은 추악한 일이 추가로 밝혀졌고

한번 더 세상이 발칵 뒤집혔지만

결국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법은

그때마나 놈의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

-일사부재리.


말 그대로

한번 판결 낸 것은 다시 판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적용되었고,

그 이후로 놈은 어떤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처벌되지 않을 법적권리까지 획득했다.

두희,

너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였다.


솜방망이 처벌이었어.

감옥에서 놀면서 죄값을 다했고,

그걸 고생이랍시고 보답까지 받고

여생을 두발 쭉 뻗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니.

하지만,

두희야.


사람들 중에는

너나 놈과,

놈의 하인들처럼 아무런 생각이나 원칙도 없이

자기 편한 쪽에만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기생충이나 쓰레기들만 있는 건 절대 아니란다.

그 중에는

모래에서 바늘찾기에 가깝지만

아주 드물게 뜻 있는 사람들도 있단다.

두희

네가 맞아죽는 당연한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최소한의 공식기록만 해도 4번 이상 너에 대한 살해기도가 있었다.


아무리

네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재주가 좋다고 한들

결국에는 너도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지옥으로 갈 수 밖에 없었지.

그것도

맞아죽어서.


그래. 늘그막에 맞아 죽어보니 기분이 어떻더냐.

지옥에서 가서 지옥보다 못한 이 나라의 인간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


내가 생각컨대 살아있을 때의 너는 기분이 무척 좋았겠지.

높은 언덕에 있는 저택의 황금의자에 홀로 앉아

-이렇게 세상살기가 쉽고 편한데

저 쓰레기 같은 것들은 왜 비참하게 살까?


그런 고민아닌 고민이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게 네 일과였으니까.

더 통쾌한 건,

누군가 너의 죄를 뻔히 알고 있어도

더 이상은 법에 기대어 너를 심판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사람을 죽여도, 어떻게든 빠져나가기만 하면

대대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원칙을 네가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점도

너를 많이 기쁘게 했을 거야.

사람들의 삶은 아무리 간절한 소원을 해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게 보통인데,


두희

너처럼 사람도 죽이고

그 댓가로 돈도 왕창 타서 쓰고

감옥에서 놀다가 나와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사업도 잘 되고!

이런 신나는 세상이 또 어디있을까.

그런

엄청난 범죄조차 일부러 봐주며 처벌조차 하지 않는

이 나라의 기준을 네가 만들었지만

평생 도망을 다니면서 살 수는 없었지.


두희야.

그래서 말인데,

나 하나로의 힘으로는 이 썩어빠진 세상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놈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은 절대 놓지 않는다.


내 선배들이 그랬던것처럼

난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도 않을 것이며

감옥에 가거나 극형에 처해질지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거야.

일사부재리라...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내 선배들이 그러더라.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이거 정말 멋진 말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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