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33
게시물ID : sewol_57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8 14:41:58
옵션
  • 창작글

-패륜- 


두희야.

너는 살인이라는 패륜을 저질렀다.

패륜이란 뭘까.

그건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극악한 짓들을 말한다.


하지만

너와 너의 후원자들에게는 애초부터 패륜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았다.

너희는 그저 너희들이 돈버는데 편하기만 하면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민족의 지도자를 암살해도 너희들이 편하기만 하면 그만이었고

전쟁이 터져도 너희들은 죽지 않는 곳만 골라 도망다녔지.


-가만히 있으라. 이곳은 안전하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남은 사람들을 총알 받이로 삼아

자신들만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전쟁이 끝나자

너희들은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고도 모자라

두둑한 노후보장형 사업까지 서로 밀어주고 끌어줬다.

물론

사람들끼리 서로 돕는 건 사람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지.

그러나

너희들은 철저히 자기들끼리만 도우면서

이 세상에 같이 사는 남들과는 단 하나도 공유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타인에게 베풀 친절이나 희생, 봉사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너희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너희들만의 풍요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살맛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겠지.

놈도 그랬다.


어린 아이들이 여객선에서 아빠,엄마를 부르며 죽어가는 건

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놈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의 지지도가 그 달에 그 주에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 뿐이었다.


그만큼 놈에게 지지도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놈은

지 애비처럼 무한권력을 가지고도 모자라

이미 재벌 못지않은 재력이 있어도 결코 만족할 줄 몰랐다.

그러니 보통사람들이 다음 달 생계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는 것 따위는

놈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놈이 원하는 것은 워낙 단순했다.

놈의 기준으로보면

평생 아무런 가망도 희망도 없는 천민들의 지지를 빨아먹으며

더욱 강한 지배력과 권력의 힘으로 더 많은 돈을 모으는 것 뿐이었지.


그렇지만

놈은 스스로 재벌이 될 필요도 못 느꼈다.

놈은 재벌의 돈을 받아먹으면서도 속으로는 재벌을 혐오했거든.

-푼돈이나 버는 구더기같은 장사꾼들.

난 너희들과는 종자자체가 달라!


장사꾼은 더 벌려고 노력이라도 했지만

놈은 구체적으로 뭔가를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뭔가 모르는 척을 하며 먼 산을 바라보면 싫다는 말이었고,

만면에 웃음을 띄우면서 입꼬리를 올리면

그건 자기가 다 먹어야겠다는 뜻이었다.

그리다가 추적자들의 추궁이 심해지면

고장난 CD처럼 이런 말을 반복했지.


-했을지도...모르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 각종 지시사항들은?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하인들이 마구잡이로 지어낸 것이다.

이게 다 하인들끼리 작당을 해서

나도 모르게 자신들만의 부귀영화를 위해 꾸민

더러운 배반이고 패륜이었다.

난 하인들과 한치의 관련도 없으니 무죄고 깨끗한데

깨끗한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나.

이 세상이 너무 무섭고 외롭다.

놈은 항상 그랬다.

그때 그때

닥치는대로 아무말이나 해서

지지도가 올라가거나 벌을 피할 궁리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소중한 자신과

자신의 지지도 말고는

이 나라가 어떻게 되고 뭐가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굴러가건

놈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바다로 가라앉으며 떼죽음을 당한 것도

놈에게는 발톱의 때만도 못한 일이었지.


두희야

그래. 그런거야.

놈이 그 정도의 패륜아이니 나도 패륜 한번 저질러보려고.

10년이 지났지만 놈은 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낸다.

아무도 할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해야지.


물론

내가 저지르는 패륜으로

이 세상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내가 구체적으로 바라는건 세상이 바뀌는게 아니다.


그보다

두희, 너의 죽음이 그랬듯

놈의 패륜에는 반드시 법의 처벌 이외의

끔찍한 처단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뿐이다.

그 메시지를 놈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내 삶의 마지막 사명이기도 하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