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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34
게시물ID : sewol_57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9 09: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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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사랑-


두희야.

김구 선생을 암살했을 때의 네 기분은 어땠을까.

네 거짓말대로라면 참담했겠지.

민족의 미래를 위한 애국충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한 거겠지.


아무도 네 말을 믿지는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너는 그런 이유를 대고 암살을 저질렀다.

김구 선생에 대한 존경심이 도를 지나쳐

암살에 이르렀다는 신파를 꾸며댄거지.

하지만

아무리 억지로 짜낸 신파라고 하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너의 그런 거짓된 사랑과는 달리

나의 놈에 대한 사랑은 좀더 구제척이고 확실하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쳐죽여도 시원찮은 놈을 사랑하다니.

두희,

너처럼

돈벌이를 위해 사람을 죽인 것도

사랑을 빌미로 하고 있고

나처럼 구체적인 증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결국에는 증오의 대상을 사랑하게 되니 말이다.


당연하지만,

난 요새

놈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무슨 일에 일일이 반응하는지

주로 어디를 다니는지

아주 관심이 많다.

가까이 가지는 못해도 TV나 신문을 통해서 놈에 대해 알 수 있는 일도 많다.


놈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의 관심사다.

무슨 스킨과 로션을 쓰는지

사진에 나온 벨트에서 구두까지 흝어보고 어딘가 달라진 건 없나.

조금이라도 심경의 변화가 있을 만한 구석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본다.

너무 사랑이 지나쳐서 그런가?


요새는

놈이 몇 시쯤에 일어나고 자고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짐작이 간다.

정작

놈은 내가 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지만.


조만간

내 깊은 사랑의 결과로 박살이 날 때

놈은 그 짧은 순간동안 무슨 생각을 할지.

두희야.

난 내가 잡힌 다음에 할 말도

다 정해놨다.


-왜 그랬나?

-너무도 사랑해서 그렇다.

잘못된 길로 가시기에 그만 내려놓으시라는 애국충정이었다.

더 이상은 나라 망치는 꼴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 문제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희야.

어떠냐.

놈을 향한 내 사랑이.


그 다음에는

아예 너처럼 감옥에서 책도 내 볼까?

너처럼 누군가가 대필해준 김구 선생 암살자서전을

제것처럼 출판해서 떼돈도 벌고 말이지.


물론

난 너처럼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나 힘을 가진 배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도 내가 놈을 처단한다면 적어도 놈과 놈의 하인들이

영원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으리라는

착각을 쉽게 하지는 못하겠지.

그렇게 좋아하는 명품을 직접 고르기 위해

백화점이나 호텔은커녕

혼자서는 편의점에 가서 껌 하나도 사지 못하지 않을까.


내가 놈을 박살냄으로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대효과는 그런거야.

뭐 엄청나게 대단한 그런게 아니다.


평생

두려움을 모르고 살았던 놈과 놈들에게

두려움을 알려주는 것.

뭐.

놈과 놈의 하인들이 나를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친 게 맞으니까.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성형수술에 전신문신까지 하고

오로지 놈을 처단하기 위해 어둠속에서 이를 갈며 세월을 버티는게

정상이라고 나 자신도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난 얼마 있으면 죽을 암까지 걸렸다.

내 아이가 억울하게 바다에 수장 당하고 

오랜 병고에 시달리다 못해

이 세상에  잔뜩 불만을 가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미쳐 날 뛴 정도로

세상에 알려진다고 해도 슬프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듣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난 이렇게 생각한다.

놈이 죽을 때까지 아무 일없이 잘 지내다가

고급병실에서 평안한 표정으로 자연사하는 것이야 말로

내겐 가장 슬픈 일이라고.

무엇보다

놈을 그렇게 편안히 죽도록 놔두는 것은

놈을 향한 내 사랑이 용서못한다.


누가 뭐래도

놈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어 마땅해.

그 결과로

누군가가 나를 박살내려고 갖은 시도를 한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이후라 어떤 일을 당하건 상관이 없다.


게다가

난 눈깜짝 할 사이에 놈을 박살 낼 계획이다.

내 아이와 그 친구들처럼 깊은 바다 한 가운데서

갑자기 닥친 공포에 치를 떨면서 서서히 물에 빠져 죽어가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놈에 대한 내 사랑은

더이상 사랑이 아니라 대자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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