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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황제의 슈트
게시물ID : humordata_1747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네뒷산
추천 : 12
조회수 : 200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8/04/11 14: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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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는 황제가 죽고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황제가 없었다. 황제가 되려면 슈트를 입어야 했다. 

말이 슈트였지 슈트라는 딱딱한 틀 안에 평생 몸을 가둬야 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귀족들은 모두 황제가 되기를 꺼려 했다. 

대신들이 강제로 귀족들을 황제로 만들려고 했으나 슈트에 몸이 딱 맞는 귀족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들은 그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어느 날 젊은 대신이 제안했다. 

“황제의 슈트를 옷 가게에 전시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황제를 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입니다.” 

젊은 대신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평민이라도 슈트에 들어맞는 사람이라면 황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젊은 대신의 말에 반대를 하는 대신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황제의 슈트는 옷 가게에 전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황제가 되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대신들의 실수가 있었다. 그 옷 가게는 여인들의 옷을 파는 곳이었다. 당연히 남자의 슈트를 입어보려는 여인들은 없었다. 

어느 날 과부가 된 젊은 여인이 파티에서 입을 옷을 사기 위해 옷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 안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유일한 빛은 진열된 옷을 비추는 조명이었다. 

여인은 천천히 옷 가게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여인은 마음에 드는 옷이 없었다. 

진열된 옷 대부분은 몸매가 돋보이게 깊게 패었고, 소매가 없거나 아주 얇은 천으로 되어 있어 팔이 드러나 보이는 드레스였다. 

점원으로 위장한 젊은 대신이 그 여인에게 접근했다.

“부인, 찾으시는 옷이 있으십니까?”

“소매가 아주 길고 어깨를 감싸는 드레스를 찾고 있어요.”

여인은 파티 날 날씨가 추울까 온몸을 가리는 드레스를 찾고 있었다. 

혹여 감기라도 걸리면 집에서 자고 있는 아직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에게 옮길 수도 있었다.

“절 따라오시지요. 부인에게 아주 딱 맞는 옷이 있습니다.” 대신이 웃으며 여인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은 옷 가게처럼 온통 새까맸다. 옷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구석에는 장신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대신은 구석에 놓인 이상한 검은색 고리와 모자처럼 보이는 물건을 여인에게 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여인이 물었다.

“목에 차는 것입니다.” 대신이 답했다.

여인은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지만 고리를 목에 찼다. 고리는 여인의 목을 완전하게 감쌌다. 

그 모습을 본 젊은 대신의 눈이 반짝였다. 대신은 모자를 여인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아주 작은 모자는 놀랍게도 여인의 머리를 완전히 감쌌다. 

검은색에 금색 레이스가 달린 모자였다. 여인은 그 모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옷은 어디에 있나요?” 여인이 물었다.

대신은 씩 웃으며 그 방의 한가운데 놓인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가로로 빨간색 줄과 사선으로 황금색 줄이 그어져 있는 황제의 검은색 슈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여인은 드레스가 아닌 슈트를 보고 실망했다. 

“어떠십니까?” 대신이 물었다.

여인은 어쩔 줄 몰랐다. 실망했다고 대신에게 말하자니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검은색 슈트를 입은 시녀 세 명이 나타났다. 시녀들은 “옷이 아주 멋지네요!”라며 여인을 설득했다.

“옷이 부인에게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입어보시겠습니까?” 대신이 물었다.

여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네. 입어볼게요.”라고 말했다. 

관리가 낑낑대며 옷장에서 슈트를 꺼냈다. 그는 우선 바지를 바닥에 눕혔다. 

가까이서 본 바지는 신발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고 구멍 두 개가 깊게 뚫린 커다란 틀이었다. 

관리가 밖으로 나가고 어디선가 시녀들이 나타나 여인이 슈트를 입는 것을 도왔다. 

여인은 눈을 질끈 감고 맨발을 구멍 안으로 넣었다. 딱딱할 것 같았던 틀은 여인의 발과 다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시녀들은 이어서 상의를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상의는 장갑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바지보다 얇았지만 역시 딱딱한 틀이었다. 

시녀들이 상의의 옆구리에 난 공간을 벌려 여인이 틀 안으로 들어가게 도와주었다. 상의 역시 여인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여인은 이만하면 추위에도 거뜬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인은 옷을 모두 입고 나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전신 거울을 앞에 섰다. 

여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검은 슈트를 입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온몸의 살과 머리칼, 심지어 눈동자와 입술까지 모두 황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여인은 깜짝 놀라서 옷 가게를 뛰쳐나갔다. 그러다 그만 대신과 몸을 부딪치게 되었다. 

여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자신도 모르게 “저놈을 사형에 처하라!”라고 외쳤다. 

그러자 어디선가 검은 슈트를 입은 시녀들이 나타나서는 그 대신을 붙잡아갔다. 대신은 울상이지 않고 오히려 해맑게 웃으며 "드디어 황제를 찾았다!"라고 소리치곤 끌려갔다.

사실 황제의 슈트에는 저주가 걸려 있었다. 그 슈트를 입으면 온몸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난 힘을 쓸 수 있었다. 여인이 입 밖으로 명령을 내뱉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졌다.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하면 어디선가 검은 슈트를 입은 시녀들이 나타나 그 사람을 죽였고 음식을 가져와라 명령하면 역시 어디선가 검은 슈트를 입은 시녀들이 음식을 갖고 나타났다. 

황제의 슈트에 걸린 저주의 마법은 여인을 만나 더욱 강력해졌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머리칼이나 눈동자까지 황금색으로 변한 황제는 없었다. 

여인은 옷 가게를 뛰쳐나왔다. 황금색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여인을 본 사람들은 처음 보는 기괴한 여인의 모습에 벌벌 떨었다. 

온 나라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드디어 황제를 구한 것이었다. 황제가 된 여인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었고 과거의 기억을 점차 잊어갔다.

여인이 황제가 된 지 9년이 지났다. 여인은 폭력을 남발했던 처음과는 달리 황제의 슈트에 완전히 적응해서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힘을 나쁜 곳에 쓰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아주 좋은 곳에 썼다. 백성들을 굶지 않게 하는 데 썼고 경제를 융성하게 하는데 썼다. 백성들은 황제를 칭송했다. 

황제는 황제가 된 후 9년 동안 황궁에서 갇혀 지냈다. 그가 밖으로 나가면 백성들이 공포에 떨었기 때문에 황궁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는 이젠 황제가 되기 전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문득 황궁 밖 세상이 궁금해졌다. 

황제는 아무도 몰래 황금색 머리칼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황금빛 얼굴에 분칠을 해서 살색으로 보이게 한 뒤 황금색 입술 위에 붉은색 립스틱을 바른 다음 선글라스를 껴서 황금색 눈동자를 가렸다. 하지만 그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에 황제의 슈트는 벗을 수 없었다.

황제는 아무도 몰래 황궁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사람들은 분장한 황제의 얼굴은 물론 황제의 슈트를 알아보지 못했다. 

황제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만든 커다란 쇼핑몰로 갔다. 

쇼핑몰 안에는 아주 많은 상점이 있었고 수많은 의사들이 일하는 병원도 있었으며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있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9년 만에 쇼핑을 즐겼다. 물론 물건을 살 수는 없었다. 손을 내밀다 장갑과 소매 사이로 황금색 피부가 드러난 다면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없어진 황궁은 발칵 뒤집혔다. 대신들은 발을 동동 굴렸다. 황제가 된 후 10년이 되기 전에 황궁 밖을 벗어나면 자칫 마법이 풀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황제의 자리는 다시 비어버리게 될 것이고 다시 장기간 황제가 없는 암흑기를 맞게 될 수도 있었다. 대신들은 군대를 동원해서 황제를 찾으려고 했다.

황제는 대신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바깥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황제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황제는 의사에게 자신이 왜 황금색 피부를 갖게 되었는지 묻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갑자기 어떤 사내가 황제를 밀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황제는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황제는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사형에 처하라!”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 때문에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명령을 한 뒤였다. 

어디선가 검은 슈트를 입은 시녀들이 나타나 그 사내를 잡아갔다. 황제는 깜짝 놀라 어느 가게를 지키고 있는 뚱뚱한 사내의 몸 뒤로 숨었다. 

뚱뚱한 사내는 황제가 갑자기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나를 의심하지 말라.”라고 황제가 주문을 걸자 뚱뚱한 사내는 곧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황제는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그가 오려고 했던 병원이었다.

쇼핑몰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어디선가 검은 슈트를 입은 궁녀들이 나타나 사람을 잡아간 것이었다. 

사람들은 술렁였다. 누군가 황제의 시녀들을 알아보고는 ”황제의 마법이다!”라고 외쳤다.

설상가상으로 황제를 잡으러 오기 위해 파견된 군인들이 쇼핑몰 안으로 들이닥쳤다. 군인들은 쇼핑몰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질러댔고 쇼핑몰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황제는 계속해서 뚱뚱한 사내의 뒤에 숨었다.

“가장 의술이 뛰어난 의사를 불러와라.” 황제가 뚱뚱한 사내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젊은 의사가 뿅 하고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여기에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게 되었는지 영문을 모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의사들도 불러와라.”라고 황제가 그 의사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 의사가 저마다 하얀색 가운을 입은 다른 의사들을 모두 불러왔다.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말라.” 황제가 의사들에게 마법을 걸었다.

의사들은 황제를 알아보기도 전에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가장 의술이 뛰어난 의사는 앞으로 나와라.”라고 황제가 의사들에게 명령했다. 

처음 불려 나온 의사가 나오더니 황제에게 “저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바쁩니다."라고 말했다. 감히 황제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거부한 사람이 없었다.

황제는 의사를 잡아다 고문을 하려 했지만 곧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까 봐 참았다.

황제는 갑자기 손가락에 통증을 느꼈다. 그는 장갑 속에서 아픈 손가락을 찾기 위해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제까지는 그래본 적이 없었다. 장갑과 손가락은 그동안 하나의 손처럼 밀착되어 있었다. 

황제는 깜짝 놀라면서도 통증이 느껴지는 손가락을 다른 손가락으로 짚어냈다.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장갑과 손가락 사이에 낀 반지가 손가락을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언제 결혼을...?’ 황제는 혼란스러웠다. 

황제가 놀라고 있는 와중에 다른 피부과 의사가 나타났다. 그는 이 병원의 가장 말단 의사였다. 그는 자신을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 얼떨떨해하고 있었다.

"군인들이 몰려옵니다!" 의사 하나가 소리쳤다.

곧 와장창하는 소리와 군인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비행기를 타고 이곳을 탈출한다.” 황제가 주문을 걸었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면서 쇼핑몰이 둘로 갈라지더니 선로가 생겼다. 폭폭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비행기가 아닌 기차였다. 기차가 쇼핑몰을 뚫고 들어와 그들 앞에 멈추어 섰다.

“저기다!” 군인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오지 말라!” 황제가 명령했다. 그러자 군인들의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들은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에는 이미 기차에  타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기차는 폭폭 소리를 내며 철길을 달렸다. 하지만 바로 뒤에서 다른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쫓아오고 있었다. 

“이 기차는 비행기가 되어 날아갈 것이다.” 

황제가 주문을 걸자 기차의 외부가 사라지고 좌석이 분리되면서 스키장을 오가는 리프트로 바뀌더니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각자 다른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황제와 뿔뿔이 흩어졌다. 황제는 자신의 옆자리에 아무도 타지 않은 것을 알고 슬퍼했지만 황제가 앉아있는 의자와 맞닿아있는 뒷자리에 아이들과 아이의 엄마가 타고 있는 것을 알고 안도했다. 


군인들은 하늘을 나는 리프트를 쫓아왔다. 황제는 계속해서 주문을 걸었다. 

“리프트에 보호막을 쳐라!” 

“백성들을 보호해라!” 

“무기를 모두 망가트려라!” 

“헬기를 격추시켜라!” 

그러자 리프트마다 보호막이 생기고 군인들이 갖고 있던 무기가 모두 망가졌으며 대포가 잘못 발사되어 헬기를 격추시켰다. 

황제와 같은 리프트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환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추었던 머리칼과 피부색이 다시 황금빛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보지 말라.” 황제가 명령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황제를 알아보았고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동안 땅에서는 거인들이 나타나 화살을 쏘며 하늘을 나는 리프트를 공격했다. 

황제는 보호막을 쳐서 열심히 방어했다. 하지만 마법의 힘은 점점 약해졌고 의사들과 백성들이 탄 다른 리프트들은 보호막이 풀리며 거인들의 공격을 받아 추락하고 있었다.

”백성들을 보호하라!” 

황제는 다시 백성들에게 강력한 보호막을 쳤다. 추락한 리프트에서 떨어져 나온 백성들은 다치지 않았고 거인들의 공격도 막아냈다.

황제가 탄 리프트는 멀리 날아갔다. 동산을 넘고 개울을 넘자 리프트는 마법의 힘이 풀려갔고 어느 오두막 앞에 떨어졌다. 황제는 리프트에서 내렸고 힘없이 쓰러졌다.


황제가 눈을 떠보니 작은 오두막의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여전히 그의 몸은 황제의 슈트에 갇혀 있었고 피부와 머리칼은 황금색이었다.

어린 소녀가 따뜻한 우유를 담은 단지를 황제에게 가져왔다. 

“이것을 드시면 나아질 것입니다.”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황제를 보면서 놀란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공포에 떨지도 않았다.

“아가. 너는 왜 나를 보고도 공포에 떨지 않느냐?” 황제가 물었다.

“당신은 나의 어머니이니까요.” 소녀가 말했다.

황제는 집을 둘러보았다. 
선반에 자그마한 사진이 있었다. 젊은 여인이 보자기에 싸인 자그마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젊은 여인은 분명 황제 본인이었다. 황제는 모든 과거가 생각이 났다. 그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가!”

“어머니!”

그들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내 어머니는 어디 계시느냐?” 황제가 물었다.

소녀가 황제를 뒷마당으로 데리고 갔다. 뒷마당에는 자그마한 무덤이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어머니께서 황제가 되신 후 시름시름 앓다가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어머니께서 황제가 되어 저주가 걸렸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무 늦게 왔구나.” 황제가 눈물을 흘렸다.

‘쾅쾅 쾅’

누군가 오두막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황제와 소녀는 몰래 뒷산으로 도망가려고 했으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잡아라!” 군인이 소리쳤다.

“저놈들을 묶어라!” 황제가 명령하자 군인들의 손발이 모두 묶여버렸다. 군인들은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을 쳤다.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너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황제가 물었다.

“황궁으로 돌아가세요. 어머니의 집은 그곳이에요.”

황제는 눈물을 흘리며 홀로 황궁으로 돌아갔다. 황궁 앞에는 대신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그들은 황제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황제의 얼굴은 예전의 뽀얀 살색으로 돌아와 있었고 머리칼도 황금색이 아닌 검은색이었다. 입술도, 눈동자도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주가 모두 풀려버린 것이다.

“황제의 저주는 한 이었어요. 저는 제 딸을 보지 못한 한을 모두 풀었습니다.”

황제는 장갑과 신발을 벗었다. 대신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슈트 재킷과 연결되어 떨어지지 않던 장갑과 바지와 연결되어 떨어지지 않던 신발이 모두 벗겨진 것이었다. 황제가 되기 전 여인의 하얀 손과 발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황제가 아닙니다.” 황제가 말했다. 

“이 슈트는 불태워 버리는 것이 좋겠어요.” 

황제는 그 자리에서 슈트를 벗었다. 딱딱하던 슈트는 평범한 옷처럼 훌러덩 벗겨졌다. 시녀들이 놀라 천으로 황제의 몸을 가렸다. 

황제는 평범한 여인이 되어 딸이 사는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더 이상 마법을 부릴 수 없었고 화려한 집에 값비싼 음식도 없었지만 여인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어느 날 아침 소란스러운 소리에 여인은 잠에서 깼다. 밖으로 나가보니 그의 집 앞마당과 동산 가득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폐하! 다시 궁으로 돌아오십시오! 황제의 슈트는 불에 타고 없지만 폐하께선 여전히 황제이십니다! 많은 황제들이 황제의 슈트를 입고 저주에 걸려 마법을 부렸지만 백성들을 위해 마법을 이용한 황제는 폐하뿐이셨습니다!” 나이 든 대신이 여인에게 엎드려 말했다.

“저는 딸과 함께 살 거예요. 여기 어머니의 무덤도 있어요. 전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여인은 단호했다.

“어머니.” 소녀가 여인에게 다가왔다. 

“우리 황궁에 가서 살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하잖아요.” 소녀가 말했다.

여인은 딸의 부탁대로 딸과 함께 다시 황궁으로 돌아갔다. 여인은 황제의 슈트가 아닌 그가 사고 싶어 했던 목과 어깨를 가리는 기다란 살구색이 드레스를 입고 대신들 앞에 나타났다.

대신들은 황제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더 이상 황제의 슈트도, 저주의 마법에 걸린 황제도 없었지만 황제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렸다. 

출처 제 개인 블로그에도 동일한 글을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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