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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1Q84 음악들
게시물ID : music_1518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역사광황
추천 : 4
조회수 : 4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4/12 10:39:47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는 많은 음악들이 등장한다. 정리해보았다.

◎ 야나체크 - 신포니에타 (Janacek - Sinfonietta)

 

택시 라디오에서는 FM방송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곡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정체에 말려든 택시 안에서 듣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랄 수는 없었다. 운전기사도 딱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중년의 운전기사는 마치 뱃머리에 서서 불길한 물때를 읽어내는 노련한 어부처럼 앞쪽에 끊임없이 늘어선 자동차 행렬을 입을 꾹 다물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오마메는 뒷좌석 깊숙이 몸을 묻고 가볍게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들었다.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첫 부분을 듣고 이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고 알아맞힐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아주 적다'와 '거의 없다'의 중간쯤이 아닐까. 하지만 아오마메는 왠지 그걸 맞힐 수 있었다.

야나체크는 1926년에 이 작은 교향곡을 작곡했다. 도입부의 테마는 원래 한 스포츠대회를 위한 팡파르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오마메는 1926년의 체코슬로바키아를 상상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오래도록 이어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에서 마침내 해방된 사람들은 카페에서 필젠 맥주를 마시고 쿨하고 리얼한 기관총을 제조하며, 중부유럽에 찾아온 잠깐의 평화를 맛보고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는 그 이 년 전에 불우한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곧이어 히틀러가 어디선지 불쑥 나타나 그 아담하니 아름다운 나라를 눈 깜짝할 사이에 덥석 집어삼켰는데, 그런 지독한 일이 일어날 줄은 당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역사가 인간에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그 당시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오마메는 음악을 들으며 보헤미아 들판을 건너가는 평온한 바람을 상상하고 역사의 존재방식에 대해 두루 생각했다.

......

아오마메는 정체에 휘말린 택시 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첫 소절을 들었을 때 경험했던, 그 이상한 감각을 떠올렸다. 그것은 몸의 뒤틀림 같은 감각, 몸의 구조가 걸레처럼 쥐어 짜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수도고속도로에 비상계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나는 하이힐을 벗고 그 위험한 계단을 내려왔다. 그 계단을 맨발로, 강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동안에도 내내 <신포니에타> 도입부의 팡파르는 내 귓속에서 단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어쩌면 그것이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

레오시 야나체크는 1854년에 모라비아 마을에서 태어나 1928년에 사망했다. 책에는 만년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었다. 대머리는 아니어서 힘찬 들풀 같은 백발이 머리를 뒤덮고 있었다. 두상까지는 모르겠다. <신포니에타>는 1926년에 작곡되었다. 야나체크는 애정 없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냈지만, 1917년에 63세의 유부녀 카밀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기혼자 간의 노숙한 사랑이다. 한때 슬럼프로 고민했던 야나체크는 카밀라와의 만남을 계기로 왕성한 창작욕을 되찾았다. 그리고 만년의 겅작이 차례차례 세상의 호평을 받게 된다.

어느 날 그녀와 둘이서 공원을 산책할 때, 야외음악당에서 연주회가 열리는 것을 본 그는 발을 멈추고 그 연주를 들었다. 그때 야나체크는 느닷없는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신포니에타>의 악상을 얻었다.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뭔가 폭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선명한 황홀감에 휩싸였다고 그는 술회하고 있다. 당시 야나체크는 마침 큰 스포츠 대회를 위한 팡파르의 작곡을 의뢰받은 상태였고 그 팡파르의 모티프와 공원에서 얻은 '악상'이 하나가 되어 <신포니에타>라는 작품이 태어났다. '작은 교향곡'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구성은 어디까지나 비전통적이고 금관악기에 의한 휘황한 축제 같은 팡파르와 중추적인 차분한 현악 합주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독자적인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다……라고 해설에 나와 있었다.


마이클잭슨 - 빌리진 (MICHAEL JACKSON - BILLIE JEANS)

 

사람들은 그녀가 하이힐을 벗고 코트를 벗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바로 앞에 서 있던 검은 도요타 셀리카의 열린 창문으로 마이클 잭슨의 새된 목소리가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왔다. <빌리 진>. 스트립쇼 무대에 오른 것 같네, 그녀는 생각했다. 좋아, 보고 싶으면 보라지. 정체에 말려들어 꼼짝도 못 하고 다들 어지간히 따분할 텐데. 하지만 여러분, 더이상은 안 벗어요. 오늘은 하이힐과 코트까지만. 안됐네요.

......

※ 옐로우의 세계 : http://yellow.kr/blog/?p=2815

출처 http://yellow.kr/blog/?p=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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