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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38
게시물ID : sewol_57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3 09: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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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경교장-


두희야.

오랜만에 김구 선생이 생전에 머무르시던 경교장에 다녀왔다.

경교장 곳곳에는

네가 암살한 김구 선생님의 일생에 관한 사진과 설명이 붙어 있다.


그 사진과 설명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김구 선생이 너 하나 때문에

얼마나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셨는지를 잘 알수있다.

물론

하도 많이 들른 곳이라 경교장의 구조는 이미 외우고 있지.

내가 일하고 있는 기념관처럼 말이야.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난 경교장을 둘러보면서도 거꾸로 놈의 암살을 그려본다.

이런 동선으로 움직일 때는 이렇게

저런 동선으로 움직일 때는 저렇게

놈을 처단하겠다는 생각을 수천만번도 더 머릿속에 그려봤다.


어차피 실행해야 하는 사람은 나 밖에는 없지만...

이제는 외롭다기보다는 오히려 홀가분하기까지 하다.

그 편이 비밀도 새지 않고 움직이기 편하니까.

다행이도 아주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 있다.

놈이 삼년만에 지 애비의 기념관에 온단다.


경교장에 들러서 김구 선생의 정기를 받아서 그런걸까?

어째 예감이 좋다.

놈의 기념관 방문은 항상 불규칙했다.

사전예고 하나 없이 불쑥 왔다가는 금새 가버렸지만

이번에는 많이 다르다.


본격적인 정치복귀를 위해

지난 10년동안 길러온 각종 후원회와 조직의 간부들과 함께

기념관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물론

기자들을 총동원하는 것도 예전과 똑같지.

놈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종자니까.


만약 놈이 온다면 나 같은 미화원은 경비와는 달리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계단 구석에서 직립부동자세로 대기를 해야 해.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암살을 막겠다는 경호측의 요청이라나.

네게 여러번 말했지만 평소와 같은 상황에서는 놈에게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단 10m이내라도 괜히 어슬렁거렸다가는 경호원은커녕 경찰도 뜷기가 어렵지.

이래서는 거사를 치룰 수가 없다.


두희야.

이럴때면 나도 너처럼 권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김구 선생이 암살당할 당시의 경교장처럼

어수룩한 경비였다면 암살에 실패하는게 오히려 이상했겠지.


아무 일도 없는데

경찰은 너의 거사를 알고 있기라도 하듯

갑자기 이른 아침부터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있었어.

너를 잡아간다는 명목으로 일찌감치 너를 감춰서 보호하기 위해서였지.

암살은 결국 성공했고 체포를 빌미로 어딘가로 사라진 너는

헌병대의 어느 방에서 조용히 쉬고 있었다.


-수고했어! 여기서 좀 조용히 쉬고있어.

나머지는 우리들이 다 알아서 할테니까.

-인삿말은 됐고, 전에 얘기한 한 돈이나 좀 넉넉히 챙겨주쇼.

-걱정하지 말라니까. 다 얘기가 되있으니까. 좀 쉬고 있으라고.

유감스럽게도 난 그렇지 못하다.


죽을 노력 끝에 기념관의 미화원으로 위장취업을 했을 뿐이지만

놈이 기념관을 찾아오는 횟수도 해마다 점점 줄었다.

어떤 때는

1년에 한번.


어떤 때는

2년에 한번.

비공식적으로도 그렇다.

이번처럼 언론에 보여주기식으로 오더라도

기자들에게 갑자기 통보하고 들이닥치니

미리 준비할 시간이란 아예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치복귀를 위한 공식행사다!

놈이 오기 전 며칠 전부터

지 애비의 기념관에 온다는 이야기가 대서특필됐고

지금은 관장부터 관리부서까지 난리도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놈은 확실히 온다!

난 그 덕에 죽을 고생을 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평소의 청소업무는 물론 주변정리까지 해야만 했어.

혹시라도 고귀한 그분께서 더러운 천민들에게 묻어있는

세균에 감염이라도 되시면 큰일이라는 관장의 특수지시가 있었다.

부랴부랴 특수 청소용역회사까지 불러서 죄다 소독을 해야 했지.


같이 일하는 경비가 내게 한 말은 더 가관이었다.

그 특수 청소용역회사라는 것도 알고보면 놈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건물의 청소를 총괄하는 사실상의 자회사라는 거야.

자회사에 용역주고 모기업에서 용돈챙기기.

뭐 새삼 놀라 것도 없어.

놈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그나마 다행인건 기념관의 청소용품을
미화원인 내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거지.

그게 왜 중요한지는 조만간 알게 될거야.

그러니 두희야.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내 얘기를 들어주기 바란다.


놈의 최후가 어떨지는 너도 궁금하지?

같은 암살동지로써 내가 놈을 어ᄄᅠᇂ게 처단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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