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40 (최종회)
게시물ID : sewol_575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6 09:39:58
옵션
  • 창작글

-창조박살-


두희야.

이제 이 이야기도 곧 막바지에 접어든다.

놈은

예전부터 창조니 뭐니 하는 말을 즐겨ᄊᅠᆻ다.

자신이 만든 말도 아니였다.

언제나처럼 하인들이 아무렇게나 지어서

돈 벌이나 한 다음 쓰고 버리라고 만들어 준 말이었다.


요새는 정치복귀를 의식해서인지

창조를 버리고 재건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지 애비가 쓰던 말 그대로 가자는 속셈이지.

놈은 죽는 그 순간까지 진부했다.

그나저나 오늘 행사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무슨 봉사단, 연맹이니 연합. 협의회니

사조직도 참 많이 만들어 놨다.

놈이 평소에 부리는 하인단체들이 총동원됐어.

사람의 구름과 경호원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놈을 보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나를 돕는 좋은 징조가 하나 있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지.

경호원이 씌워 준 우산을 쓰고 당당하게 걸어올 놈을 위해

난 새벽부터 뼛골이 빠졌다.

놈의 발에 흙이 묻지 않도록 구석구석 카페트를 깔라는 지시였지.


카페트가 깔린 입구에 들어오면서 놈이 무슨 무슨 지시를 하듯

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난 잘 안 보이는 계단쪽 구석에서 가만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

놈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지 애비와의 옛 추억에 빠져 있는 동안

관리직원이 급히 나를 부르더라고.


-지금 뭐하고 있어!

-예? 저는 지금 구석에서 대기 중...

-카페트에 묻은 물기를 치워야지. 당장!

-예! 당장 치우겠습니다.

비에 젖기는 했지만 카페트는 깨끗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놈이 돌아가기 전에 눈에 띌 수도 있는

잡티를 미리 제거하라는 관리직원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더럽고 천한 인간들의 세상에 잠시 순시를 나오신

그분의 몸에 더러운 병균이라도 묻으면 안 되겠다는

관리직원의 세심한 마음씀씀이지.

내가 기다리던 절호의 찬스다.


난 놈이 천천히 기념관 안을 도는 사이에

청소걸래를 카페트 옆에 놓고 일일이 손으로 잡티를 제거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지.

일을 마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관리직원은 체크를 하러오지 않는다.


아마도 놈의 눈에 조금이라도 뗘서

기념관에서의 인사고과 점수를 잘 받으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도 아니면 이 너절한 기념관을 때려치우고

이번에 있을 놈의 선거운동에서 놈의 하인으로 승진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을지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 관리직원도 관장이나 놈과 같다.

그저 자기 살길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을 테니까.

자.

그럼 이제야말로 거사를 시작해볼까.


이미 모든 보안점검을 마친 상태였다.

기념관 안에는 전시물을 빼고는 금속성 물건은 아예 둘 수도 없었다.

덕분에 망치를 쓰려는 계획은 소용이 없게 됐다.

그렇다면 2차 계획을 쓸 수밖에 없지.

미화원인 내게 허가된 것은 오로지 나무로 된 밀대와 플라스틱 쓰레받이뿐이었지.


그나마

놈이 행차하신다며 관리부서에서 행사 바로 전날에

번쩍번쩍 윤이나는 새 물품을 지급하더군.

미리 검색을 받은 뒤라 나무밀대와 쓰레받이는 제한물품에 걸리지 않았어.

난 주변을 살피 후, 조심스럽게 화장실 맨 끝칸의 비품창고로 들어갔지.


그리고는 조심스레 나무밀대의 맨 끝에 있는 고무뚜껑부분을 떼어냈어.

고무뚜껑 안에는 내가 미리 준비한 적당한 길이의 박달나무 봉이 들어 있었지.

딱 한손에 잡힐 정도의 길이야.

쑤욱 뽑으면 과도만한 길이지.

놈의 애비가 일본군 시절부터 무척 즐겼다는 검도연습용 박달나무.

박달나무.

아주 단단하지.

제대로 일격을 가하기만 한다면 즉사할 수도 있는 아주 훌륭한 물건이야.


오래 전에

두희, 너를 처단한 어ᄄᅠᆫ 사람이 시장에서 산 나무 방망이에

정의봉이라고 썼던 기억이 나서 그냥 정의봉이라고 하려다가

그만뒀다.

이것까지는 차마 배낄수는 없더라.

너를 처단한 사람에게 미안하잖아.


그 대신에 난 요새

놈이 밀고 있는 재건이라는 말을 따서

굵은 싸인펜으로 재건봉이라고 썼다.

그리고는 다시 난 재빨리 카페트 옆에

물이 아주 약간 튄 대리석 바닥을 광나게 닦는 척 하고 있었지.


마침 관람을 끝냈는지 놈은 정확히 빨간 카페트 위로 천천히 걸어왔다.

경호원이 근접하자 난 똑바로 선 채 놈에게 고개를 숙였다.

놈의 애비가 저 옛날에 천황폐하 만세하며 고개 숙이던 바로 그 자세지.

놈은 만면에 만족한 눈빛을 띄더니

갑자기 밀대를 잡고 있던 내 손을 덥썩 잡았다.


놈의 행동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다분히 남의 눈을 의식한 거란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지.

놈의 10년만의 정계복귀를 보도하기 위한 카메라들이 줄을 짓고 있었으니까.

놈은 그저 미화원을 다독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놈의 앞, 뒤로 쏟아지는 취재진의 보도용 조명과 프레쉬 때문에

경호원들이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잠깐의 무방비 상태.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

그게 놈의 마지막이었지.


프레쉬가 작열하는 그 순간!

밀대뚜껑에서 순식간에 꺼낸 재건봉이 놈의 머리를 강타했다.

놈은 바로 쓰러졌지. 그 다음에는 먹은 걸 바로 토하기 시작하더군.

이제 놈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은 얼마 전부터 내 똥을 밀대뚜껑안에 숨겨 둔 재건봉에 잔뜩 묻혀놨거든.


뇌가 터진 건 어떻게 꿰매더라도

내 똥에 묻은 대장균과 각종 세균이 뇌에 들어간 덕에

폐혈증이나 각종 감염증을 피하기는 불가능할거야.

만약 살아있더라도 죽는 그 날까지 엄청난 고통을 당하다 결국에는 죽겠지.

이제 놈은 평생 제 입으로 싼 똥을 뇌로 먹다 죽게 되는 거야.


두희야.

이제 난, 내 소원을 다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짓을 인생의 마지막에 해야 한다는 게

참 슬프지만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을 맺어야겠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내 손에 죽은 놈을 너라도 지옥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기 바란다.


영원히 펄펄 끓는 지옥의 가마솥에서

놈과 함께 펄펄 뛰면서 영생을 누리길.

아참. 그리고 두희야.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다.

이 얘기의 마지막에 꼭 이 말만은 놈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네가 지옥에서 놈을 만나면 나대신 전해주면 한다.

-온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워도 어딘가에는 별이 떠 있다는 걸 잊지마라!



                                                    -끝-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