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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주변 기웃거리는 수많은 ‘드루킹’들.
게시물ID : sisa_10467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간머리의앤
추천 : 8
조회수 : 5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4/21 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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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사이지만  좋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퍼왔습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정치브로커들의 진화과정을 잘 설명했습니다. 

정치신세계, 이이제이도 언뜻 나오고요. 

닥표간장 멤버들이 지적했던 문파커뮤니티 상황에 대해서도 나와요. (ㄹ씨는 아무래도 그분같은데.ㅎ ) 

정말 읽을만합니다.


정치권 주변 기웃거리는 수많은 ‘드루킹’들


“드루킹으로 요새 시끄럽죠? 솔직히 드루킹 정도면 되게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선거를 몇 번 해본 사람이 보기에 그 정도는 얌전한 편입니다.”

현재 한 광역단체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ㄱ씨의 말이다. 드루킹 김모씨가 사이버 활동으로 모은 영향력을 통해 김경수 민주당 의원(경남도지사 예비후보)에게 이권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이버·사이비 정치 브로커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루킹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 대한 댓글공작을 통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자처할 때는 문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공작을 했다가, 김 의원이 자신의 청탁을 거절하자 문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 ㄱ씨는 “선거 때만 되면 온·오프라인에서 형성된 영향력을 캠프에 행사하려는 이들은 다 있다”며 “선거가 끝나고 나서 벌어지는 선거법 위반사건의 상당수는 이런 정치 브로커들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초선의원의 보좌관 ㄴ씨는 선거철이 돌아올 때마다 정치인에게 이권을 부탁하러 찾아오는 이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드루킹이 일본 침몰을 주장한 거 보면 정신이 좀 없는 사람 같다. 하지만 선거 때 열심히 선거운동을 도와준 분들이 평범한 민원인처럼 찾아올 때도 많다. 총선, 지선뿐만 아니라 당내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가 누군지 속속들이 알 수가 없다. 걔중에는 잘 봐달라고 의원실에 이력서를 놓고 간다거나, 이미 공기업에 이력서를 넣었으니 도와달라는 분들도 많다. 그걸 들어줄 수는 없고 좋게좋게 대답해서 민원인을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ㄴ씨는 드루킹처럼 일정한 조직을 가진 사람이 접근하면 정치인들은 십중팔구 만나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드루킹의 조직인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처럼 2500여명이 가입돼 있고, 강연회를 열면 수백 명이 참석하는 경우 정치인이 못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ㄴ씨는 “대부분은 의원의 강연 이후에 관계가 끝나지만 가끔 누구를 소개시켜 달라든지 자기가 부탁이 있다든지 티가 나게 연락을 이어오는 분들이 있다. 의원과 만나보고 싶다는 사람 중에 낌새가 이상한 사람은 제 선에서 다 잘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온갖 사람들이 다 찾아오는 의원실

ㄴ씨는 “브로커들이 횡행하는 것은 온라인 소통 시대에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도 의원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시대다. 실제 마음은 숨기고 순수하게 접근하는 것처럼 의원실을 찾는 이도 많다. 청년 창업을 준비하는 이가 전문가인 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거나, 구청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의원실을 찾는 경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단순 민원인인지 부적절한 청탁을 하려는 사람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ㄴ씨는 “과거에는 의원들이 전문가나 사업가 같은 사람들만 만났다. 이들은 뒷배경이 어떤지 비교적 알기 쉬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의원실 문턱이 낮아지면서 온갖 사람들이 다 찾아온다”며 “드루킹 조직도 비공개적으로 활동한 부분이 많았기에 (김경수 의원실에서) 정확한 성격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처럼 정치인들이 온라인 활동도 하지 않고 유명인이나 전문가들만 만나야 한다고 할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왜 정치인들은 이런 브로커들과 확실히 선을 긋지 못할까. 정치권 인사들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정치 브로커들의 힘이 점점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후보를 당선시킬 정도의 힘은 없지만, 당선을 방해할 만큼의 능력은 있다는 것이다. 10~20년 전만 해도 특정 지역구에 오래 살면서 지역위원회의 고위 당직자를 지냈거나 정당과 가까운 지역 향우회 임원진들이 정치 브로커로 활동했다. 좋게 보면 원로당원들이다. 하지만 ‘특무상사’ 등으로 불리던 원로당원들의 이권청탁은 옛말이 된 지 오래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노사모를 중심으로 인터넷 활동에 능숙한 이들이 입당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이버 공간의 영향력을 이용한 사이버 정치 브로커들의 활동이 늘어났다.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관계자 ㄱ씨는 “선거 때만 되면 향우회 조직을 갖고 오는 사람도 있고 SNS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SNS와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기초의원 선거까지도 ‘SNS 전문가’라는 이들이 찾아온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영향력이 있으니 우리를 당신의 SNS팀으로 써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전이 치열해지면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치기가 어려운 때가 있다. 캠프 사정을 훤히 알던 사람들이 캠프를 나가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 프레임이 이상한 방향으로 짜여진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명만 하다가 늪에 빠져서 선거를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드루킹 사건을 보며 “단순히 댓글만 다는 여론조작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정치 브로커들은 댓글뿐만 아니라 블로그, SNS, 소규모 인터넷 신문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 명의 정치 브로커가 블로그, 인터넷 언론 등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하고, 한 명의 브로커가 4곳의 언론사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일도 있다는 게 ㄱ씨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상 같은 집단에서 운영하는 여러 인터넷 언론사가 서로서로를 인용하면서 ‘좋아요’를 눌러준다. 포털 검색 알고리즘을 연구했는지 어쩌다가 보면 포털 검색창 상위에 브로커 집단이 쓴 기사가 올라가기도 한다. 만에 하나 중앙 언론사의 온라인뉴스팀 같은 곳에서 받아 쓸 경우 이번엔 ‘유명 언론사가 우리 기사를 인용했다’며 또 인용보도하는 무한반복 시스템”이라며 “선거 시기 사이버 여론공작은 절대 댓글이 전부가 아니다. 고소가 들어간 건만 가지고 수사기관이 마치 관심있게 수사를 진행 중인 것처럼 가짜뉴스를 직접 생산하고 유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신천지라는 종교단체가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객관적으로 신천지의 봉사실적이 많으면 지자체에서 감사패를 수여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가지고 보수 기독교 여론을 자극하는 가짜뉴스가 돌아다니고, 그걸 대응하느라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한 경우도 들었다”며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ㄱ씨는 “만약 드루킹이 진짜 ‘정치 브로커’라면 제 경험으로 볼 때 출판사뿐만 아니라 경공모를 통해 복수의 인터넷 언론사를 운영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브로커와 확실히 선 긋지 못하는 정치인

경기도 A시에서 10여년간 노사모, 국민참여당 조직에서 활동해온 ㄷ씨는 드루킹 조직에 출판사가 있는 점에 주목했다. ㄷ씨는 “성공한 정치 자영업자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가장 많이 하는 게 인쇄사업이다. A시만 해도 시청으로부터 인쇄사업을 수주 받고 먹고사는 지역 언론사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A시는 여러 권언유착 의혹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것이 시청과 언론사의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다. 2014년 3월, A시의 한 언론사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A시청 공무원과 여러 차례 수상한 통화를 주고받았다. 지역 언론사 대표가 “어차피 도와주자고 한 것”이라며 시장 선거 여론조사 설문 내용을 미리 A시청 공무원과 상의했다. 시청 직원이 “이렇게 하면 시장이 별로 안 나온다. 앞에다 넣는 게 원래 잘 나온다”며 A시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조사를 만들려 했던 정황도 공개됐다.

같은 해 11월에 시작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A시의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민주당 시의원이 “전형적인 관언유착의 사례”라며 또 다른 지역언론과 시청의 관계를 문제삼았다. A시에서 과거 민주당에서 활동했던 이가 세운 지역 언론사에 시정 홍보 팸플릿, 뉴타운 소식지 제작 등의 명목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의 돈이 지급됐다. 이 언론사가 직접 작업하지 않고 계약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값으로 재하청을 넘긴 사례도 있었다. 

ㄷ씨는 “경공모는 쉽게 말해 정치 자영업자 모임이다. 오래 살아남는 정치 자영업자들은 드루킹처럼 과감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의 지역 정치권과 함께 돈이 나올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다녀야 정치 자영업이 오래 간다. 드루킹처럼 대통령과 밀접한 국회의원을 바로 찾아가는 바보가 어딨나”라며 “A시만 해도 정당별·계파별로 끈이 닿아 있는 정치 자영업자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지역 언론사들이 곳곳에 있다. 드루킹은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정치권에 기생해 있던 존재”라고 말했다.

한편,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커뮤니티, SNS 활동을 이용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 문파(문재인 핵심 지지층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 커뮤니티 활동가 ㄹ씨는 “자기가 출마하고 싶어서 움직이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팬카페에도 있고 트위터에도 있다”며 “마치 자신에게 정치권 내의 빨대(정보원)가 있는 것처럼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15일, 한 문파 커뮤니티에서는 지역 운영진인 B씨가 ‘팬카페 지역대표’라는 직함을 공보물에 넣은 채 광역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일이 있었다. B씨의 출마 소식을 뒤늦게 안 회원들이 “다수의 순수한 팬들을 위해 간판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는 대통령님을 위한 순수 지지 카페가 아니었느냐”는 등의 반응을 남겼지만 B씨는 “다시 제작하는 명함에서 팬카페 직함은 빼겠다”는 답글을 남겼다.

ㄹ씨도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운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스스로를 “대선 경선 현장 때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전쟁을 해왔다”고도 말했다. 그는 드루킹처럼 문재인 지지자를 자처하며 잇속을 챙겨온 이들은 ‘문파’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짜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대통령 사진 걸어놓고 이상한 말을 하거나 함부로 욕을 하는 것”이라며 “자기 목적을 채우려고 활동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문파의 자존심으로 그런 행동을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ㄹ씨에게 ‘당신도 결국 온라인 영향력을 이용해 한 자리 할 거란 말을 들은 적 없냐’고 물었다. 그는 “대통령 지지활동과 부적절한 이권청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리도 정치인과 커넥션이 생긴다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명 정치인들은 아니지만 선거 때라 그런지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만나자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앞으로도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만 활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적 달성 위해 온라인 활용

한 초선의원실 관계자는 직접 이권청탁을 하진 않지만 온라인에서 여론의 힘을 얻어 득세하게 된 이들이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정치권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는 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어준·김용민 등 기존 팟캐스트 스타들이 대거 공중파로 진출하면서 그 빈 자리를 ‘문재인 지지방송’을 자처하는 이들이 치고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경선이 줄줄이 진행되면서 ‘문재인 지지’를 표방하는 팟캐스트들 사이에 다툼도 발생하고 있다. 몇몇 정치인이나 지방선거 후보들은 ‘문재인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친문 커뮤니티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문재인 지지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 ‘정치신세계’와 ‘이이제이’가 세게 한 판 붙기도 했다. (순위가 높은) 팟캐스트 관계자들이 의원을 공격하면 그로 인해 생기는 여론을 무시할 수가 없고 매우 신경이 쓰인다”며 “친문 커뮤니티와 팟캐스트에서 인정 받지 못한 모 의원실의 후원금 상태가 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정치 브로커들의 활약은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 민주당 등 여러 정당에서 보좌관 생활을 한 ㅁ씨는 “제가 겪은 바로는 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의원과 보좌진들이 호형호제하며 수평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민원인들은 의원과 사적으로도 친한 보좌진을 통해서 접근한다”며 “반면 한국당은 의원과 보좌진 사이가 수직적 관계인 경우가 많다. 염동열 의원 강원랜드 청탁사건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나. 브로커들은 정당을 따지지 않고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관계자 ㄱ씨는 “드루킹처럼 들킨 ‘양아치’가 있는 반면 들키지 않은 ‘양아치’들이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정치권 안에서는 출마한 것 자체가 죄라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철 기자>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211447001&code=9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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