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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멀미공포 2> 2차는 맥주집으로 갔다!
게시물ID : panic_983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6
조회수 : 8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05 13: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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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차는 맥주 집으로 갔다.
 
보길도 고향친구들이 놀러와 저녁으로 삼겹살을 푸짐히 먹고 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들은 상필이 구사하는 서울말이 퍼펙트하다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상필이 소속된 조직 성철파에 대해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보스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 스님의 법어 만화책을 중학생 때 소년원에서 읽은 후 조직명을 성철파로 지은 사연도 알려줬다. 살인미수 폭력전과 7범인 성철파 보스 허강배는 이 날 친구들에게 부처님 같은 분으로 추앙받았다.
상필은 어부사시사를 지은 윤선도가 귀양 간 섬, 보길도에서 태어났다. 부모들은 보길도에서 복어양식을 하고 있는데 이 가업을 물려받아 태풍만 잘 피하면 밥은 굶지 않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필이 배를 타지 못한다. 배 멀미는 차멀미와 감히 비교 대상이 아니다. 보길도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완도에 위치한 고등학교 입학식 가는 길이 멀미 고행의 첫 여정이었다.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귀향했지만 상필은 하숙집에 남았다. 누군가 차타고 배타고 고향 갈래? 아니면 특전사 3일 밤낮 천리 행군할래?’ 하고 묻는다면 상필은 찰나의 주저함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보길도 바닷바람도 막아낼 튼튼한 골격으로 일대일 맞짱 싸움을 져본 적이 없는 상필은 귀향 안하고 껄렁껄렁한 선배들과 어울려 다닌 인연으로 현재 성철파 조직원이 되었다. 그렇지만 상대조직 급습을 주로 봉고차로 하는 직업 세계에서 차멀미는 회사 입사에 결격사유였다. 요걸 안 밝히고 입사한 것이다.
맥주에 소주를 반반 섞어 친구들과 호쾌하게 원 샷을 하는데 핸드폰 문자가 왔다. 팀장이 보낸 단체 문자는 - 오늘 저녁 11시 집합 - 허걱! 명치끝이 탁 막혀 왔다. 친구들과 부랴부랴 작별을 하고 고민 끝에 한 가지 꾀를 내었다. 회사에 있는 팀장을 일찍 찾아갔다.
형님, 제가 오늘 현장으로 직접가면 안될까요?”
뭔 소리야?”
오늘 밤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형님
뭔 일인데?”
상필은 불철주야 복어 양식에 종사하고 계신 아버지께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 제삿날입니다
평소 효자로 알려진 팀장이 아버지 제사에 바로 오케이를 해줬다.
집결장소는 수원, 상필은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갖고 지하철을 탔다. 차기 서울 시장 선거는 지하철 노선 확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를 무조건 찍겠다고 생각하는데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다. 곧이어 기계 고장으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부실한 서울시 교통시스템이 상필의 행보에 태클을 걸 줄이야..... 그렇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신도림 역을 빠져나왔다. 서서가면 멀미가 덜 할 거 같아 버스를 타려는데 만원이다. 사람에 사람이 겹쳐 낑낑거리는 모습만 봐도 속이 울렁거렸다. 잠시 후, 얼굴 근육이 마비될 겨울바람에 창문을 활짝 내린 택시 한 대가 달려가고 있었다. 상필이 승차한 택시다. 하지만 이 방법도 멀미를 막아낼 수 없었다. 택시기사를 언제 또 볼일이 있냐 싶어 고해성사를 했다.
아저씨, 멀미 안하는 방법이 있나요?”
택시기사는 직업상 멀미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까 싶어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도 잡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멀미 안하는 좋은 방법 있지?”
그게 뭔가요? 선생님
호칭이 아저씨에서 어느새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직접 차를 몰면 절대 멀미 안 해
기대감에 잠시 정지됐던 멀미에 다시 플레이 버튼이 눌러졌다. 택시 문이 열리고 멀미를 해대는 상필을 행인들은 년말 년시 잦은 송년모임으로 술 취한 사람이 오버이트(Over eat) 하는 걸로 착각했다. 택시로 가는 걸 포기하고 올림픽 경보 스타일로 수원 역에 도착했다 이젠 집합장소까지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다시 택시를 타야만 했다. 그런데 밤 12시를 넘어가니 빈 택시가 오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내게 주어진 호흡 가능한 산소량처럼 심장박동 소리가 압박해왔다. 질식사할 거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 직업정신이 발휘됐다. 승객을 태운 택시 한대가 교통신호에 걸려 멈춰 서있었다. 상필이 다짜고짜 택시 안으로 들이밀고 들어갔다.
지금 뭐하는 거야? 당장 내려!”
특수부대 전우회 마크가 부착된 상의를 입은 택시기사가 호통을 쳤다. 그러나 분노한 헐크처럼 변한 상필이 런닝셔츠까지 벗어 제꼈다. 상반신의 용문신이 꿈틀거렸다.
운전수 양반! 택시가 싸가지 없는 호로새끼 마냥 안 잡혀 부러잉 ~ 나가 말이여, 지금 허벌 나게 바뻐 부리네, 근께 사람 맬 겁시 건들지 말고 그냥 냅두씨요. 확 그냥 척추를 접어 벌랑께, 출발!“
상필이 고향 사투리를 질퍽하게 질러댔다. 여차하면 이 안에서 끝장을 보겠다고 양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팽팽하게 뒤로 잡아 넘겼다. 택시기사의 시선은 오직 전방만 주시했다. 뒷좌석 군인복장의 승객도 묵묵부답,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달리던 택시가 신호등 빨간불에 멈추려 하자 상필이 입으로 운전했다.
그냥 밟아 부려!”
신호위반 택시가 과속단속 지역에서 속도를 늦추려 하자
귓 구녕에 좆 박았냐, 새끼야, 확 그냥 밟아 부려
상필의 명령에 택시가 총알소리를 내는데 멀미가 꾸룩 효과음을 내며 등장했다. 일단 찬바람으로 응급처방을 해야 했다. 상필이 창문을 열며 짜증을 냈다.
히타 끄쇼잉
택시기사의 척척 적극 협조에도 불구하고 상필이 스톱!’을 외쳐야 했다. 차 밖으로 나오자마자 꿱꿱거리며 창자 소화기관까지 식도를 타고 올라온 듯 했다. 상필이 재 승차하려하자 택시가 쌩하고 달아났다. 상필이 차마 글로 남길 수 없는 저주가 담긴 척살의 사투리를 쏟아냈다. 그러다가 무릎이 꺾이며 주저앉았다. 남은 시간은 10, 불굴의 정신으로 일어나 얼빠진 좀비처럼 지나가는 차를 향해 태워 달라고 히치하이킹을 했다. 그러나 어떤 차도 멈추지 않았다. 뛰기 시작했다. 입언저리로 침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꾸역꾸역 흘러나왔지만 손으로 훔칠 힘도 없었다. 그러다가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 자빠졌다. 쫘악 벗겨진 손바닥에서 피가 진하게 흘러나왔다. 일어나야 한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 부르다 죽는 게 소원이라는데 조직폭력배는 죽더라도 현장에서 쓰러져야 했다. 기진맥진, 피와 땀 그리고 눈물까지 흘러나오는 희뿌연 시야에 낯익은 성철파 봉고차가 아스라이 보였다. 5분 지각이다.
상필이 건달 모드로 변환하여 어깨에 힘주고 팔자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벌써 끝났다. 그나마 다행인건 성철파가 상대방 조직을 제압했다. 처음 보는 낯선 놈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카레이서를 꿈꾸는 성철파 봉고차를 운전하는 선배도 무릎을 움켜잡고 같이 뒹굴고 있었다. 오늘도 상필은 싸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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