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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시작
게시물ID : humordata_17550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흙향기
추천 : 2
조회수 : 163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06 07: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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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산성(牛山城)을 공격한 백제군이 고구려의 기병에게 대패한 후 백제조정은 오랫동안 무기력한 슬럼프에 빠졌다. 육년이 지난 546년 어느 날 성왕은 이것을 타개하기 위하여 신하들에게 색다른 제안을 하였다. “우리 이러지 말고 잠시 궁을 비우고 같이 여행이나 갑시다. 이런 때는 여행을 통하여 기분전환을 하여야 하오.”

성은이 망극합니다.” 신하들이 이구동성 없이 만장일치로 동의를 하자 사비궁은 여행준비로 부산하게 움직였다.

 

다음 날 아름답고 기묘한 바위가 겹겹이 둘러싼 계룡의 계곡. 산엔 뻐꾸기 울고 때 아닌 눈보라처럼 버들 솜이 사방에 펄펄 날리고, 녹음이 짙어가는 산봉우리엔 노란 송홧가루가 뿌옇게 날리는 가운데 꾀꼬리가 슬픈 울음을 토하고 있다. 임금과 신하들이 산 정상에 지은 정자에 모여 앉아 맑은 시냇물이 구슬처럼 곱게 흐르는 것을 취한 듯 지켜보고 있다. 드넓은 운해. 산등성이에 걸친 구름을 뚫고 솟아난 산봉우리들이 넓은 바다 가운데 우뚝 솟은 섬들처럼 아득히 보인다.

 

신하들과 함께 여행을 온 성왕이 매혹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오.”

그러하옵니다. 이건 고귀한 대자연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산과 들입니다.”

경들 중에 누가 우리가 본 이 아름다운 산과 들을 소재로 훌륭한 그림을 그려 볼 사람은 없소?”

대왕. 송구하오나 소신들이 우둔하여 대왕께서 이런 그림을 그리라고 하시는 깊은 뜻을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올바른 군자가 없어 그림에도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을 그리게 되오. 산과 물, 소나무와 구름, 해와 달을 그려 변하지 않는 군자의 기상을 나타내는 것 아니겠소?”

하오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옵니까?”

일월오봉도. 하늘에는 영원히 찬란한 해와 어둠 속엔 끝없이 빛나는 달이. 너무 황홀하지 않소. 하하하!”

 

차츰 낙조가 산마루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무지개가 해를 두르고 남쪽 하늘에서 붉은 기운이 올라오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가 아직 하늘에 떠있는 초저녁 해와 달을 동시에 뒤덮는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피바다가 밀려오는 것처럼 신하들과 임금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는 것이었다.

유난히 저녁노을이 붉어 소름이 끼치는구려. 석양이 벌써 닷새나 핏빛으로 검붉게 타올라 온 천지가 피바다처럼 보이고 있소. 전번에 밤하늘을 보니 자미원에 이상한별이 침입하고 갑자기 별빛이 매우 흐려졌소. 왠지 장차 나라의 앞날이 두렵기만 하는구려.”하면서 깊이 탄식했다.

 

170개가 넘는 많은 별들을 거느린 북극성은 밤하늘에서 일 년 내내 항상 볼 수 있는 별자리로 하늘나라 임금이 거처한다고 하는 자미원의 중심이 된다. 그는 잠잠히 자기만 바라만보고 있던 신하들에게 동편하늘에서 백제에 해당하는 별들인 尾星(미성)箕星(기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동쪽에서 붉고 흰 요기가 尾星(미성)箕星(기성)을 침범하는 것이 보이는가?”

,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래. 그것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알겠소?”

잘 모르겠사옵니다.” 신하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모르겠다고 하자 망설이던 연희가 나직이 말했다. “커다란 변란이옵니다. 십여 년 후에 커다란 환란이 백제에 닥쳐올 것입니다. 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참혹한 환란이.”

그것이 어떤 환란이오? 나에게라도 조용히 말해 줄 수 잇겠소?” 그 말에 연희가 임금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송구하오나 천기를 미리 말해선 안 되오니 다른 데서 절대 말하지 마소서. 동남쪽에서 적들이 이 나라에 쳐들어올 것이옵니다.”

허면 왜국? 아니 신라? 설마 가야?”

아마 백제가 생긴 이래 가장 참혹하고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사옵니다.”

 

그러자 묵묵히 듣고만 있던 연모가 숙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왕께서 말씀하신 일들은 상당히 불길한 징조이옵니다. 이는 필시 먼 훗날 우리 백제에 큰 변란이 일어나 나라가 흔들리고 병사들이 숱한 죽음에 휩싸이게 되는 것을 암시한 것이옵니다.” 그 말에 사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사옵니다. 천변은 하늘이 주신 징조이자 무서운 살기이기도 하옵니다. 최근에 하늘에서 내리쏟는 살기는 뱀이나 개미 같은 미물에 직접 옮겨져 자기들끼리 물어뜯으며 싸우다가 새카맣게 죽고 있사옵니다.”

 

근심이 가득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임금. “좋은 날들이 모두 지나간 것 같소. 종말이 보이는 모든 것들은 정말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구려. 만약 저런 무서운 대환란에 대비하여 과인이 예술을 포기함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 같이 아무런 꿈도 꿀 수 없고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암흑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오. 흑흑흑.”

 

그러자 박사 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쉬우시겠지만 이제 대왕께서 결단하셔야 합니다. 먼저 두려움에서 벗어나 하늘이든 땅이든 살기가 나타난 이유를 밝혀 미리 철저히 대비를 하여야 합니다.” 그 말에 다른 신하들이 합창하듯 말했다. “대왕! 환란을 막아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그러자 성왕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옳은 말이오. 이처럼 나라의 앞날이 불길하니 철저히 대비를 하는 차원에서 예인들을 시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훌륭한 그림을 그리게 하시오.”

 

그러자 연희가 나지막이 물었다. “어떤 그림을 말입니까?”

연희의 물음에 임금이 평소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것을 털어놓았다. “일월오봉도. 우리의 일월오봉도가 시간을 초월하여 온 나라의 표상이자 수호신이 될 수 있소.”

그 말에 사연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강력히 반대를 하였다. “대왕. 송구하오나 그것은 그림을 부적처럼 쓰는 것입니다.” 그러자 연희가 정색을 하고 사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의 별들은 신성한 것입니다. 그 존엄한 계시를 잘 받들어나가야 나라가 평안합니다.” 그 말에 사연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던지며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별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 낫지 않겠소?” 그러자 임금이 확신에 찬 얼굴로 또렷이 말했다. “사연. 궁중에 신성한 그림이 붙어있으면 나라가 안정되고 번영할 것이오.”

 

하지만 사연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송구하오나 역시 미신같이 허망한 생각이시옵니다.” 그러자 임금이 애원하는 표정을 보내면서 간곡히 말했다. “나를 도와주시오. 내가 그동안 사랑을 쏟아왔던 예술로 이 나라를 지키고 싶소. 이것이 예술에 대한 마지막 미련이기도 하오.”

그러자 임금의 말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연희가 말했다. “대왕. 그러자면 그것을 그릴 수 있는 자들을 널리 구해서 그리기에 적합한 곳에 보내야 합니다.”

그 말에 임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오. 내신좌평.” 임금의 부름에 좌평 연식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 대왕.”

전내부에 알려 나라 안팎으로 널리 화공을 구하도록 하오.”

알겠사옵니다.”

과인은 온 마음을 다해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을 기꺼이 즐겁게 맞이하겠소.”

연희는 다른 신하들과 함께 임금을 모시고 길을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해가 졌으니 산속은 금방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간신히 산기슭에 내려왔을 때에는 벌써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어두운 하늘엔 별들이 떠올라 아름답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산기슭에 서있는 미루나무에 매어놓았던 말에 올라 궁궐로 돌아보는 길에서 연희가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릴 적 웅진 정안 산성마을에 있던 부친의 별장에서 오랫동안 밤을 지새우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여름날 밤 별장의 마루에 누워 하염없이 바라보는 밤하늘엔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별들이 반짝이며 가깝게 다가왔다. 어린 그녀는 매일 밤 동화 속의 황홀한 환상에 잠겨 밤마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이 되어 별빛이 점점 흐려져 가면 더 이상 영롱한 별들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비로소 하늘에서 눈을 떼고 누우려다가 어지러워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잠들 때도 많았다.

 

밤하늘의 별들은 날이 바뀌고 계절이 지나면서 자꾸만 변하여 갔다. 그럴 때마다 알고 있는 별자리를 찾아보고 별을 세어보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하늘의 움직임에 어떤 신비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변화하여 가지만 그것이 다시 반복되고, 반복되는 것 같지만 다시 변화하여 가는 그것이 우주의 심오한 진리라고 생각되었다.

저 드넓은 우주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좌표를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의 길을 안내해주며 나아가 나라의 앞길을 열어가는 중대한 과업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다. 별과 우주의 운행에 따른 하늘과 땅의 조화가 인간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알고 싶어졌다. 그것을 통하여 나의 삶의 의미를 느끼고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은 그녀는 열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양나라에 유학을 떠났던 것이다.

 

삼년이 지난 후 사비궁엔 활기가 가득 넘쳐흘렀다. 그동안 성왕은 화공들이 나라 곳곳에서 높은 산과 깊은 강을 건너 왕궁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는 신라에서 오는 사람도 있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이사부장군의 아들 영랑이 백제에 온 것이다. 모두들 이 세상에 오직 아름다움을 이룰 수 있는 숭고함을 지닌 나그네들이었다.

임금은 궁궐에 몰려드는 많은 예인들을 보고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당부했다. “과인은 이 자리에 있는 그대들에게 세속의 명리가 아닌 순수한 아름다움을 위해 신명을 바치라고 하고 싶소. 어떤 위험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항상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바라오. 여기 있는 과인도 그대들을 힘껏 도와주고 언제나 함께 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합니다.”

 

다음날 아침 예인들은 사비궁의 정양문 앞에 줄지어 섰다. 우선 먼 거리로 모험하는 사람들이 먼저 출발하기로 순서를 정하였다. 그래서 우선 멀리 동해안까지 갈 예정인 영랑이 깃털을 모자에 꽂은 간소한 화랑의 복장에 역시 말을 타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맨 앞에 보였다. 그 뒤로는 멀리 있는 가야국에 다녀올 계획인 공주가 화려한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말을 타고 있었고 그 수행으로 은솔 사연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 뒤로는 여러 예인들이 제각기 가려는 장소를 정하고 출발할 준비를 갖춘 채 말을 타고 서 있었다.

천문박사 연희는 평소 성복을 입은 채로 말을 타고 공주와 사연 뒤쪽에 줄을 서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성복에 상투를 틀은 남장을 하고 있었지만

여인의 몸으로 홀로 떠나는 것인 만큼 가까운 웅진경내로 장소를 정했다. 게다가 웅진경내에는 수촌마을에 연씨 가문의 재실이 있었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갔다. 마지막으로는 지방에 출장이나 암행을 나가듯 관모를 가지런히 하고 말을 탄 태자와 연모가 맨 뒤에서 출발을 기다렸다. 그들은 가까운 계룡산 기슭에서 산신령의 계시와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월오봉도의 완성, 진정 그것은 나라의 어떤 일보다 훨씬 더 고귀한 일이다. 동방의 평화를 정착할 상징을 세움으로써 백제는 물론 주변국의 평안을 이루는 위대한 과업인 것이다.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예인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여는 성왕. “길을 떠나기 전에 먼저 그대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소.”하고 임금이 말을 꺼내자 웅성거리던 예인들이 숙연해지며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다본다. 그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말을 잇는 성왕. “모든 것은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뿌리치고 외로움에 시달리면서 아름다움에만 몰입해 미친 듯이 그 한을 승화하여 풀어나가야만 훌륭한 예술이 이루어지는 법이오.”

연모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열었다. “그러하옵니다. 대왕. 고독은 예인으로 하여금 오직 아름다움에 전념하게 하여 참다운 예술을 이루는 시공간적 여건을 만들어줍니다. 구석진 곳에 혼자 남아 희망이 없는 자신의 슬픈 현실을 번뇌하고 애처롭게 노래할 수 있도록 하여야 진정한 창조가 이루어집니다.”

연모의 말에 역시 임금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정말 좋은 말이오. 그러니 모든 예인들은 산하를 떠돌며 척박한 환경에서 기거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오.”

잘 알겠사옵니다.”

예인들의 우렁찬 대답에 매우 만족한 임금이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어가며 당부를 한다. “반드시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오. 일월오봉도, 그 성스러운 그림이 이루어지면 천지가 안정되고 세상이 태평해질 것이오.”

죽 늘어선 예인들이 합창하듯 힘차게 외쳤다. “대왕, 이제 다녀오겠사옵니다.”

잘들 다녀오시오.” 예인들이 하나둘씩 정양문을 벗어나 제각기 길을 떠났다. 그것을 축복이라도 하듯 아침 햇빛이 장엄하게 그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우리가 바라는 그림이 언젠가는 반드시 그려지겠지. 일월오봉도가 웅장하고 황홀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앞에 다가설 것이야.”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예인들이 말을 몰고 가는 것을 지켜보던 성왕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왕비 사씨를 바라보니 왕비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다. 분명 공주와 태자가 걱정되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 이 커다란 모험이 끝나는 날 다가올 것만 같은 엄청난 변화가 불안했을 것이다. 순간 성왕은 자기도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인들이 제각기 천지신명께 기도드리고 성화를 그리기 위하여 명산대천으로 떠난 뒤 어느 덧 몇 달이 흘렀다. 하지만 예인들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없다. 날이 갈수록 태자와 공주, 다른 모든 예인들을 향한 임금의 근심은 깊어만 갔다.

세월이 흐르고 이윽고 예인들이 맥없이 풀죽은 표정으로 하나 둘 돌아왔다. 예인들은 위대한 그림도, 처절한 고행 끝의 깨달음도 얻지 못했다. 삼국 곳곳의 명산대천에 가서 붓도 잡아보지도 못한 사람들도 부지기수였고, 간신히 붓을 손에 쥔 이들도 성스런 그림을 조금 그리다가 집안걱정과 외로움에 도중하차한 이들뿐이었다.

예인들이 위대한 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곳을 찾아 드넓은 벌판과 험난한 산악을 헤매었지만 마음을 잡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영상을 붓에 담아 그림을 그릴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산 속 깊이 들어간 어떤 예인들은 뱀과 호랑이에게 물려 죽거나 굶주려 지쳐 쓰러져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이번 모험의 핵심인물인 태자와 공주, 연희와 연모와 영랑이 아직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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