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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data_1755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흙향기
추천 : 1
조회수 : 11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10 19: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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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영랑은 여장하면 여인들의 세계로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남녀의 구분에 얽매여 답답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여장하면 여인들의 향기에 묻혀 마음껏 눈을 맞출 수 있었고 함께 손을 잡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러고 싶어도 탄로날까봐 냇가에서 같이 목욕할 수는 없겠지만.

 

계룡산 기슭 숲속에서 평소 가지고 다니던 여인의 저고리와 치마로 갈아입은 영랑이 말을 타고 부자가 없지만 산신령의 보살핌으로 흉년이 들지 않는다는 복된 마을 상신리에 도착하였다. 거기엔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마을 한편에 죽 늘어서 있었다. 영랑이 말에서 내려 다가가니 가마의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연기가 사방으로 쫙 퍼지더니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며 영랑을 휩싸고 하늘로 높이 솟구쳤다.

 

영랑이 깨어났을 때 커다란 외침소리와 함께 무엇이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에잇!” “쨍그랑!” 그곳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 속이었다. 불이 꺼진지 얼마 안 되었나 가마 속에 온통 후끈한 열기가 아직 잔뜩 남아있었다. 영랑의 눈앞에 있는 사내는 도끼를 높이 치켜들고 몽롱한 눈으로 자신이 만든 자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궁이에선 아직 타다 만 장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흑흑!”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길로 연기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던 그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흐느꼈다.

 

그가 결연한 표정으로 높이 쳐들은 도끼자루에 힘을 준 순간 영랑이 달려들어 그의 두 팔을 거세게 붙잡았다. “!” 도끼가 맥없이 가마바닥에 떨어지며 그의 몸도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구슬픈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흐흑! 흑흑!” 영랑이 그의 옆에 살며시 다가가 어깨를 부여잡고 조용히 말했다. “왜 이 귀한 도자기를 깨버리려고 합니까? 도자기가 선생께 무슨 원수라도 진 일이 있습니까?”

그러자 그 사기장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영랑을 쳐다보면서 울먹이면서 말했다. “저 연기 속에 왜군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내 여인이 보여. 내가 왜 저들을 위해 나의 혼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 절대 만들 수 없어.”

저는 잘 모르는 일이니 그 기막힌 사연 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삼평. 그는 공주 계룡산 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도자기를 굽는 가난한 천민농가에서 셋째로 태어났다. 임진왜란으로 아버지와 동생은 왜군에게 참살당하고 형과 누나는 납치당하였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고향을 떠나 남원 만복사에서 도자기수련을 받았다. 정유재란 때 격전지가 된 남원을 피하여 운봉에 갔다가 왜군병사에게 붙잡혀 사기장(도자기 장인)이었기에 다행히 죽음을 당하지는 않고 일본에까지 끌려와 다쿠에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시련과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연인 이화. 삼평이 다쿠에서 어엿한 사기장으로 인정받아 연회장에 초청되었을 때 그녀는 일본에 끌려와서 무희가 되어 있었다. 학봉리의 마을에서 해맑고 즐겁게 웃던 소녀 이화는 이제 그윽한 눈매에 우수가 깃든 처녀가 되어 다른 일본 여인들과 함께 연회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삼평의 앞에서 그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북과 피리소리에 맞추어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가 공연을 마친 후 엔쓰지라는 절에 쉬러 갔을 때이다. 밤이 깊어지자 삼평은 친구 원진과 같이 절의 요사채에 쉬고 있는 그녀를 몰래 불러내어 다시 만난 것을 몹시 기뻐하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절을 지키던 일본병사에게 들켜 그녀는 오빠 원진과 함께 그곳에서 무참하게 살해되었다. 절망에 빠져버린 삼평에겐 터전을 닦은 다쿠에서의 추방이 명령되었고, 우연히 학봉리와 풍경이 비슷한 이곳 아리타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숙연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영랑이 삼평에게 나직이 말했다. “그 슬픔의 한을 도자기에 나타내어 보세요. 그 분노와 눈물을 선생님의 작품에 쏟아 부어 보세요.” 그러자 삼평이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왜 내가 그렇게 해야만 하나? 살아남기 위해서? 아냐! 난 죽고 싶어. 이대로 저 가마불속에 뛰어들어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 말에 영랑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다시 생명의 불꽃을 피워보세요.” 그러자 삼평이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크게 울부짖었다. “흐흑! 흑흑! 왜 나의 가족, 나의 사랑을 앗아간 그들에게 나의 혼이 깃든 것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거야?”

 

영랑이 삼평을 지그시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저들도 이제 막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시면 그 끔찍한 전쟁 대신 도자기를 통해 문화를 향상시키고 무역을 발전시켜 부를 쌓아가는 행복한 세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내가 왜 예술혼을 불태워 원수의 나라 일본이 잘 살 수 있도록 해야만 하는 거지?”

그것은 당신의 조국 조선에서도 필요할 것입니다. 싸움에 찌든 과거의 일본 대신에 문화와 예술에 마음을 쏟는 미래의 일본이 조선의 앞날에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영랑의 끈질긴 설득에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된 삼평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사라져버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내 사랑을 그리며 꿈꾸며 나의 혼을 여기에 바쳐야 하는데.”

그러자 영랑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당신의 연인이 되어 드리겠어요. 자기를 만드는 것도 옆에서 도와드리겠어요.”

그러자 놀라 눈이 커다랗게 된 삼평이 감격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 내 사랑이 되어 주는 거야? 흑흑! 고마워. 정말 고마워.” 영랑이 가슴을 펴고 명랑한 얼굴로 삼평을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이제 선생님의 사랑스런 연인이 된 저를 마음껏 바라보시고 마음을 잡아보세요.”

내가 지금 한번 꼭 껴안아 봐도 될까?”

얼마든지요.”

 

감쪽같이 여장한 영랑의 품에 포근히 안긴 삼평은 그날부터 아름다운 그를 모델로 도자기의 몸체를 구상하여 보면서 슬픔을 잊어나갔다. 그는 석영질의 도석을 부수어 잔모래로 만들고 물에서 걸러 가루로 만든 후 물을 더하여 반죽을 한 후 정성스럽게 빚기 시작했다. 멋진 도자기가 여러 개 만들어지고 말려지자 이제 불 때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아직 굽지 않은 도자기를 가마 안으로 들고 온 삼평이 영랑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봉통에 불 좀 피워줄 수 있어?”

알았어요. 하지만 어떻게 피워야 하는 거죠?”

먼저 가마 아래쪽을 보면 봉통이 있을 거야. 거기에 장작을 조금씩 넣어 불을 때 가마 속에 자욱한 수분을 증발시켜 주어야 해.”

, 선생님.”

그 다음엔 봉통에 장작을 더 집어넣고 아궁이와 불보기 구멍은 막은 상태로 공기를 충분히 공급하여 불을 피워 줘.” 영랑이 삼평의 말대로 따라하니 가마 끝의 연기구멍에서는 흰 연기가 올라가면서 장작이 잘 타올랐다.

 

그때 삼평이 불을 때고 있던 영랑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이제 불 때기를 그만하고 유약 좀 가져와.” 그 말에 영랑이 유약이 담긴 항아리 서너 개를 조심스럽게 들고 와서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러자 삼평이 가마를 가리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상하게 말했다. “가마가 식거든 도자기를 꺼내와. 꺼낼 때 손을 대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 말에 영랑이 익살스런 표정을 보내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설마 또 깨부수려는 건 아니지요?” 그 말에 삼평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냐, 절대 아냐. 네가 여기에서 나를 위해 있는데 내가 또 그렇게 하겠어?”

 

영랑이 초벌구이를 한 도자기를 꺼내오자 삼평이 도자기의 표면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삼평이 생각하기에 아리타는 산의 모습도 바위도 계곡도 계룡산의 아담한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머나먼 서쪽하늘 너머로 계룡산의 하늘 아래 물결치는 듯 보였던 구름까지도 이곳 하늘의 구름과 너무나 닮아보였다. 그는 고향 계룡산 기슭 학봉리의 아담한 산봉우리와 구름과 금강물결까지 무늬로 넣어 파란 돌로 그린 후 유약이 담긴 항아리에 여러 색상의 유약을 섞어 조심스럽게 칠해나갔다.

 

유약을 다 칠한 삼평이 다시 영랑에게 말했다. “이제 아궁이에 짜 넣은 벽돌을 꺼내 다음 장작을 넣고 벽돌로 다시 막아 줘.”

유약을 발랐으면 다 끝난 게 아닌가요? 왜 다시 불을 때야 하나요?”

아까 회회청도석이라는 파란 돌로 내 고향 계룡산을 그렸어. 불을 때 자기를 구우면 그림이 푸르게 나타날 거야. 이 파란 돌은 자기에 남빛 무늬를 넣을 수 있어.”

다시 구워져 나오면 정말 아름답겠네요.”

그럼. 파란 돌로 그린 청화는 불기운에 녹자마자 푸르게 색을 나타내가면서 바탕 빛은 푸른빛을 띤 흰색이 되지. 유약도 녹아서 단단해지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거야.”

 

영랑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키는 대로 불을 때니 가마의 온도가 더욱 올라가면서 굴뚝으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런데 아궁이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을 바라본 삼평이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 살려줘.” 분명 비참한 전쟁의 상처이리라. 마지막 단계에 온 입장에서 꺾이면 안 된다. 그런 판단이 선 영랑이 삼평을 단단히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예요, 선생님. 우린 사랑하잖아요.”

 

한참동안 우두커니 영랑을 바라보던 삼평이 정신을 차린 듯 몸을 떨면서 말했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마지막 불 때는 건 잘 되고 있는 거지?” 영랑이 잔잔한 눈빛을 보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재벌구이가 무사히 끝나자 삼평이 긴장된 눈빛을 보내면서 영랑을 불렀다. “이제 가마가 충분히 식거든 나와 함께 나의 혼이 깃든 작품을 꺼내보자고.” 드디어 영랑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삼평은 산화철로 그림을 그린 우아하고 신비로운 철화 분청사기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삼평이 가마에서 분청사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두드려보니 찡하고 맑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계룡산 출신 조선인 이삼평에 의해 일본 최초의 백자가 탄생한 것이다. 그것을 본 영랑이 기분 좋은 얼굴로 나직이 말했다. “정말 소리가 좋은데요. 저도 한번 두드려보고 싶네요.” 영랑이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다시 맑은 소리가 가마 안을 청아하게 울렸다. 도자기의 신비롭고 은은한 무늬와 광택에 반한 영랑이 신라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그동안 단순한 빛깔과 모양의 토기밖에 못 보았는데 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그 말에 삼평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내며 물었다. “자네 어디 살다가 온 거야? 설마 그 옛날 삼국시대에 있다 온 건 아니지?”

삼국이라는 말에 영랑이 반가워하며 말했다. “맞아요. 신라에서 왔지요.”

어허! 얼굴도 예쁜데 농담도 잘하네.”

정말이에요.” 영랑이 아무리 사실이라고 말해도 당연히 믿기지 않는 삼평이 허허 웃기만 한다.

 

영랑이 화제를 돌려 삼평의 속을 떠보았다. “이렇게 잘 만드는데 그리운 고향에 돌아가 사시지 않겠어요?” 그러자 삼평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영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향에선 천민신세야. 배도 고프고 무시당하는데, .”

만약 고향으로 가고 싶다면 같이 환계를 벗어나서 백제로 데려가 주고 싶었다. 같이 가지 못하고 어차피 여인행세를 한 것이 탄로가 나서 헤어질 바에는 삼평이 만든 도자기를 하나라도 얻어가고 싶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영랑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 선생님?

그러자 연인을 자청한 영랑이 사랑스러운 삼평이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 뭐든지 말해봐.”

 

그러자 영랑이 마침내 결심한 듯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를 사랑한다니 도자기를 하나 주실 수 없나요?” 그 말에 궁금해진 삼평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린 연인이라고 했잖아. 앞으로 같이 살면서 이것들을 얼마든지 사용할 텐데 따로 필요할 게 뭐 있어?” 그러자 영랑이 수줍은 듯 몸을 비비 꼬면서 말했다. “그래도 따로 하나 가지고 있고 싶어요.”

그 말에 삼평이 미안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안 돼. 잘 알겠지만 그건 내 혼이 깃든 작품이야. 그리고 자네하고 내가 혼례를 치루고 부부가 된 것도 아니고.”

 

영랑은 아무리 같은 사내라 하더라도 같이 고생을 하여 이룩한 훌륭한 성과를 나누어 주지 않는 삼평이 야속했다. 더구나 연인이라고 선언하고 그의 상처와 마음을 치유하여 오지 않았던가. 그가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감추면서 삼평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저는 이만 여기를 떠나렵니다.” 그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커다란 충격을 받은 삼평이 다급히 영랑의 옷소매를 잡으며 말렸다. “조금만 기다려봐. 이번에 만든 것들은 이곳 영주께 진상할 것이야. 새로 만들어 줄 테니 며칠만 기다려 줘.”

 

그러자 영랑이 삼평의 손길을 매정하게 뿌리치며 말했다. “가보아야 해요. 잘 지내세요.” 영랑이 터벅터벅 가마의 문 쪽으로 걸어가자 삼평이 얼른 문 앞을 가로막고 애원을 하였다. “내 말을 믿어줘.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하지만 이곳에 더 머무르다가 자기가 사내인 것을 삼평이 알게 되면 얼마나 실망이 될까. 그러면 삼평은 삶의 구심점을 잃고 다시 방황할 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철화 분청사기라는 위대한 성과를 이룩하여 전과는 달리 빨리 안정될 수도 있다. 하여튼 영랑 자신이 여인이라고 믿는 상태로 삼평에게 커다란 실망대신 아련한 아쉬움을 주고 사라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가마입구를 삼평이 가로막고 있으니 거기로는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 아궁이에 들어가 밖으로 이어진 굴뚝으로 달아나자. 그런 생각이 머리에 스친 순간 영랑은 가마 안으로 굴뚝을 찾아 뛰었다. “거기 서! 거긴 위험해.” 소스라치게 놀란 삼평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따라왔다. 앞에선 아직 식지 않은 아궁이에서 연기가 조금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잠시 주저한 영랑이 괜찮으려니 하고 아궁이에 뛰어들었다. “! 뜨거워.” 금방 영랑의 치맛자락이 불에 타올랐다. 그가 온몸이 불타는 듯 격심한 뜨거움을 느낀 순간 삼평의 비명이 귓가에 아득하게 들려왔다. “! 가지마.” 영랑이 아궁이에 뛰어들자 불길이 거세게 솟구치더니 그를 하늘 높이 올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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