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손가락으로 애써 박아 넣은 보름달이 내려앉아요 이 지구가 우주의 난간이라면 나는 지금 펄럭이는 하얀 빨래의 위치에 서 있죠 정이 들도록 오래 머물지 않고 빨래를 걷어 쉽게 떠날 수 있다니 한참이나 기쁘죠
토요일엔 지도를 펴 보겠어요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후엔 꼭 필요한 것만 배낭에 넣고서 다른 생으로 넘어가야죠 이 지구가 우주의 간장 종지라면 오늘은 저 별들을 찍어 먹을래요 이 지구가 우주의 눈물 한 방울이라면 오늘은 우산을 쓰고 초원으로 가야죠 표범을 타고 날뛰며 새로 산 초록 머플러를 휘날려야죠
아 ─ 입을 벌린 먹장구름이 지구별 세척을 마치고 가는 새벽 주인집 아주머니가 가마니 속 젖은 콩들을 테라스에 쏟아놓고 말려보며 별 하나에 콩 하나와 콩 하나에 추억 하나를 세어 봅니다
토요일엔 아주머니 식구처럼 키워온 양들을 팔러 시장에 나가보세요 제일 어린 양 한 마리는 남겨 두세요 그날 저녁은 새끼 양고기 바베큐로 파티를 열어주세요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으며 늑대처럼 씩씩하게 뜯어 먹게요
일요일엔 치즈를 말리러 지붕에 올라가겠죠 이 지구가 우주의 도시락이라면 치즈 한 덩이는 지도에 싸서 배낭에 넣고 떠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