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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선언 18주년, 그리고 먼저 그 길을 간 분들을 생각하며
게시물ID : sisa_10780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6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16 08:41:38
한국과의 열 여섯 시간의 차이로 인해, 저는 이곳 시애틀에서 하루를 더 젊게(?) 삽니다. 지금 제가 점심을 먹고 있는 시간은 한국에선 새벽 네 시 반이 조금 넘었을 시간. 이곳 시간으로는 오늘이 6월 15일입니다. 

18년 전 오늘, 김대중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뜨거운 포옹을 했고, 그 장면은 정말 커다란 감동, 또 충격을 안겨 주었었습니다. 그 당시도 이미 분단 반 세기가 넘어가 있던 상황, 그리고 한국전 발발 5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때였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분단과 반공의 이데올로기가 훨씬 강했을 때, 남북 두 정상의 첫 만남은 말 그대로 거대한 감동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북의 양 정상은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그때까지의 남북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이미 그때 첫 합의를 했습니다. 교류를 통한 신뢰의 확산, 그리고 현안들에 대한 조속한 해결들, 더 나아가 남북 정상의 상호 방문 등이 결의됐습니다. 그것이 벌써 18년전에 이뤄졌던 일입니다. 

그리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닦아 놓은 이 길을 정말 마음을 다 해 따라갔습니다. 6.15 선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10.4 선언으로 보다 구체화됐고, 만일 이를 통해 개성공단이 계속 확대되고 교류가 확산됐다면, 지금의 남북관계는 훨씬 달랐을 것이고 북이 굳이 핵개발에 그렇게 목매달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아직도 우리가 북에 개성공단 등을 통해 자금을 보내준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분들도 있는 줄로 압니다. 하지만 북의 핵개발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던 것이고, 남북관계가 그때 설정했던대로 잘 굴러갔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핵을 통한 외교를 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 위대한 시작이 18년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놓은 길로서 시작됐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어서 그런지,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그리고 보니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그 분이 꿈꿨던 전국정당의 꿈을 참 늦게서야 이뤘군요. 지난 이명박근혜 9년동안의 시간이야말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그것을 통한 경제 발전 등을 위해서는 분명 잃어버린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촛불혁명을 통해 눈을 뜬 시민들은 그렇게 시간을 허송하고 남북의 평화관계를 틀어 온 이들에게 회초리 정도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년 후 총선 때, 보다 확실하게 심판을 해 주셔야 할 듯 합니다. 

길을 걸으면서 가끔씩 눈물을 훔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의 두 번의 만남이 겹쳐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엊그제 있었던 남북간의 군사회담에서 봤듯 아직도 냉전 사고에 쩔어 있는 군이라던지, 봉건적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 사법부라던지, 독재 시절에 편법을 통해 성장하며 스스로를 특권 계급으로 만들어버린 재벌이라던지를 보면서 패배주의와 오히려 그들을 미워하면서도 더 그들같이 변해버린, 그들의 가치관을 체화시켜 버린 우리 안의 잘못된 의식이라던지, 우리가 뛰어 넘고 치워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러나 촛불 혁명이 깨운 우리 안의 의식은 이제 조금씩 조금씩 더 깨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평화의 시대를 위한 장정의 첫 문을 열었던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했던 노무현 대통령... 유난히 두 분이 많이 그리운 날입니다. 하늘에서 이 분들도 지금;파란 나라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을 보며 웃음짓고 계시겠지요. 아, 또 울컥 하는군요. 이제 점심시간 접고 길로 나가야 하는데.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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