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우는 겁니까?" 정환은 처음으로 황씨를 만류하고 싶은 생각이 치밀었으므로 더듬거리며 첫마디를 꺼내놓았다. 우거진 진달래 나무들을 바라볼 때마다 정환은 막연한 향수와 기쁨을 느끼곤 하였던 것이었다. 그것은 곧 봄이 오리라는 생각, 봄이 와서 이 마당에도 붉은 꽃들이 만발하리라는 단순한 충만감이었다. 황씨는 충혈된 눈으로 정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몸에서 엷은 술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오랜 침묵 뒤에 황씨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보기 좋잖소." 그랬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관목들은 농염한 불길을 섞으며 서로의 몸을 애타게 핥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