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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침공했다 2화 (외계공포소설)
게시물ID : panic_987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폭풍처럼쓰자
추천 : 10
조회수 : 11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25 20: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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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현민은 어이가 없었다. 일수가 계속 말했다.

“예감이 더럽습니다. 아무튼 전 당장 집으로 가서 밖에 안 나올 거니까 그렇게 아시죠. 씨발, 뭐 저 새끼들이 저렇게 떼거지로 장난으로 왔겠습니까?”

“씨발? 이 새끼가... 너...”

현민이 뭐라 하려는데 전화가 뚝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를 해도 일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자식이 재수 없게. 뭔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누구는 지금 안 불안해서 여기 앉아 있는 줄 아나?

 

다만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일수의 말은 맞았다. 사무실 분위기는 내내 어수선했고 업무에 집중하는 직원은 없어보였다. 모두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새로운 소식이 없나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보고 있는 듯 했다.

현민의 팀장은 오전 내내 모습을 안 보이다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왔다. 현민에게 ‘나 없는 동안 잘 하고 있었지?’라는 듯한 의미로 손짓을 까딱하고는 자기 자리에 앉아 서둘러 주식을 처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눈치를 보니 아침에도 그 문제로 바빴던 모양이었다. 다른 두 직원이 안 온 것에 대해 현민이 보고할 때도 시선은 컴퓨터에 꽂혀 있었다.

“또라이 같은 것들... 회사가 장난이야? 팀장인 나도 애사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에 나왔는데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들이... 하여튼 젊은 새끼들이 깡도 없고 근성도 없고... ”

아마도 팀장급까지는 회사에 반드시 출근해서 팀원들을 챙기라는 지시가 있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저 팀장이 이럴 때 회사에 나올 리가 없었다.

 

얼마 뒤 마침내 주식문제를 다 해결했는지 여유가 생긴 팀장이 의자 목받이에 목을 기댔다. 이 새끼는 평소에도 할 일이 없었지. 현민은 생각했다. 팀장은 짐짓 바깥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척 목과 손을 우드득 꺾으며 진석을 바라봤다.

“진석이, 쫄고 있나?”

“네? 아닙니다.”

진석이 등을 쫙 펴고 대답했다.

“그래, 쫄 필요가 하나도 없어. 위기를 기회로 보라고.”

팀장은 진석이 옆의 비어 있는 일수 자리를 가리켰다.

“이럴 때 회사에 자리가 비면 열심히 해서 그 자리로 올라가면 되잖아. 안 그래?”

“네, 그렇습니다.”

“걱정 마! 쫄지 마. 아무 일도 안 생겨. 저것들, 금방 몰살당할 거야.”

팀장은 호기롭게 말하면서 현주와 현민을 바라봤다. 이제 와서 팀원들을 챙기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팀장은 그러고 나서 외근을 나갔다 오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현민은 팀장이 외근 나갈 일이 없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따져 묻진 않았다.

 

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현주와 진석은 둘 다 점심생각이 없다고 했다. 현주는 계속 불안해했다. 그래서인지 입맛이 없다고 했고, 진석은 아침을 잘못 먹었는지 배가 더부룩해 먹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원래 평소에도 점심을 잘 챙겨먹지 않았던 현민은 기왕 이렇게 된 거 점심을 거를까 생각하다가 비상사태가 생길지도 모르니 뱃속을 비워두면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현민은 회사 건물 일층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고 현주와 진석을 주려고 우유와 카스테라를 두 개씩 샀다.

 

점심을 먹고 계단으로 올라오며 현민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밥 먹었어?”

“놀라서 밥은 무슨. 아유... 이게 무슨 일이니... 도대체... 너는 회사 아무 일 없어? 보니까 너희 회사에도 가까이 있던데...”

“아무 일 없으니까 걱정 말아. 엄마, 혹시 모르니까 입맛 없더라도 밥 든든히 먹어둬야 돼.”

“그래, 알았어.”

“계속 티비 보고 있어. 새로운 정부 지시 나오면 따르고, 알았지.”

“응. 알았어.”

 

현민은 사무실로 돌아와 우유와 카스테라를 현주와 진석, 각자의 책상에 툭 던졌다. 이게 뭐냐는 물음을 눈에 담은 현주와 진석이 현민을 올려다봤다.

“입맛 생기면 먹어둬. 진석이 넌 배 괜찮아지면 먹고.”

현주가 말했다.

“전 괜찮아요.”

“먹어둬. 혹시 모르잖아.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현주의 동공이 흠칫 놀란 고양이처럼 두 배는 커졌다.

“불길하게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불길하다고 최악의 상황을 외면하고 있을래? 입맛으로 먹는 게 아니야. 최악의 상황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우는 거지.”

현주가 현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끄덕 했다.

 

사람들은 점심을 먹으며 뭔가 상황이 진전되길, 그 비행물체의 정체라도 밝혀지길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비행물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군 병력은 계속 대치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1시에 공수부대가 헬기에서 레펠을 타고 비행물체의 윗부분에 강하하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지만 그들은 비행물체의 정체를 밝혀낼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다. 공수부대가 검은 구 표면에 내려앉아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으며 살피는 것을 사람들은 조심스레 지켜보았다. 에일리언 같은 게 갑자기 공수부대원들이 발을 디디고 있는 표면 안에서 튀어나와 공격하는 건 아닐까 지켜보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결국 부대원들은 검은 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어떤 입구도 찾지 못했다. 비행물체는 이음새 없이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었다. 부대원들은 어떤 물질인지 알기 위해 조심스레 검은 구 표면 샘플을 떠내려고 했으나 재질이 너무 단단해 애를 먹었다.

 

2시가 되었을 때 직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현주가 직원들의 반응에 핸드폰으로 뭔가 검색하더니 걱정스런 얼굴로 현민에게 말했다.

“대리님... 군대가 선제타격한대요.”

 

현민은 얼른 인터넷 창으로 뉴스를 틀었다. 뉴스 속보로 미국과 중국이 결국 이 사태를 외계지적생명체의 침공으로 규정, 비행물체에 선제타격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들이 밝힌 선제타격 시간은 오후 4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선제타격을 하자는 메시지였다.

현민은 창밖의 검은 구를 바라보았다. 진짜 일수 말대로 타격했다가 저게 폭발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기계가 아닌 생물체 같은 검은 구에게 그 정도의 화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공격을 한다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공격이 더 어울려보였다.

 

진짜로 뭔가 일이 나겠다 싶었는지 현주는 책상 위에 놓아놨던 카스테라를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10분 뒤 대한민국도 선제타격에 동참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바로 몇 분 뒤 창밖으로 경계경보 사이렌이 들리면서 확성기 방송이 흘러나왔다. 4시에 비행물체에 대한 전국적 동시타격이 있을 것이고 타격과 동시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러니 모든 국민은 가까운 대피소나 건물 지하로 대피하여 다음 지시를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 대피하면서 식수와 비상식량 등등을 챙기라는 말도 이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민은 혹시 모르니 현주에겐 탕비실로 가서 손님 접대용 초콜릿과 쿠키를 챙기고 진석에게는 냉장고에 있는 음료들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현민은 사무실 한 쪽에 놓여있는 무릎담요를 여러 개 챙겼다.

다른 직원들도 일어나 허둥지둥하며 자기 주변을 둘러봤다. 여직원들은 자기 텀블러를 챙겨 거기에 정수기 물을 받았다.

 

계단으로 지하주차장을 향해 내려가며 현민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여러 직원들도 계단을 내려가며 자기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끊겼다.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도 먹통이었다. 핸드폰에 표시된 신호강도 단계가 약했다. 그러다가 한 단계 남아있던 신호세기 마저 없어지고 엑스표로 바뀌었다. 통화량이 많아서 통신상태가 불량한 것 같았다.

현민은 지하주차장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다음 어머니에게 전화하기 위해 1층으로 올라와 전화를 계속 걸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어머니와 통화할 수 있었다.

“엄마, 방송 들었지?”

“응. 지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야.”

이미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는지 어머니 목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안전한 곳이야?”

“나도 막 회사 건물 지하 내려왔어. 엄마, 비상식량이랑 물 같은 거 챙겼어?”

“응, 챙겨왔어.”

“그럼 방송 들으면서 지시 따르고 절대 나가지 말고 있어. 알았지?”

“그래. 알았어. 너도 조심해라.”

 

전화를 끊고 다시 지하로 내려오니 선제타격 1시간 전이었다. 사람들은 지하주차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각자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방송국용 촬영드론이 군대가 배치된 전경을 비장하게 훑고 지나갔다. 모두 잔뜩 긴장을 한 채로 시간만 계속 체크했다.

그런데 선제타격 19분을 남겨두고 검은 구가 갑자기 낙하하기 시작했다.

 

아래로 떨어지는 검은 구에 군대는 서둘러 사격을 했다. 포탄을 여러 발 맞아 검은 구 주변에 화염이 터졌고 연기가 피어났다. 지름 300미터의 거대한 검은 구는 떨어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큰 빌딩과 작은 건물들을 작살내며 그 자리에 뭉개고 앉았다. 여러 번의 천둥이 한 번에 몰아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연기가 자욱하게 그 주변에 피어올라 검은 구의 모습을 가려 상황파악을 힘들게 만들었다. 군대는 일단 포격을 멈췄다.

 

지하라서 그런지 통신상태가 불량해 영상이 자꾸 끊겼다. 직원들은 모두 그나마 영상이 나오는 핸드폰에 팀 단위로 모여서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잠시 기다리는 와중에 현민은 다른 지역의 상황을 찾아봤다. 대한민국 곳곳의 상황은 비슷했다. 검은 구는 동시에 떨어졌던 것이다. 외신을 확인한 결과 해외의 다른 검은 구들도 동시에 낙하한 걸로 밝혀졌다.

 

그 사이 서서히 연기가 가라앉고 검은 구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얼핏 봐도 검은 구는 포격에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멀쩡해 보였다. 다만 공중에 떠 있었을 때는 구슬 같은 구의 모양이었는데 지면에 떨어진 지금은 호빵처럼 거의 반구형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안에 물이 차 있는 거대한 물풍선처럼 탄력이 있었다.

다시 군대의 2차 타격이 이어졌다. 또 다시 화염과 연기가 검은 구 주변을 에워쌌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검은 구는 역시 멀쩡해 보였다. 군은 검은 구가 어떤 반응을 보이길 기다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뭐야... 포탄이 소용이 없잖아?”

직원 한 명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 한 명의 탄식만이 있었을 뿐, 사람들은 현대병기가 이토록 무용지물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느라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

 

 

군 병력은 포격이 먹혀들지 않는 모습에 동요했지만 얼른 다음 계획을 실행했다. 포격 후 잠시 대기한 뒤 보병들을 실은 군용트럭들이 검은 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검은 구를 향해 달려가는 보병들은 가까이 갈수록 이 괴이한 미확인물체에 압도되어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검은 구는 거대한 돔을 연상케 했다. 야구 돔경기장이 네 개 정도는 들어가도 될 정도의 크기였다. 군용트럭의 한 군인은 생각했다. 북한군과 싸우다가 죽는 상상은 해봤어도 이런 외계생명체와 싸우다가 죽는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다. 오늘 아침만 해도 군 생활의 반을 넘겼다고 좋아하며 전역 후에 뭘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니.

 

검은 구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공병대가 앞서서 검은 구의 외벽을 뚫기 시작했다. 외벽은 단단하고 두께가 엄청 두꺼웠다. 각종 장비를 동원해서 장장 40분의 정도의 시간을 들여 드디어 사람과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가로 2미터 높이 2미터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특수임무를 맡은 대원들은 방독면과 방호복전투차림으로 긴장한 채 구멍 앞에 서 있다가 구멍이 다 뚫리자 소총 손잡이를 꽉 쥐었다.

 

얼핏 보이는 구멍 안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2개 중대, 총 300여 명의 병력들이 구멍 앞에 섰다. 1개 중대는 구멍을 주위로 넓게 퍼져 포위하고 있었고 1개 중대는 소대 별로 구멍 앞에 나란히 도열했다.

“1소대 진입한다.”

중대장이 구멍 옆에 서서 지시하자 병사들이 하나 둘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이 검은 구체를 이루는 외벽의 두께만 10미터 정도 되었으므로 병사들은 외벽에 뚫린 구멍을 통과하며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미지의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 신화 속 동굴 속으로.

 

외벽에 뚫린 구멍의 통로가 끝나고 드넓고 트인 안 공간이 나왔다. 고요했다. 빛이 벽에 가 닿아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뻥 뚫린 공간이었다. 병사들은 소총에 부착된 라이트로 어둠을 비추어가며 안을 살폈다. 안에 뭔가 있을까 긴장하며 한발 한발을 조심조심 내딛었다. 상상력 좋은 어느 병사는 갑자기 위에서, 아니면 옆에서 뭔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괴물 같은 것들이 툭 튀어나와 병사들을 난자할 것 같은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사방을 비추어도 이 자그마한 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없었다.

 

어느새 40여 명의 1개 소대 병사들이 전부 진입을 했고 사주 경계를 해가며 계속해서 조금씩 앞으로 진출했다. 이 검은 구의 예상 크기는 지름 300미터 정도. 이제 구멍에서 거의 100미터는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무언가 나타난 것도 없이 텅 빈 공간이었다. 안에 분명히 뭔가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을 텐데... 1소대장이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병사들 앞에 뭔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명체는 아니었다. 거대한 기둥이었다. 병사들은 전부 하나같이 라이트로 모습을 드러낸 구조물을 비췄다. 이 큰 검은 구 내부를 지탱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큰 기둥이었다. 병사들은 기둥을 올려다봤다. 기둥의 50m 위의 부분에 또 하나의 구가 있었다. 이 비행물체의 심장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소대장이 저게 무엇일까 목이 떨어져라 위를 쳐다보고 있을 때 병사 한 명이 외쳤다.

“소대장님, 여기 뭔가 있습니다!”

병사는 더 나아가 기둥 너머에 서 있었는데 바닥을 라이트로 비추고 있었다. 소대장과 다른 병사들이 모두 그쪽으로 달려갔다. 가까이 가서 보자 병사가 비춘 바닥에 폭이 3미터 정도 되는 원형 구멍이 뚫려 있었다.

 

소대장은 구멍 안을 라이트로 비췄다. 구멍은 몇 미터 간 수직으로 쭉 내려가다가 어둠에 가려 그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소대장은 구멍의 가장자리에 가까이 서서 쪼그리고 앉아 수직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구멍의 벽면을 라이트로 비추고 자세히 내려다봤다. 벽면은 매끄럽지 못했고 거칠었는데 온통 날카로운 이빨자국들로 가득했다. 이빨의 크기가 사람보다 작은 걸로 봐서 아주 큰 생물은 아닌 것 같았다. 커다란 무언가가 한 번에 뚫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개체가 합심해서 갉아먹어서 이 큰 구멍을 뚫은 걸로 보였다. 수 백 마리 수 천 마리의 무언가가.

검은 구 안에 뭐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안에 있던 놈들이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로 쓴 모양이었다. 지금 병사들이 서 있는 지면은 이 검은 구의 겉을 이루고 있는 외피부분이다. 즉 지금 병사들은 땅바닥 위에 놓여진 10미터 두께의 외피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구멍으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면 이 단단한 외피를 10미터 깊이나 파 나갔다는 말이었다.

 

“다들 이쪽으로 와서 라이트 비춰 봐.”

소대장의 말에 병사들이 가장자리를 빙 두르고 서서 라이트를 비췄다. 그러자 아래로 쭉 떨어지는 구멍의 제일 바닥에 빛이 가 닿아 끝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구멍 끝은 몇 갈래로 갈려져 나간 여러 개의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이 통로들은 휘어져 있어서 그 안을 더 이상 볼 순 없었다. 내려가서 직접 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1분대가 내려가 본다.”

소대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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